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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 공포' 여전…청양군 야산에 망루 설치한 주민들

입력 2017-04-1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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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2일) 밀착카메라는 1급 발암물질인 석면 때문에 시달리고 있는 주민들 얘기를 담아봤습니다. 전국에 석면 광산이 모두 문을 닫은 상태지만 그 후유증은 이어지고 있는데요.

박소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충남 청양군 비봉면의 한 야산입니다. 야산 꼭대기에 망루가 설치돼 있습니다. 파란색 천막으로 씐 망루 안쪽으로 들어가면 녹슨 의자가 놓여있습니다. 이곳에선 마을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데요. 왜 이곳에 망루를 설치했는지 지금부터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주민들이 망루까지 설치하며 지켜보는 이유는 과거 석면 광산이었던 곳에서 건설폐기물 처리장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권오복 : 건드리면 여기는 안 되는 지역에다가 이런 공장을 하고 있으니까 주민이 얼마나 피해가 크냐고…]

석면광산이 문을 닫은 건 2011년입니다.

주변에는 석면이 함유됐을 가능성이 높은 사문석이 여전히 나뒹굴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폐기물을 파쇄하는 과정에서 사문석이 쓸려 들어가면 석면 분진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업체가 있는 언덕 바로 아래에 민가가 있습니다. 업체에서 발생하는 먼지를 막기 위해 보시는 것처럼 펜스와 방진막을 설치했는데 방진막 대부분은 뜯겨져 나갔습니다.

물 청소를 닷새에 한 번씩 해도 뽀얀 회색 가루가 집안 곳곳에 쌓인다고 말합니다.

[김길수 : 불을 놓으면 연기가 올라오잖아요. 그런 식으로 먼지가 확 올라왔다가 가라앉는다니까.]

마을회관 안쪽에는 수년 째 이어진 석면광산을 둘러싼 갈등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벽면에는 집회 현장에서 찍은 사진이 붙어있는데 올해로 5년째입니다.

2011년 석면 피해 구제법이 시행된 이후 정부가 인정한 석면 피해자가 광산 반경 2km 이내에서만 모두 13명입니다.

[윤석기/석면폐증 2급 : 남이 볼 때는 멀쩡한 것 같이 보여요. 내가 행동을 그렇게 또 하고…사실은 폐가 아픈지 한참 됐어요. 소리가 나요. 폐에서. 들어볼래요? 어때요? 듣기 싫죠? 이 듣기 싫은 걸 남한테 안 보여 주려고 하는 거지.]

피해자 가운데 7명은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도연/고 박성감 씨 며느리 : 우리 어머니는 막 피까지 토하시고 침을 질질 흘리시고, 땅바닥에 주저앉아서 통곡하고 우시고, 그 고통은 가족 아닌 사람은 몰라요.]

폐광 이후에도 석면 불안 속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최근 이 업체를 고발했습니다.

업체에서 판매한 재활용 파쇄 골재에서 백석면이 함유된 슬레이트와 사문석이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최예용/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 초기의 0.1% 사용 금지 기준으로 따진다면 무려 140배나 높은 농도의 석면이 함유된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한 것이죠.]

업체는 석면이 검출된 파쇄 골재는 자신들이 판매한 골재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지난해와 올해 지자체 연구기관에서 실시한 대기 중 석면 농도 검사에서 석면이 한 차례도 검출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업체 관계자 : 대기 질에 석면이 하나도 없어서 미검출 되면 실질적으로 (처리장 운영으로) 석면 피해가 있는 겁니까, 없는 겁니까?]

지자체는 주민들의 요구대로 업체를 폐쇄하는 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현행법엔 먼지가 공중에 날리는 걸 막는 시설을 갖추면 석면 광산 터 위에서 개발사업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안으로 업체 부지를 세금으로 매입한 후 이주시키려고 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업체에게 주는 특혜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업체와 주민들 사이에 패인 갈등의 골이 깊습니다.

석면 피해의 잠복기는 최대 50년입니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석면의 위험성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통제해야 하지만 허술한 법 때문에 석면 광산 주변에서는 여전히 불안 속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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