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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쟁 종지부…미군 떠난 날 축포 터트린 탈레반

입력 2021-08-3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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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카불공항에 남아있던 미군이 모두 철수하면서 20년간 이어진 미·아프간 전쟁이 막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아프간 내에는 아직 탈출을 원하는 미국인과 외국인, 또 아프간인들이 다수 남아있는 상황이죠. 그리고 경찰이 오늘(31일) 서울시청을 전격 압수수색했습니다. 시민단체가 오세훈 서울시장을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한 데 따른 건데, 서울시에서도 비판적인 입장문을 냈죠. 관련 논란이 더 커질 것 같은 그런 분위기입니다. 신혜원의 뉴스픽5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 20년 전쟁 종지부 > 미국의 최고 군 사령관인 바이든 대통령이 "20년간 이어온 아프간 미군 주둔이 끝났다"고 선언했습니다. 2001년 9.11테러 직후 시작된 미국과 아프간 탈레반 간의 전쟁이 20년 만에 공식적으로 막을 내린 겁니다. 오늘 뉴스픽에선, 이 20년 간의 역사를 '숫자'로 풀어볼 예정인데요. 첫 번째 숫자는 바로 1, '1분' 입니다.

[케네스 프랭크 맥킨지/미 중부사령관 (현지시간 지난 30일) : 마지막 C-17 수송기가 미 동부시간 8월 30일 오후 3시 29분 (아프간 현지시간 30일 밤 11시 59분) 카불 국제 공항에서 이륙했습니다. 오늘밤 미군의 철수는 2001년 9월 11일 직후 아프가니스탄에서 시작된 20년간의 임무가 끝났음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결코 값싼 임무가 아니었습니다.]

미군의 마지막 수송기는 아프간 현지시간 30일 밤 11시 59분 카불 국제공항을 떠났습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야간투시경에 찍힌 이 군인은 모든 병력과 물자를 싣고 제일 마지막으로 탑승했습니다. 밤 11시 59분. 탈레반과 협의한 철수시한인 8월 31일이 되기를 불과 단 1분 남긴, 다급한 마무리였습니다. 미군이 떠난 카불 시내 곳곳에선 '완전한 독립'을 선언한 탈레반의 축하 촉성이 울렸습니다.

[카리 유슈프 아마디/탈레반 대변인 : 마지막 미군 병사가 카불 공항을 떠났다. 우리나라는 마침내 자유와 완전한 독립을 얻었다.]

두 번째 숫자는 '12만' 입니다. 탈레반이 점령한 14일 이후, 약 2주간 아프간에서 탈출한 미국인, 제3국인, 아프간 현지인을 합친 숫잡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위험천만한 철수작전을 마무리한 군에게 감사를 전한다"면서 "모든 건 그들의 엄청난 용기와, 전문성, 또 결의 덕분"이라고 치하했습니다. 다만 카불 현지엔 아직 탈출을 기다리는 100여명의 미국인들이 남아있습니다.

[토니 블링컨/미 국무장관 (현지시간 지난 30일) : 우리는 탈출을 원하는 미국인, 외국인, 아프간인을 돕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계속할 것입니다. 우리의 약속에는 '데드라인'이 없습니다. 탈레반은 적절한 서류가 있는 사람은 누구나 안전하고 질서 있게 출국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현지 상황은 녹록지 않죠. 언제 다시 대규모 테러가 난다해도 이상할 것 없는, 혼돈 그 자체입니다. 어제만해도 5발의 로켓포가 공항을 향해 날아들었고, 미군의 방어 시스템에 의해 차단됐습니다. IS-K가 배후를 자처했고요. 로켓 발사에 추정되는 민간 차량도 발견됐습니다.

