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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세월호 이후 '참사 10건' 재난학 원인분석

입력 2015-04-16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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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이후 정부는 국민을 사고로부터 보호하겠다면서 여러가지 대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어느 때보다도 대형 사고가 많았습니다.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안전불감증'과 '인재'라는 말도 늘 따라다녔습니다. 저희 JTBC는 한걸음 더 들어가서 카이스트 재난학 연구소와 함께 세월호 이후 일어난 10건의 대형 사고의 원인은 무엇이고 반복되는 이유는 또 뭔지 심층 취재했습니다.

정제윤 기자입니다.

[기자]

원인은 크게 9가지였습니다.

공무원들이 관행적으로 불법을 눈감아주는 등의 행위가 다수 포착됐고요.

이윤 추구에만 급급한 기업이나 대충대충식 관할 당국의 조직 문화도 사고를 초래했습니다.

또 저소득층이 위험에 더 노출되는 안전불평등 사회구조도 원인이 됐습니다.

특히 사고 10건 중 7건에선 공통적으로 공무원이나 기업의 조직 문화가 사고를 초래한 걸로 확인됐는데요.

이 7건의 사고 안에서 조직문화로 인한 문제는 10번 발생한 걸로 분석됐습니다.

관행적 묵인도 5건의 사고에서 14번 포착됐습니다.

취재진은 대표적인 원인 세가지를 집중 분석해봤습니다.

지난달 25일, 경기도 용인의 교량공사현장에서 교량 상판이 무너져 내려 당시 작업을 하던 인부들 중 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습니다.

엿가락처럼 휘어버린 철근이 당시 처참했던 상황을 말해줍니다.

설계도면과 달리 공사를 진행한 게 문제였습니다.

이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돈'이었습니다.

용인 교량 붕괴 사고가 일어난 현장에선 관련법만 100건 넘게 위반한 걸로 드러났는데요.

가장 큰 문제는 규격과 다른 공사 자재를 사용했다는 겁니다.

당시 동바리 등의 가시설물에 대한 안전 진단만 제대로 이뤄졌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습니다.

공사비용과 기간을 최대한 줄이는데 초점을 맞추는 건설업계의 잘못된 문화가 사고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입니다.

[안무영 회장/한국건설안전협의회 : 가시설은 말 그대로 공사를 하고 나면 없어지는 부분이기 때문에 나중에 쓸데없는 돈이 들어간다 이런 생각을 해서 사고가 많이 발생된 거죠.]

취재진은 현재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건설현장들을 찾아가 점검해봤습니다.

경기도의 한 주택 건설현장. 건물을 올리기 전 설치하는 가설지지대인 동바리가 흔들거립니다.

제대로 고정이 이뤄지지 않은 겁니다.

[김태범/건설노조 경기중서부지부장 : 구멍이 뚫려있는 이유가 서포트 상부를 고정시키기 위해서 못으로 고정시키기 위해 뚫어 놓은 건데 보시다시피 하나도 고정이 되어있지 않습니다.]

동바리 연결 고리도 규격과 다릅니다.

[김태범/건설노조 경기중서부지부장 : 이 정도의 철사로 그 정도의 하중을 지탱할 수 있는지가 의문스러운거죠.]

현장 인부들은 시공사로부터 안전장비를 지급받지 못해 안전모도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건설사들이 돈을 들이지 않으려다 보니 크고 작은 사고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김태범/건설노조 경기중서부지부장 : 비용 절감 측면이 있는 거고, 이런 것들을 다 지키는 것보다 고발 당하고 차라리 벌금을 내는 편이 돈이 덜 들어간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습니다.]

+++

지난해 11월, 전남 담양의 한 펜션 야외 바비큐장에서 불이 나 4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펜션 일부 건축물을 불법으로 지은 펜션 소유주가 1차적으로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불법 단속을 소홀히 한 공무원들이 사고를 더 키운 셈이 됐습니다.

