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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가뭄에 초대형 병해충까지 급증…농민 '한숨'

입력 2015-06-24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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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뭄으로 나무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고온건조한 날씨에서 활개를 치는 병해충들이 급증해서, 열매를 마구 먹어치우고 있다고 하는데요, 농민들의 시름이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로 김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강원도 춘천의 한 농가.

밤나무 수십그루가 앙상하게 말라 있습니다.

[김재성/춘천 남산면 이장 : 보시면 잎사귀가 하나도 없잖아요. 밤나무마다 거의 80% 이상이 다 피해를 보고 있어요.]

범인은 하얀 털이 박힌 밤나무산누에나방의 애벌레들입니다.

밤나무 잎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웁니다.

밤나무 갉아먹을 나뭇잎이 다 떨어지자 제 앞에 있는 이 느티나무로 애벌레들이 옮겨왔습니다.

이쪽 기둥을 옆 부분에서 보면 다닥다닥 곳곳에 애벌레들이 기어다니는 게 보이실 텐데요. 어느 정도나 크기가 큰 건지 제 손가락과 한번 비교를 해보겠습니다. 지금 위에 올라가고 있는 이 애벌레, 제 검지손가락보다도 깁니다.

농가 상당수는 올해 수확을 포기했습니다.

[목용일/주변 농민 : 저건 천적이 없어. 까마귀고 까치고 심지어 닭까지도 먹는 게 하나도 없어요.]

약점은 물입니다. 물통에 넣자 금세 죽습니다.

하지만 봄부터 비가 오지 않고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자 개체 수가 급증했습니다.

여기 매달려있는 애벌레가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고치를 만듭니다. 변태과정에 들어간 건데요.

이뿐 아닙니다. 이쪽 안쪽으로 들어와 볼까요? 곳곳에 이렇게 제 양손에도 있듯이 고치들이 눈에 띕니다. 제 앞에도 수십 개가 넘는 고치들이 있습니다. 이것들은 이제 한두 달 내로 이 화면 액정 속에 있는 성충으로 변해서 날아다닌다고 합니다.

[김재성 : 거짓말 조금 보태서 참새만 해요. 그 정도로 나방이 커요.]

[어상용 : 내년에 그게 또 알을 까요. 그러면 더 많아진다고.]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 온 지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제가 입은 하얀 셔츠에는 이런 갈색 얼룩이 져 있습니다. 나무 위에 있던 애벌레의 배설물이 떨어져서 묻은 겁니다.

이런 배설물들은 이렇게 딱딱하게 굳어서 알맹이처럼 변하는데 이 알맹이들이 제가 나와 있는 마당에 수없이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배설물이 떨어진다는 건 지금도 그만큼 잎을 갉아먹는다는 얘기입니다.

이번엔 강원도 홍천입니다.

숲의 일부가 유독 누렇습니다. 밤나무 3백여 그루가 당한 겁니다.

병충해에 강한 은행나무도 예외는 아닙니다.

홍천군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입니다. 지금도 이렇게 서너대 이상의 살수차에서 살충제가 끊임없이 뿌려지고 있는데 하루에만 1만 리터 가까운 양이 이곳에 방제된다고 합니다.

[이진경/홍천군 방제단 : 갉아먹고 내려와요, 지면으로. 그래서 이 주변까지 다 해줘야 돼요. 끈질기죠. 잘 안 죽어요.]

바닥에 떨어져도 언제 다시 올라가 피해를 줄지 모릅니다.

화면 속 밤나무는 정상적인 밤나무입니다. 그리고 그 나무에서 가지를 잠시 꺾어봤습니다. 이맘때쯤 밤나무는 이렇게 초록 잎들이 무성하게 자라 있어야 정상적인 모습입니다.

그런데 제 뒤에 있는 이 밤나무 한번 보시죠. 가지는 앙상한 채 달려있어야 할 이파리 대신에 이쪽을 보면 애벌레의 고치들만 주렁주렁 매달려있습니다. 밤나무 산누에나방으로부터 습격을 당했고 완전히 전멸한 셈인데요. 이렇게 되면 다가오는 올가을 밤 열매를 전혀 수확하지 못하게 됩니다.

가뭄 탓이 큽니다.

[목용일/주변 농민 : 저게 보통 수천 마리가 되는데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이건 요새 메르스 정도로 심한 거라고. 산림에 대해서는.]

제가 서 있는 이 자리엔 나무들이 만들어주는 그림자 대신 햇빛이 내리쬐고 있고 머리 위는 이렇게 뻥 뚫렸습니다. 매년 가뭄과 날씨 탓을 하는 사이 이런 나무들의 무덤은 점차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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