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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 '제2롯데월드' 허가, MB 정권 때 기류 급변…왜?

입력 2013-12-01 21:20 수정 2014-05-3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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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상 555m에 123층 규모. 2016년 완공 예정인 제2롯데월드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최근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에 헬기가 충돌하면서 부근에 세워질 제2롯데월드의 안전 문제가 다시 불거진 건데요.

박성훈, 이가혁, 정종훈 기자가 제2롯데월드의 비행 안전성 논란을 심층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달 16일, 서울 강남 주택가 한복판에서 일어난 헬기의 아파트 충돌 사고. 사상 초유의 사태에 놀란 시민들이 눈을 돌린 곳은 인근에 건설 중인 제2롯데월드입니다.

추락한 헬기가 착륙하려 했던 잠실 헬기장에서 불과 2.8km 거리인데다 규모가 123층, 555m 높이입니다.

그런데 군사 전문가들이 주목한 건 헬기장이 아니라 5.5km 거리에 있는 성남 공군기지, 서울공항입니다.

서울공항 뒤편 산에서 공항 너머로 제2롯데월드를 바라보자 제2롯데월드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집니다.

이 엄청난 높이의 건물이 공군기에 커다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2월. 공군 간부가 제2롯데월드를 높게 지으면 안된다고 강조합니다.

[최차규/당시 공군본부 전략기획처장 : 공군의 입장에서 안전 측면에 명백한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어….]

1995년 제2롯데월드 계획이 처음 공개된 이후 공군은 비행 안전을 위해 높이를 203m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10년 넘게 유지했습니다.

서울 공항에서 공군기가 뜨고 내릴 때 건물 꼭대기에 걸리지 않는 높이가 203m라는 겁니다.

그런데 2009년 공군의 입장은 180도 달라졌습니다.

[박연석/당시 공군 제15혼성비행단장 : 제반 조치들이 모두 이뤄진다면 서울 기지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봅니다.]

공군의 입장이 바뀌자 제2롯데월드는 2009년 3월 555m 높이로 허가를 받았습니다.

3년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참여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까지 정부의 고도 제한 입장은 확고했습니다.

[박현재/예비역 공군 대령 : 그 때도 (고도를 제한하지 말아 달라는) 민원이 있었는데 작전계획 처장이 불가하다고 보고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취임 두 달 만에 이 전 대통령은 제2롯데월드 건설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을 국방부장관에게 지시했습니다.

이 때까지도 군의 입장은 완강했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2008년 8월의 군 보고서.

활주로 변경 등 4가지 안이 검토됐지만 결론은 역시 제2롯데월드의 고도 제한이었습니다.

당시 김은기 공군참모총장 등 공군 수뇌부는 롯데월드 건설 이후를 가정해 타워팰리스 인근을 비행해 봤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의견은 "항로와 건물이 예상보다 더 가깝게 느껴진다"는 것.

그런데 보고서 제출 한 달 뒤 김 전 총장이 경질됩니다.

이듬해 1월 다시 열린 행정조정위원회. 군의 입장이 달라졌습니다.

[김광우/당시 국방부 군사시설기획관 : 아쉬움은 있습니다만 안전이 보장되고 우리 공군의 작전 임무수행에는 제한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롯데측 비용 부담으로 동편 활주로 각도를 3도 변경하고, 제2롯데월드 주변으로 접근하는 항공기에 대한 감시, 통제 체제를 구축하며, 주변을 비행하는 조종사에게 빌딩의 위치 정보 등을 제공하는 경보체계를 항공기에 장착하는 등의 조건으로
건축 허가가 났습니다.

이렇게 해서 김영삼 정부 때 처음 계획이 나온 후 14년간 막혔던 사업이 이명박 정부 출범 1년여 만에 허가를 받았습니다.

지난 정부 고위관계자는 김은기 전 참모총장 교체 등 모든 조치가 합리적 판단에 따른 것일 뿐이라며 "총장을 바꿔야 될 시점이어서 바꾼 거지 롯데와 관련 있는 건 아니다", "다음 인사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고위관계자도 의혹을 일축했습니다.

[당시 청와대 고위관계자 : 금융위기 지나고 나서 경제살리기 해야 한다고 안보나 사고 위험 이런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예요.]

[앵커]

네, 취재기자와 잠시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박성훈 기자, 10년 넘게 반대해온 공군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입장이 바뀌었다는 건데, 공군 측 설명의 핵심이 뭔가요?

[기자]

롯데 측에서 활주로 변경 등 안전 관련 비용을 대기로 했고, 법적 기준도 충족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어서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앵커]

그런데도 조종사들은 우려를 계속 하네요?

[기자]

예. 아직도 많은 공군 출신 비행사들은 많은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날씨나 기계 고장 등 변수가 많다는 겁니다.

그래서 취재진은 전문가 도움을 받아 시뮬레이션 해봤습니다.

서울 잠실의 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 지상에서 가까운 층은 유리로 둘렀고, 중앙 골조는 벌써 50층 가까이 올라갔습니다.

2016년 이 건물이 완공되면 어떤 상황이 될까. 취재진은 조종사들이 사용하는 비행 시뮬레이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완공 후 상황을 구현했습니다.

