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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지역 축제…막상 가보니 '남의 동네' 특산물

입력 2015-10-1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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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을은 축제의 계절이죠. 이달에만 전국에서 200개에 가까운 축제가 열린다고 합니다. 지역의 특색을 잘 보여주는 즐길 수 있는 축제가 있는가 하면, 가보면 이건 뭐지? 하는 축제들도 있습니다. 밀착카메라에서 취재했습니다.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경북 영주에서 열린 한 인삼축제.

화창한 가을 날씨에 전국에서 모인 관광객들로 북적입니다.

풍기인삼은 사포닌 함량이 높고 향이 짙기로 유명합니다.

서울에서 3시간가량 달려서 풍기인삼 축제가 열리는 경북 영주에 도착했습니다. 취재진이 직접 풍기인삼을 구매해보겠습니다.

판매대에 진열돼 있는 인삼의 원산지를 물었습니다.

[A씨/풍기인삼축제 상인 : 풍기산이 있고 인근에서 캔 게 많아요. 이런 거는 (봉화군) 춘양 이런 데서 캔 것들이고.]

축제 특산품인 풍기인삼을 자랑하는 상인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B씨/풍기인삼축제 상인 : 별다른 특징 없어요. 다 비슷비슷해요. (맛은 더 좋아요?) 그렇지도 않아요. 가격도 비슷해요.]

한 상인은 오히려 다른 지역 인삼을 추천합니다.

[B씨/풍기인삼축제 상인 : 저게 제일 좋은 거지. (어디 거예요?) 강원도 영월.]

하지만 해당 축제 위원 관계자는 모든 가게에 진열된 제품이 풍기인삼이라고 주장합니다.

[풍기인삼축제 관계자 : 소백산 토지가 좋습니다. 축제장 안에서 판매하는 인삼은 다 풍기인삼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관계자와 함께 축제장을 찾았습니다.

영월 인삼을 추천했던 상인은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고, 애초 영월산이라던 인삼의 원산지는 계속 바뀝니다.

[D씨/풍기인삼축제 상인 : 풍기 인근에서 캔 인삼이죠. 풍기를 중심에 두고 (경북) 봉화, 상주 인근에 있잖아요.]

취재진의 계속된 질문에 황당한 답변이 이어집니다.

[D씨/풍기인삼축제 상인 :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에요. 왜 자꾸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가네. (소비자는 헷갈리잖아요.) 내가 묻겠습니다. 옷을 왜 노란 걸 입었어요? 묻고 싶어요. 제가.]

또 다른 가게는 아예 취재를 거부했습니다.

[E씨/풍기인삼축제 상인 : 저희 인터뷰 안 해요. 다른 데 가셔서 하세요. 바빠요 지금. (여기 풍기 인삼만 파세요?) 다른 데 가세요.]

축제 관계자도 결국 원산지 증명이 어렵다고 토로합니다.

[풍기인삼축제 관계자 : 솔직한 얘기로 사과도 마찬가지이지만 똑같이 생겼는데 서울 사과다 영주 사과다 그렇게 믿고 가야지.]

취재진은 직접 풍기인삼밭을 찾았습니다.

5년근 인삼밭인 이곳은 축제가 시작된 지난 4일부터 인삼을 캐기 시작했습니다. 몸통이 굵고 뿌리가 많은 최상품인 6년근 인삼은 지금이 아닌 10월 말이 수확 최적기입니다.

축제가 한창이지만 이 지역 인삼 대부분은 땅속에 있는 겁니다.

[경북 영주시 관계자 : (인삼 수확이) 지금은 좀 이른 편이에요. 10월 말이 적당한 시기예요. 그때 되면 (축제를) 추워서 못해요. 조금 빠르더라도 시작한 거죠.]

같은 기간 인삼 축제를 열었던 충남 금산군도 마찬가지.

[A씨/금산인삼축제 상인 : (원산지를 안 물어보면요?) 안 물어보고 그냥 이렇게 달라고 하면 (원산지 설명 없이) 주는 거야.]

[B씨/금산인삼축제 상인 : (금산 인삼이에요?) 힘들잖아요. 지금 장사하는데.]

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입니다.

[배병임/울산 중구 : 어떻게 우리가 조사할 수는 없는 입장입니다. 그러니까 믿고 사는 거지.]

축제마다 특산품과 지역색을 강조하지만 정작 현장은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최경선/경기 부천시 : 축제라고 하기엔 조금 왜소한 게. 여기까지 왔는데 실망했어요.]

10월 한달 동안 지역에서 2백건 가까운 축제가 열립니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지역 특산품은 찾기도 어렵고 내실도 없다면 멀리서 온 귀한 손님이 내년에도 찾아올지는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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