[파로그 다시쉬/카불 거주자 (현지시간 지난 30일) : 새벽 6시에 폭발음이 들렸습니다. 이곳에 뛰어와서 훼손된 차량을 보게 됐습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도덕적 재앙'이란 표현으로, 자국민을 전장에 남기고 돌아온 바이든 대통령을 비난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일, 대국민 연설을 가질 계획입니다. 세 번째 숫자는 '9.11' 입니다. 아프간전 20년 역사의 원흉이자 시작이었죠. 저 역시 어린 시절, 거대한 고층빌딩에 내리 꽂히는 비행기를 보며, 충격에 멍해졌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미국은 9.11테러 배후인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 또 그들을 비호하던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지난 2001년 아프간을 공습을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10년 뒤, 아프간과 국경을 맞댄 파키스탄에 숨어있던 빈 라덴을 찾아 사살에 성공하죠.

[JTBC '방구석1열' (지난해 5월 31일) : 빈라덴은 사우디의 금수저에요. 아프간에 가가지고 무장조직을 만들기 쉬웠던건 뭐냐면 탈레반이라는 조직이 있었다고 해요. 9.11 일어난 당시에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탈레반이 장악한 정부였어요. (사실 이 습격 작전으로 오사마 빈라덴이 사살되는데 그 최후가 상당히 허무해요.) (그냥 빈라덴이라는 가시적인 목표 하나가 제거됐을 뿐이지 테러가 종식된 것도 아니고.)]

미군은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통해 탈레반 정권을 몰아내고 친미 정부를 세우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게릴라전과 자폭테러로 버티는 탈레반을 완전히 뿌리 뽑진 못했습니다. 네 번째 '2700조, 다섯 번째 '17만'. 이 두 숫자는 각각 미군이 들인 전쟁비용 2700조 원 그리고 아프간 전쟁에서 희생된 미군, 아프간 정부군, 탈레반, 아프간 민간인 희생자 17만 명을 상징합니다. 그렇게, 마지막 숫자인 총 '2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무엇이 바뀌었을까요. 미군이 철군 작전을 시작하자, 탈레반은 순식간에 아프간을 다시 장악해 버렸습니다. 카불공항엔 탈출을 시도하는 시민과 외국인, 그들에게 총격을 가하는 탈레반이 뒤엉켰습니다. 여차저차 대피 작전을 수행하던 중, 탈레반과 긴장관계에 있는 또 다른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IS가 연쇄 자폭 테러를 일으키며 약 200명의 사상자를 낸 참사가 발생했죠.

이윽고, 탈레반의 공포정치가 다시 부활했습니다. 보이시나요? 아프간의 한 방송국, 앵커가 방송중에 있고, 그 주위를 총을 든 탈레반 대원들이 에워쌌습니다. 앵커는 "이전 정권은 붕괴했고, 국민들은 현재 상황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말합니다. 무장한 탈레반 대원 앞에서 '두려워 말라'고 말하는 앵커의 모습, 이보다 더 큰 모순이 있을까요?

[아프가니스탄 TV 앵커 (현지시간 지난 27일) : 신의 이름으로 평화가 깃들길 바랍니다. 아프가니스탄의 국제 TV 채널과 특별 프로그램 <Pardaz>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진행자 미르와이즈입니다. 이 프로그램에 함께 할 수 있도록 초대합니다.]

< '또 모더나' 희망고문 > 18세에서 49세 일반인 백신 접종이 본격화된 가운데, 7월 말 공급 차질을 빚었던 모더나가 또 말썽입니다. 이번 주 안에 600만 회분이 도착해야 하는데, 일정을 확정 짓지 못했습니다.

[정은경/질병관리청장 (어제) : 현재 저희가 주간 단위로 백신에 대한 선적 일정, 공급일정을 확정해서 통보를 받고 있습니다. 주간 공급계획은 받긴 하지만, 이제 최종 선적이 돼서 공급이 되는 일정을 받아서 그걸 가지고 접종 계획을 안내해 드리기 때문에…]

한마디로, 언제 올지 '안개 속'이란 설명입니다. 기억하실 겁니다. 약 2주 전, 우리 대표단이 직접 미국 모더나 본사를 찾아 공급 차질에 대해 항의 했습니다. 그때 모더나 측은 9월 5일까지 총 701만 회분의 백신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었죠.

