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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로 없는 통행로…사람·차량 뒤엉킨 '위험한 동행'

입력 2019-05-1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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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버스 정류장까지 있는 곳인데 보행자가 걸을 인도는 없고, 그래서 차도로 이동을 하는 사람들을 피해 차량들은 중앙선을 넘나드는 위험한 동행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밀착카메라로 취재했습니다.

이선화 기자입니다.

[기자]

경주에 황리단길로 불리는 거리입니다.

맛집과 카페가 늘어서면서 젊은 사람들한테 인기가 많아진 거리인데요.

그런데 입구에서 가게 하나만 들어오면 바로 인도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반대편을 보시면요.

건너편에 있던 인도마저 끝이 나버립니다.

이곳부터 700m에 달하는 구간에는 왕복 2차로만 있고 보행로는 없지만, 거리 곳곳에는 보시는 것처럼 버스 정류장까지 있습니다.

걸을 곳이 없다 보니 차와 뒤엉키기 일쑤입니다.

차도 한가운데서 '인증샷'을 찍기도 합니다.

사람을 피하려는 차량은 중앙선을 넘나듭니다.

관광객들이 많이 타는 자전거와 스쿠터도 아슬한 동행을 이어갑니다.

[유수정·김유정/부산 해운대구 : 인도가 없어서 많이 위험하고. 친구랑 얘기하고 걸어가고 있는데 택시가 빵 거려서 많이 놀랐습니다.]

중심 거리로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와봤습니다.

거리가 워낙 좁다 보니 혼자 걷기에도 굉장히 아슬아슬한데요.

차라도 이렇게 정차가 돼 있으면 차도로 돌아서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거리 곳곳에는 입간판이 세워져있어서 마음 놓고 걷기에는 힘들어 보입니다.

[유혜미·김형수/경북 포항시 연일읍 : 유모차를 끌고 있으니까 놀라는 경우도 있고요. 한 방향으로 가도 뒤에서
갑자기 올 수도 있고 빨리 가는 차들도 있거든요.]

'황리단길'은 젊은 층에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해에만 94만 명이 방문했습니다.

발길이 늘어나는만큼 위험하다는 지적도 잇따랐습니다.

이에 경주시는 해당 도로를 일방통행으로 바꾸고, 보행로를 만들 계획이었지만 지난 2월 중단됐습니다.

매출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상인들의 반대 때문입니다.

[상인 : 주민들이 일방통행을 하면 사람이 더 적어지니까 하지 말아라. 장사가 되나? 안 되는데.]

경기 화성시의 한 대학교 캠퍼스 앞입니다.

정문 바로 앞에 인도 대신 왕복 2차로만 나있습니다.

[채연희/학생 : 인도가 없어서 친구들이랑 같이 다니진 못하고 일렬로 이용하는 편이에요.]

[한예인/학생 : 차가 양쪽으로 이렇게 오니까 안 닿게 맨날 끝으로 가는데 그러면 그쪽에 나무들이 있어서 부딪치면서 걷고.]

학교 측은 학생들이 위험하다며 경기도에 민원을 넣었지만, 예산이 없다는 답변만 받았습니다.

[수원여대 관계자 : 보행로 설치 예산이 순위가 정해져 있어서 23년도까지는 불가하다. 스쿨버스로 임시정류장에서 내리게끔. 급하면 네 명 정도 모여서 택시 불러서 타고 나가거나.]

손자 손을 꼭 잡은 할머니가 학교 앞까지 바래다줍니다.

학교 앞까지 가야 보도가 나타납니다.

[유영숙 : 애기들을 위해서 길 좀 내주셨으면 좋겠어요. 1학년서부터 얘기가 있던 건데 벌써 5학년이에요. 이렇게 데려다 주잖아요. 아주 힘들어요.]

차도로 유모차를 끌고 가는 행인 바로 옆에 양방향 차량이 오갑니다.

도로 양옆에 상가가 늘어서 있지만 정작 보도는 없습니다.

위에는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고요. 바닥에도 보호구역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길 양옆으로 어린이집과 키즈카페, 그리고 태권도 체육관까지 있기 때문인데요.

이쪽에는 이렇게 횡단보도까지 마련돼 있지만 길 양쪽 어느 쪽으로도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공간은 없어 보입니다.

[염현애/인천 부평동 : 밑에 학원에선 사고 난 적도 있어요. 애들은 뛰어다니잖아요, 걷지를 않아요. 저도 항상 뒤를 돌아보게 돼요, 차가 오나 안 오나.]

보행 교통사고 사망자 10명 중 8명은 이렇게 보도와 차도가 구분이 되지 않는 도로에서 숨졌습니다.

운전자가 속도를 늦추고, 보행자가 주위를 기울이는 것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임시보행로와 같은 최소한의 안전 장치를 마련하는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인턴기자 : 윤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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