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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잊혀진 이름…월트, 브렌던, 더그…'

입력 2018-08-22 21:36 수정 2018-08-2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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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월트, 브렌던, 더그.

이제는 기억 속에서 아스라하거나 아예 사라져버렸지만, 모두 태풍의 이름이었습니다.

이들은 사실 매우 특별한 태풍들이었지요.

1994년, 그러니까 올여름 폭염의 기록을 얘기하면서 빠짐없이 기준 노릇을 했던 그 1994년에 우리나라를 찾아왔던 태풍들이었습니다.

얌전한 비구름과 살짝 거친 바람만을 몰고 와서 폭염을 씻어내고 가뭄을 해갈시켜주었기에 그들에게 붙여진 애칭은 이른바 '효자 태풍'.

그러나 웬일일까…

그 이름들은 잊혀 기억의 저장고를 한참 뒤져봐도 잘 떠오르지 않는 이름들이 되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루사, 매미, 곤파스.

좀 더 올라가면 셀마.

그보다 훨씬 전의 그 유명한 사라까지.

이 이름들은 지금도 태풍의 대명사처럼 남아서 모두의 기억 속에 선명히 각인돼 있습니다.

특히 1959년 사라에 대한 기억은 이젠 나이 든 층들만 갖고 있기는 하지만, 한때는 험악했던 태풍의 대명사와도 같았습니다.

중심 최대풍속이 초속 85m.

지금 올라오는 솔릭과는 비교도 되지 않습니다.

제주도와 영남지방을 비롯한 전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죠.

사망자와 실종자가 사상 최악인 무려 849명 피해 추산액이 그 옛날에 약 1678억 7000만 원이었으니까 태풍 하면 사라 호를 떠올릴만 했습니다.

물론 2000년대에 왔던 루사나 매미도 수많은 인명 피해와 함께 재산 피해만 수조원에 달해서 이 작고 척박한 땅 위의 삶들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었습니다.

세상사가 다 그런 것일까…

잘해 준 사람보다는 못 해준 사람이 더 기억에 남는 것이 이치일까…

좋았던 일보다 슬펐던 일들이 더 뇌리에 박혀있는 것이 당연지사일까…

이제는 잊어버린 착한 이름 월트, 브렌던, 그리고 더그…

태풍에 이름을 붙이는 태풍위원회는 그악스러웠던 루사와 매미는 아예 태풍의 이름 목록에서 지워버렸다는데…

지운 이름은 남고, 기억하고픈 이름은 잊히는 것이 세상사의 이치일까를 떠올리는 오늘.

지금도 태풍 솔릭은 달리는 기차도 탈선시킬 위력으로 올라오고 있다는데…

우리는 차라리 그 이름을 잊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오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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