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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물값' 두고 주민 갈등…지자체는 팔짱만

입력 2018-01-16 21:33 수정 2018-01-17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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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집에서 물을 쓰려면 수백 만원을 내야 하는 마을이 있습니다. 지자체에서 만들어준 급수 시설을 주민들이 관리하는 농촌 마을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원래 살던 주민들이 이주해 온 주민들에게 이 물값을 요구한 건데 마을마다 제각각에, 주민들 갈등도 깊지만 지자체는 손을 놓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강원도 정선군의 한 마을입니다. 이 뒤로 보이는 장치는 약 2년 전 지자체에서 설치한 급수시설입니다. 현재는 자물쇠로 잠겨 있는데요. 관리 권한 및 책임이 주민들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이 아래쪽에는 각 가정으로 물을 보내는 관들이 있는데요. 가까이에서 보니 '관계자 외에는 접근을 금지한다'는 엄중 경고가 붙어 있습니다.

도시와 다르게 상하수도관이 없는 이 마을에서는 예전부터 지하수를 끌어 올려 물탱크에 보관하는 소규모 급수시설에 의존해오고 있습니다.

공사 비용은 전액 지자체가 내는 대신, 관리 및 유지보수는 조례에 따라 주민들이 부담하는 방식입니다.

이 마을 주민들은 2014년, 물 사용 관련 규칙인 이른바 '정관'을 만들었습니다.

수도 사용료 외에 기존 주민들은 1년에 한 번 10만원을 회비로 내고, 이사 오는 세대는 입회비로 200만원을 받기로 했습니다.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시작된 건 마을로 이주한 한 주민이 입회비 납부를 거부하면서부터입니다.

결국 해당 이주민은 따로 급수시설을 설치해 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주민에 대한 입회비가 과도하다고 주장했던 또 다른 주민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지난해 7월부터 물이 끊어진 집입니다. 부엌 싱크대 수도꼭지는 아무리 돌려도 물 한 방울 안 나오고요. 옆에는 페트병에 물을 조금 받아놨는데 사실상 요리와 설거지는 불가능합니다. 빨래도 마찬가지로 불가능하고요. 가장 큰 문제는 화장실 사용입니다. 화장실로 들어와 보면 양쪽에 페트병 수십 개가 쌓여 있는데, 단순히 씻고 변기를 쓰는 데에도 물이 많이 들어갑니다. 이 변기 물을 한 번 내리는 데에도 네통의 물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장모 씨 : 물이 나오지 않아서 수동으로 보일러를 돌려야 하기 때문에, 1주일에 한 번씩 이렇게 페트병 2병 정도 물이 들어가요.]

기존 마을 주민들은 자신들이 직접 물을 끊은 적은 없으며, 정관에 따라 입회비를 내지 않으면 급수를 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정선군 내에서 마을이 직접 관리하는 소규모 급수시설은 200개가 넘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이 만든 정관에 따라 물 관리 유지 비용과 부과 방식도 제각각입니다.

[기존 거주 주민 : 300만원 받아요. 나 혼자 결정하는 게 아니고, 동네가 결정한 거니까…]

[신규 전입 주민 : 부당하다고는 생각하지만, 동네에 그렇게 (문제 제기를) 하고 싶지 않다는 거죠.]

물값을 놓고 토착민과 이주민의 갈등이 커지고 있지만 해당 지자체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강원 정선군 관계자 : 마을총회에서 논의하여 해결하면 될 사안이라고 판단됩니다. 다만 소규모 급수시설 이용자들의 안정적 식수 제공을 위한 공동 시설 개선 방안 등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하여 면밀히 검토 후 조례 개정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랫동안 물 부족에 시달린 이곳 주민들 입장에서는 물이 그만큼 민감한 자원입니다. 더 이상 물을 두고 주민들의 민심이 반으로 갈라지지 않으려면 이제는 지자체가 나서야 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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