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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책문' 속 고민과 '수능 출제방식' 재검토

입력 2014-11-26 21:31 수정 2014-11-26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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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2부의 문을 열겠습니다. 앵커브리핑으로 시작합니다

오늘(26일) 앵커브리핑이 주목한 단어는 '책문'(策問)입니다.

조선시대 왕이 관료를 뽑을 때 출제한 일종의 논술시험 문제를 말합니다.

당시 왕들은 이런 문제들을 냈다고 하는군요.

"그대가 공자라면 어떻게 정치를 하겠는가"

중종이 출제한 시험문제입니다.

30대의 광해군은 "섣달 그믐밤의 서글픔, 그 까닭은 무엇인가" 이런 책문을 내놓았습니다.

당시 여든을 넘긴 급제자가 나온 것이 화제가 되었을 만큼 암기와 벼락치기로는 절대 풀 수 없는 문제들입니다.

수많은 독서와 사색을 통해야만 답안을 써넣을 수 있는 문제들…선비들의 학문적 깊이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겠지요.

"수능 출제방식을 재검토하라"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지시를 내렸습니다.

무려 64만 명이 응시한 수능은 올해 2년 연속 출제 오류사고를 냈습니다.

실수 안 하기 경쟁이 되어버린 수능시험이 정작 출제에서 실수를 저지른 셈이었죠.

수능이 아니라 "무능", 수학능력 '시험'이 아니라 수학능력 "실험" 이란 비아냥이 나올 만큼 수능은 어느새 조롱거리로 추락했습니다.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가 이런 말을 했더군요.

"한국 학생들은 하루 열 시간 이상을 필요치 않은 지식을 배우느라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아마도 금방 대책은 나올 겁니다.

'출제 방식을 바꾸라'는 대통령 지시가 있었고. 제도에 대한 문제점이 불거질 때마다 어떤 식으로든 해법은 나왔으니까요.

그러나 지금 우리는 단순히 수능 출제방식을 바꾸는 것을 넘어 보다 근본적인 고민을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단 한 번 시험으로 12년 배움의 결과를 측정하는 것이 마땅한 것인가. 그리고 그 시험을 통해 64만 청춘의 인생 등급을 매기는 것이 합당한가.

시대의 과제는 무겁고도 깊습니다.

여기서 다시 조선시대 '책문'을 꺼내봅니다.

"우리의 교육제도는 어떠하며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말해보라"

1558년 명종 13년 생원회시에 출제된 문제입니다.

아. 그 때도 이런 고민이 있었던 거군요.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는 시대에도 그런 고민은 분명히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이 시험에 급제한 조종도는 책문에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수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경쟁시켜 등용하고 그 다음엔 의심치 않으니 교육이 쇠퇴하는 주된 원인은 바로 이것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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