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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말라"는 아프간 TV 진행자 뒤엔…소총 든 탈레반 대원

입력 2021-08-30 14:54 수정 2021-08-3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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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을 들고 아프간 현지방송 진행자 뒤에 서있는 탈레반 대원들. 〈사진=얄다 하킴 트위터〉총을 들고 아프간 현지방송 진행자 뒤에 서있는 탈레반 대원들. 〈사진=얄다 하킴 트위터〉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현지시간으로 이번 달 31일까지 자국민과 현지 협력자들을 모두 철수시키겠다고 못 박았기 때문입니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손에 넣은 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미군 철수시한을 연장해 달라고도 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탈출까지 마지막 하루…아직 공항엔 민간인 1000명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미군. 〈사진=연합뉴스〉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미군. 〈사진=연합뉴스〉

'민간인 구출작전'은 사실상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현재 카불 국제공항에 남아있는 민간인은 약 1000명. 이 사람들이 마지막 대피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간인이 자력으로 공항에 가는 게 이젠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공항까지 가는 길목은 막혔고, 탈레반의 경비도 삼엄합니다.

이런 상황에 현지시간 29일 미국 국무부는 동맹국들과 함께 "31일 이후에도 안전한 대피를 돕겠다"는 공동 성명을 냈습니다. “각국으로부터 허가받은 모든 아프간인이 안전하고 질서 있게 출발지를 떠나 아프간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탈레반에게 보장받았다”며 “관련 서류를 계속 발급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이 성명엔 우리나라를 포함해 총 98개국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 방송도 탈레반이 장악…생방송에 총 들고 등장
 
총을 들고 아프간 현지방송 진행자 뒤에 서있는 탈레반 대원들. 〈사진=얄다 하킴 트위터〉총을 들고 아프간 현지방송 진행자 뒤에 서있는 탈레반 대원들. 〈사진=얄다 하킴 트위터〉

탈레반은 이미 아프간의 방송도 장악했습니다. 아프간 출신의 BBC 앵커인 얄다 하킴은 자신의 트위터에 '비현실적인 장면'이라며 한 영상을 공유했는데요. 영상 속엔 총 든 탈레반 대원들이 아프간 현지 방송 진행자 뒤에 서있습니다. 진행자는 “아슈라프 가니 정권은 붕괴했고, 국민들은 현재 상황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말합니다. 총 든 탈레반 대원 앞에서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하는 앵커의 모습은 모순되기만 합니다.

이런 탓에 탈출하지 못한 아프간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카불 주민인 자베드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아프간의 미래는 암담하고, 모든 게 엉망진창”이라고 털어놨습니다.

◇ 미군 '블랙호크' 접수해 자랑…"탈레반 새 장난감 가졌다"

 
미군이 아프간에 남기고 간 총기를 자랑하는 탈레반 대원 〈사진=스티브 행크 교수 트위터〉미군이 아프간에 남기고 간 총기를 자랑하는 탈레반 대원 〈사진=스티브 행크 교수 트위터〉


탈레반이 미군의 최신형 무기를 손에 넣은 것도 문제입니다. 미군과 연합군이 철수하면서 현지에서 쓰던 총과 군용차 등을 아프간에 남겨뒀기 때문이죠. 소셜미디어엔 탈레반이 미군의 '블랙호크(UH-60)' 헬기를 조종하는 모습이 올라와 있습니다. 탈레반 대원이 잔뜩 쌓여있는 미군 총기를 자랑도 합니다.

자연스레 미군 철수를 강행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티브 행크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트위터에 이 영상들을 공유하면서 “계획 없던 미군의 철수 때문에 탈레반은 새로운 장난감을 갖게 됐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미군의 군사 장비를 가졌다고 자랑하는 모습은) 바이든을 무능하고 무모하게 보이게까지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미국 정치권도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공화당 중진인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현지시간 29일 미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아프간 철수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외교 정책"이라면서 "우리를 아프간에 처음 갔던 20년 전으로 되돌려놨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군이 IS-K에 보복 공습을 하다 민간인이 희생됐다는 보도도 나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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