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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사라진 줄 알았던 '각하' 호칭…문제없나?

입력 2015-01-26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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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제는 사라진 줄 알았던 각하라는 호칭, 요즘 들어 심심찮게 들을 수 있습니다. 대통령에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는 반면, 다른 나라에서도 쓰이는데 무슨 문제냐, 이렇게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오늘(26일) 팩트체크에서 과연 그 각하라는 명칭이 적절한 건지 따져볼 텐데요. 결론은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우리나라에선 정확하게 언제부터 이런 호칭을 쓰기 시작한 건가요?

[기자]

기록상으로 보면 이게 6.25 전쟁 당시, 어찌 보면 원조 대북전단입니다. 이 내용을 보면 분명히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각하 칭호를 붙인 것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도 계속 쓰이다가 박정희 대통령 때는 대통령에게 반드시 '각하' 호칭을 붙여야 한다는 규정도 나왔습니다.

당시 기사를 보면 박 대통령이 지방순시를 나섰는데, 꼬마아이들이 "저기 박정희 지나간다" 이러면서 따라왔다고 합니다. 그러자 대통령은 어른에 대한 존경심이 떨어졌다며 통탄했다고 하는데, 기사에선 이게 각하 칭호를 의무화한 배경인가, 이런 지적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노태우, 김영삼 정권 때 각하 칭호는 공식적으론 폐지됐지만 계속 통용됐고, 실제로 사라진 것은 김대중 정권 때부터였습니다.

[앵커]

각하라는 말 자체는 기원이 더 오래된 거죠? 그런데 따지고 보면 각하는 틀린 말이라기보다, 오히려 격을 낮춰 부르는 거란 얘기도 있던데요?

[기자]

조선 최초의 백과사전이라고 하는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이와 관련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천자는 폐하, 왕은 전하, 세자는 저하, 대신을 각하라고 부른다는 건데요.

왕이 사는 곳을 '전'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신하된 입장에서 이렇게 전 아래 머리 숙여 뵌다 해서 '전하'라고 한다는 겁니다.

저하, 합하도 마찬가지인데, 조선시대 각하의 경우 '판서 이하 고위공직자', 그러니까 장관급 이하를 일컫는 말이었습니다.

손 앵커 말씀하신 대로 오히려 한 격을 낮춰서 지금 대통령을 부르는 셈인 건데, 이와 관련해서 전문가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전우용/역사학자 : 그러니까 조선시대에는 이 '각하'라는 표현을 거의 안 썼는데, 쓰더라도 대체로 2품 이하, 판서 이하들한테만 쓰던 호칭이에요. 1품만 돼도 '합하'예요…낮춰 부르던 관습인데, 그걸 민주국가가 됐으면 당연히 버려야 되는 거였죠.]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전하도 있고 합하도 있는데 굳이 대통령 호칭 뒤에 왜 각하를, 따지고 보면 낮춰 부르는 셈인 것을 높임말로 쓰게 된 상황이 됐는데, 왜 그렇게 됐을까요?

[기자]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일본을 참고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갓카'라고 해서 메이지 시대 일왕이 임명한 고위관료, 특히 군 장성을 이렇게 불렀는데, 일제강점기 때 부임한 총독들이 대부분 군 출신 아닙니까? 그래서 총독도 다 각하라고 불렀던 거죠.

임시정부에서도 각하라는 말은 쓰였고요,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 대통령뿐 아니라 부통령, 총리, 장관까지도 각하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요즘 일본에서도 이 말을 쓰고 있을까 알아보다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종문 교수/한신대 일본학과 : 일본 내 주요요인들에 대해서 '각하'라는 용어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고요. 다만 외무성에는 외국의 요인이나 정부 수뇌에 대해서는 '각하'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군부의 강압적인 분위기를 비꼬거나 비판하는 TV프로그램에서 '각하'라는 용어를 쓰는 경우가 발견되곤 합니다.]

[앵커]

일본에서도 제국주의 시대에 쓰인 단어지, 요즘은 안 쓰인다, 오히려 권위주의적인 사람을 비꼴 때 쓴다, 그러니까 전혀 다른 상황인 거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상당히 초기에 이 말을 없애자는 의견이 있긴 있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해방 이후인 1951년에, 각하 칭호는 관존민비적인 단어다, 그래서 앞으로 폐지한다 이런 공식 발표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전쟁통이어서 그랬는지 그냥 흐지부지됐습니다.

[앵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각하라는 호칭에 대해 해명을 좀 했다면서요?

[기자]

일단 이완구 후보자 측은 그동안 별문제 없이 계속 써온 호칭이라는 설명입니다.

이희호 여사도 오바마 대통령 노벨상 수상 당시 축하서신을 보내면서 각하라는 단어를 썼고요, 노무현 대통령도 부시 대통령 방한 때 '각하'라고 불렀다는 거죠. 또 역대 국회의장들도 해외 정상에게 보내는 서신에 각하라고 부르는 것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해외 정상들을 보통 Excellency라고 부르는데, 이걸 번역하면 '각하' 정도 된다는 겁니다.

[앵커]

실제로 번역하면 '각하'가 맞습니까?

[기자]

일단 포털에서 검색해 보면 '각하'라고 나오기는 합니다.

그런데 영영사전을 보면 '국가의 특정 고위직에 대한 호칭' 정도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실제 국가 수반들 만나는 현장에서 통역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이야기 들어봤습니다.

[이창수/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 그런 게 우리나라에 정립되어 있는 기준이 있다면 모르지만… 사용하는 사람 마음이죠. 물론 '각하' 같은 호칭은 너무 권위적인 느낌이 있으니까… 그런 건 좀 시대 발전에 뒤떨어지니까 폐기하고, 다른 대안을 찾아서 쓰면 되는 거죠. '총리님' 하는 식으로 '님'자를 붙이면 되겠죠. 우리말로 번역할 때.]

[앵커]

그러면 결론적으로 이완구 후보자는 대통령에게 각하라는 말을 계속 쓰는 게 옳겠습니까, 아니겠습니까?

[기자]

결론을 내리기 전에 화면 하나 잠깐 보겠습니다.

[대통령 각하께서는 부인을 동반하시고 특히 이번 각하의 80회의 탄신을 경축하기 위하여…]
[제11대 전두환 대통령 각하의 취임식이 베풀어진 이 날…]

각하라는 이야기 들었을 때 앞서 보신 내용 떠올리시는 분들 많았을 겁니다.

말의 유래, 옳고 그름을 떠나서 혹시라도 그 말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고, 또 그래서 불편해하는 국민이 있다면 대통령 입장에서 "그렇게 부르지 마십시오" 먼저 얘기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런 걸 다 떠나서 맨 처음에 저희가 짚어드렸던 대로, 전하 합하 같은 명칭보다 격을 낮춰 부르는 거라면 굳이 대통령에게 쓸 필요는 없지 않은가, 오히려 들으면 기분 나빠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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