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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55년간 켰다, 껐다…상호 비방 확성기, 완전히 끌 수 있을까

입력 2018-04-24 12:02 수정 2018-04-24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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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55년간 켰다, 껐다…상호 비방 확성기, 완전히 끌 수 있을까


우리 군은 어제(23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습니다.

북한도 대남 확성기 방송을 줄여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북이 '같이 끄자'고 합의하지 않고, 알아서 확성기 방송을 멈춘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확성기 방송 중단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곧 만나 싸우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한쪽에선 방송으로 서로 욕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방송이 언제 다시 시작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켰다 끄기를 반복했던 우여곡절의 대남·대북 확성기 방송의 역사가 그동안은 그렇게 말해왔습니다.

 
[취재설명서] 55년간 켰다, 껐다…상호 비방 확성기, 완전히 끌 수 있을까


◇55년간 켰다, 껐다

확성기를 먼저 튼 건 북한입니다.

정전협정 체결 9년째인 1962년 북한이 대남 확성기 방송을 시작했고, 우리는 이에 맞서 이듬해 5월 서해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최전방 분위기는 살얼음판이었습니다.

북한군이 우리 군 병사를 납치해가고, 크고 작은 교전도 일어났습니다. 북한군이 도발하면 우리도 그대로 맞받았습니다. 확성기 소리도 당연히 경쟁적으로 커졌습니다.

 
[취재설명서] 55년간 켰다, 껐다…상호 비방 확성기, 완전히 끌 수 있을까


겨우 유지되던 정전협정은 1972년 통일의 기본 원칙을 천명한 7·4 남북공동성명으로 봄날을 맞이했습니다. 남북은 서로 비방을 쏟아내던 확성기 방송을 함께 중단했습니다.

하지만 화해 분위기는 8년 만에 식었습니다. 이번에도 북한이 먼저, 1980년 9월 대남 확성기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우리 군도 대북 방송을 재개했습니다.

1960년대와 80년대의 심리전은 달랐습니다. 남북은 최전방에 확성기 방송과 함께 대형 전광판을 동원했습니다. 서로 "우리 쪽으로 넘어오라"는 전단도 열심히 뿌렸습니다.

넓게 보면, 심리전(心理戰)도 전투입니다. 총성이 울리지 않았을 뿐 사실상 정전협정을 우회한 전투를 계속하던 남북은 2004년 다시 한 번 확성기 방송을 함께 중단했습니다. 이른바 '6·4 합의'에 따라 확성기와 전광판을 전면 철거한 겁니다.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로 틀던 심리전 라디오 '자유의 소리' 방송도 중단했습니다.


 
[취재설명서] 55년간 켰다, 껐다…상호 비방 확성기, 완전히 끌 수 있을까


사실상 최전방에서의 심리전이 완전히 멈췄던 평화는 하지만 이번에도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2010년 비극적인 천안함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정부는 즉각 대북 제재인 '5·24 조치'를 발표했고, 그 일환으로 '자유의 소리' 방송을 재개했습니다.

이후 남북관계는 2015년 8월 비무장지대에서 벌어진 '목함지뢰' 사건으로 더욱 얼어붙었습니다. 우리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습니다.

일각에서 국지전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던 상황. 하지만 남북은 고위당국자 접촉을 통해 극적으로 '8·25 합의'를 도출했고 확성기 방송도 보름 만에 멎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군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인 2016년 1월, 대북 확성기 방송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때 켜진 대북 확성기 방송이 남북정상회담을 나흘 앞둔 바로 어제, 전격 중단된 겁니다.

◇군사분계선 겨우 넘는 확성기, 실효성도 고려한 듯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직후, 일각에선 군사적 긴장 완화 카드를 너무 일찍 던졌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북한이 두려워 벌벌 떠는 대북 확성기를 왜 대가도 받지 않고 그냥 꺼줬냐는 겁니다.

하지만 북한이 정말 벌벌 떨었는지는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급히 도입한 확성기 가운데 상당수는 그 소리가 북방한계선에 겨우 닿거나, 때에 따라서는 군사분계선조차 넘지 못하는 '성능 미달' 장비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13일엔 대북 확성기 성능평가 기준을 완화해주는 등 비리를 저지른 현직 대령이 구속 기소됐습니다.

이 때문에 국방부가 실효성 없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내주고 남북대화 분위기를 만드는 '남는 장사'를 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어제의 확성기 방송 중단이 27일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보장하진 못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역사적인 그날, 그 성공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키우는 것에 집중할 때입니다. 55년간 깜빡이처럼 켜고 끄기를 반복했던 확성기를, 완전히 끌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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