[김부겸/국무총리 (지난 24일) : 정부 대표단의 본사 항의 방문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통해서 9월 초까지 701만 회분의 모더나 백신 도입이 확정됐고 약속했던 일부 물량(101만 회분)은 어제 국내에 도착했습니다.]

헌데, 8월 말일이 되도록 감감 무소식. "언제 오느냐, 오긴 오느냐" 궁금해질 수 밖에 없죠. 그런데 모더나와의 약속이 문서화된 정식 계약이 아니란 지적이 나왔죠. '600만 회분과 관련한 계약 문서가 있느냐'는 질문에 중수본은 "문서로 확약돼 있지 않다. 계약상 확약된 것이 아니라 정부 대표단이 미국을 방문해서 협의한 결과이고 이후 이메일 정도로만 받은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백신도입사무국 (어제) : 모더나 측의 구두 언급이나 이메일만으로 600만 회분 이번 주에 공급이 확정됐다고 볼 수 있는지, 또 만약 모더나가 약속을 어길 경우에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만약 앞으로도 공급 지연이 반복될 경우에 정부는 매우 유감이며, 전 세계 백신 수급 상황과 또 물량 공급일정 등을 감안해서 대응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라고 생각하는 상황이 있습니다.]

결국 모더나 측의 답변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예상량보다 적게 받거나 최악의 경우 받지 못해도 딱히 대응할 방법이 없는 셈입니다. 신규확진자는 얼마나 나왔을까요. 어제 하루 1372명으로, 2주만에 1300명대로 떨어졌습니다. 다만, 휴일 검사량 감소 영향이 화요일까지 이어지고 내일이 다시 '마의 수요일'이기 때문에 확산세가 꺾였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정부는 이번 주 금요일 추석 연휴 특별 방역 대책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입니다.

[김부겸/국무총리 : 4차 유행의 기세가 여전한 가운데 이동량이 많은 명절 연휴가 끼어있고, 백신 접종의 속도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할 시기이기 때문에 정부의 고민이 매우 크다는 걸…]

이런 가운데, 보건의료노조가 예고한 총파업일,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노조 측은 코로나 장기화로 현장 상황이 극한으로 치달았다며 의료인력 확대,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 등을 요구하고 있죠. 정부와 노조 측이 만나 총 12차례의 협의를 진행했지만 점접을 찾지 못해 파업 강행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정부는 응급실 등24시간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한다는 방침이지만 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선별검사소 업무에서 빠질 경우 코로나 대응 차질도 우려됩니다.

[나순자/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지난 27일 / 화면출처: 유튜브 '보건의료노조 TV') : 의료인력 확충과 공공의료 확충! 저희들의 절박한 절규이고, 환자와 국민 여러분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간절한 호소입니다.]

[권덕철/보건복지부 장관 :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은) 양측이 생각한 합의의 구체적인 수준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령 사회적으로 이견이 적고 의료현장 수용성이 높은 정책 과제들에 대해서는 단기간에 추진이 가능하지만, 의료계 내부 또는 사회적 수용성을 위해 이해당사자 등의 협의가 필요한 사항은 노동계와 협의만으로 이를 결정하기가 어렵습니다.]

< 605조 '슈퍼예산' >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올해보다 8.3% 늘어난 604조 4천억 원 규모의 2022년 예산안을 심의, 의결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예산안. 2018년 첫해에 비해 200조 원 가까이 늘렸고, 매해 8% 넘는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600조원을 돌파한 건 사상 처음입니다.