[담양군 관계자 : 개인 건축물을 일일이 가서 다 못하잖아요. 민원이 있다거나 지시가 있다거나 해야 가서 하는 거지.]

담양 펜션 사고는 위반이 얼마나 일상적으로 행해지고, 묵인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그나마 한 대 있던 소화기는 30초만에 작동을 멈췄습니다.

불이 난 바비큐장은 무허가 시설이었고 사전 안전 진단도 당연히 없었습니다.

지자체는 담당 인력 부족을 이유로 일상적 점검에 소홀했습니다.

여기에 농어촌 관광확대를 이유로 정부가 느슨하게 풀어준 숙박시설 안전 규제는 위반의 여지만 더 만들어준 꼴이 됐습니다.

취재진이 영업 중인 펜션들을 가봤습니다.

야외 바비큐장 바닥은 나무로 돼있어 불이 옮겨붙기 쉽지만 소방시설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방안엔 소화기가 하나 있긴 하지만 그마저도 권고 유효기간을 넘긴 겁니다.

화재경보기는 아예 없습니다.

마당엔 LPG 가스통이 방치돼 있습니다.

취재진이 관할 군청에 확인해본 결과 이 펜션은 등록을 하지 않고 불법적으로 영업하는 곳이었습니다.

현재 전국에 야영장은 약 1800여개로 추산됩니다.

이중 등록이 이뤄져 관리받는 시설은 97곳에 불과합니다.

때문에 95%에 가까운 대부분의 시설은 안전사각 지대에 놓여있는 겁니다.

공무원들은 불법 운영 되는 걸 알아도 묵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시인합니다.

[강화군 관계자 : 지자체에서 선거지 단속하시는 거 싫어하시잖아요. 어디나 마찬가지일 거예요. 단속해서 좋은 얘기 안 나오거든요.]

+++

올 1월 의정부 아파트 화재. 오토바이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번져 건물 3개 동을 태웠고, 사망자 4명을 포함해 백여 명의 사상자를 냈습니다.

화재가 난 의정부 아파트는 일명 도시형생활주택이었습니다.

1·2인 가구, 특히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까다로운 주택법을 개정해 나타난 주거형태입니다.

별도의 주차공간을 마련할 의무가 없어 불법 주차된 차들로 인해 좁은 골목은 소방차 진입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건물 외장재로 값비싼 불연재를 사용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서민을 위해 저렴한 비용으로 살 수 있는 주거 공간을 내놓았지만 안전 역시 싸구려 수준이었습니다.

전국에 화재경계지구로 분류된 지역은 115곳으로 대부분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곳입니다.

이 지역에선 화재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로 1년에 2곳 중 한 곳에서 불이 난 꼴입니다.

취재진은 서울 용산의 한 쪽방촌 지역을 찾아가봤습니다. 전선은 서로 뒤엉켜 있어 합선 위험이 있어 보입니다.

노후된 건물은 여기저기 금이 가 있고, 살짝만 만져도 시멘트가 부서져 떨어집니다.

또 방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통로도 좁아 화재가 나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김광희/쪽방촌 거주자 : 불안하지. 전기들 과부하 걸려가지고 그게 펑 소리가 나고.]

반면 쪽방촌 바로 앞에 위치한 고급 주상복합 건물 주변은 잘 정돈된 모습입니다.

불과 300미터 밖에 안 떨어져 있지만 마치 다른 동네에 온 듯한 느낌을 줍니다.

[김중백 교수/경희대 사회학과 : 저소득층일수록 생활환경이 그만큼 삶의 기본적인 여건을 보장하는데 적절하지 않다고 볼 수 있겠죠.]

전문가들은 '인재'가 생기게 된 근본적인 사회적 구조를 고쳐야만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윤완철 교수/카이스트 지식서비스공학과 : 휴먼에러(인재)를 더 일으킬 수 있는 확률이 어디서 오느냐 영향을 분석해서 제대로 찾아내고 그걸 대처하고 없애고 하는 일을 하지 않으면 그 확률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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