[국무회의 : 우리 정부 마지막 예산으로, 지금 시기 정부가 해야 할 역할과 재정투자 방향을 분명하게 담아 604조 4000억 원 규모로 편성했습니다. 코로나 완전 극복과 국가 미래를 위한 전략적 투자에 집중하는 예산입니다.]

이중엔 코로나 백신 부스터샷 9000만회 분에 필요한 예산 2조 6천억 원도 포함됐습니다.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서 거둬들인 세금 덕에 조세 수입은 늘었지만 수입보다 지출 속도가 더 빠르죠. 내년에도 77조 원이 넘는 적자 국채를 발행해 국가채무는 1000조 원을 넘어서게 될 전망입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50% 선을 돌파합니다.

< 서울시청 압수수색 > 경찰이 오늘 오전 전격적인 서울시청 압수수색에 나섰습니다. 지난 4월 보궐선거 과정에서 오세훈 시장이 허위사실을 유포해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시민단체의 고발과 관련해서 입니다. 당시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의 마지막 TV 토론회에서 한 발언이 문제가 됐습니다.

[오세훈/당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4월 5일) : 지금 제 기억에 파이시티는 전혀 제 임기 중에 인허가를 했던 사안은 아닌 걸로 기억이 됩니다.]

지금은 무산된 서울 양재동의 복합유통센터 '파이시티' 사업. 과거 인허가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 로비 등 비리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이에 오세훈 당시 후보는 "인허가 비리는 내가 재직할 때 벌어진 사건이 아니고, 관여한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죠. 하지만 민주당 측은 파이시티 사업이 오 시장이 재임하던 2009년 11월 인허가가 났다며, 오 시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공세를 폈습니다. 이에 시민단체가 오 시장을 고발하기에 이른 겁니다.

[박영선/당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JTBC '아침&' / 4월 6일) : 2007년도 12월 12일날 파이시티 인허가 문제를 오세훈 시장이 직접 주재했다, 이 기사가 (있었습니다)]

경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오 시장 측은 "야당 시장에 대한 정치적 수사"라고 반발했습니다. 당시 토론회 발언은 과거 기억에 의존한 답변에 불과한데도 마치 엄청난 범죄 행위가 있었던 것처럼 경찰이 과잉 수사를 벌인다는 겁니다. 또 파이시티 사업 당시 시설 규모 등 도시계획은 서울시 차원에서 심의했지만, 실시계획인가와 건축 허가는 서초구청이 냈다면서, 자신이 관여한 적이 없다는 걸 거듭 강조했습니다.

< 욕설에 발길질 >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 이틀만에 여성 2명을 살해한 강모 씨의 구속 여부가 곧 결정됩니다. 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는 모습인데요.

[(피해 여성 왜 살해하셨습니까?) (금전적 문제 때문입니까?) (전자발찌는 왜 끊으신 겁니까?) 보도나 똑바로 해, 이 개XX들아!]

강씨에게서 반성하는 모습은 단 1초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취재진에게 발길질을 하고 욕설을 퍼부었죠. 심사를 마치고 나설 땐 더 경악할 만한 말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유족에게 하실 말씀 없으세요? 보도가 어떤 게 잘못됐다는 건가요? 하실 말씀 없으세요?) 더 많이 내가 더 많이 죽이지 못한 게 한이 된다. (유족한테 하실 말씀 없으세요?) 유족한텐…(죽이신 이유가 뭔가요? 반성 안하십니까?)/사회가 사회가 X같애서 그런 거야… (반성 전혀 하지 않는 겁니까?) 당연히 반성 안 하지 사회가 X같은데… ]

그가 도주한 이틀 사이, 경찰과 법무부는 강씨 범행을 막을 기회를 수차례 놓쳤습니다. 강씨가 구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경찰은 강 씨의 행적이 확인되지 않은 시간대에 추가 범행이 있었는지도 조사할 계획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뉴스를 오늘의 원픽으로 꼽으셨나요? 들어가서 더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뉴스픽 5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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