서울공항 활주로를 따라 비행기가 이륙합니다. 시속 300km까지 속도를 올립니다.

비행기는 이륙 1분 여 뒤 제2롯데월드 옆을 지나게 됩니다.

매번 이륙 때마다 건물에서 멀어지기 위해 오른쪽으로 선회 비행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유지되는 건물과의 거리는 2.5km 남짓.

그렇다면 착륙은 어떨까.

서울 공항의 비행 차트를 입수해 군 비행기의 착륙 경로와 동일하도록 시뮬레이션 해봤습니다.

항공기는 20km 밖에서부터 거의 일직선으로 공항을 향합니다.

고도가 내려갈수록 제2롯데월드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 옵니다.

건물 바로 옆을 지날 때 비행기의 고도는 280여 미터, 제2롯데월드 전체 123층 중 60층 정도의 높이로 비행기가 지나는 셈입니다.

이 때 제2롯데월드와의 이격 거리는 약 2km.

시뮬레이션을 관찰한 전직 공군 전투발전단장은 불안감을 표합니다.

[이희우/전 공군 전투발전단장 : 조종사들은 접근할 때마다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느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안개가 끼면 더 심각해집니다.

시정 1.2km 수준의 안개 상황을 설정했습니다. 제2롯데월드는 조종석에서 희미하게 보입니다.

이번에는 아이파크 헬기 충돌 당시와 비슷한 시정 800m 수준. 바로 옆을 지나는데도 제2롯데월드의 육안 식별이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오늘 오전 안개가 낀 서울공항에서는 제2롯데월드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최악의 경우, 20km 떨어진 착륙 유도 지점에서 9도만 벗어나면 건물과 충돌할 수 있습니다.

[조진수/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 : 여러 가지 원인이 있는데 악천후라든가. 문제는 비행기가 항로를 이탈해서 통제 불능 상태가 됐을 때가 문제인 것이죠.]

그러나 공군측은 서울 공항은 안개가 끼면 계기 비행으로 유도하고 시정 800m 이하일 때는 아예 비행을 불허하기 때문에 안전이 보장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비행에 별 문제가 없다는 조종사 의견도 있습니다.

[박현재/예비역 공군 대령 : VFR(시계비행) 상태에서는 조종사들이 눈으로 보고
활주로를 찾아서 문제가 없죠. 날씨만 좋으면….]

[앵커]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가, 최대 변수일 것 같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공군측은 날씨가 안 좋으면 비행기가 안 뜬다고 하지만 전투 비행사 출신들은 돌발 변수가 언제든 생길 수 있다고 말합니다.

특히 서울공항은 유사시 북한에 대응하기 위한 최전방 공항이기 때문에 우려가 커집니다.

[앵커]

그런데 이미 법적 절차가 끝나서 되돌릴 수 없는 것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조차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진단이라도 다시 해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함께 보시죠.

북한과 전투를 가상한 영화의 한 장면. 전투기가 서울 도심 상공의 초고층 빌딩에 부딪히면서 유리창이 깨지고 사람들이 달아납니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가상 상황입니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제2롯데월드 건물에는 충돌경보장치가 설치됩니다.

비행기가 접근하면 충돌 25초 전부터 경보가 울리는 장치입니다.

[conflict!(충돌), conflict!(충돌)]

경고음에 따라 조종사가 피할 수 있지만 한계도 있습니다.

[김철우/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특히 전투기처럼 속도가 아주 빠르고 다양한 조작을 해야 되는 경우에는 효과적이지 않고 불완전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서울공항은 평소엔 정찰기와 수송기가 뜨고 내리지만 유사시엔 최전방 공군 전략기지입니다.

2006년 건교부 의뢰로 만든 비행안전평가 보고서. 군용기의 충돌 위험성이 등장합니다.

수송기가 서쪽으로 도는 경로가 제2롯데월드에 182미터까지 근접할 수 있다는 것.

보고서는 서울공항의 서편 운행에 영향이 있다고 결론내렸습니다.

[안규백/민주당 의원 : 군용 공항의 기능도 일부 마비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안보와 특정 기업이 이익을 너무 쉽게 맞바꾼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공군측은 보고서를 반박합니다. "현재 공군에서는 그런 기준을 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3년 뒤인 2009년, 제2롯데월드 허가 직전 실시된 비행안전성 검증 최종보고서. 결론 부분에 9번이 빠져 있습니다.

취재진이 중간보고서를 입수해 비교해보니 9번은 바로 "서편 운행이 영향을 받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2006년 안전성 평가에서 지적된 안전 문제입니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롯데 측은 국내 항공 전문 기관과 전문가들의 충분한 검증을 거쳐 여러 보완책도 마련한 만큼,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됐다는 입장이 확고합니다.

박원순 서울 시장도 건축 허가를 번복하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상상도 못했던 아파트 헬기 충돌 사고 이후, 여당에서조차 나오는 우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있는 것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혜훈/새누리당 최고위원 : 적어도 1조 7000억짜리 공사라면 3-4개월, 용역비도 1억 5000쯤이 통상인데 9일 만에 용역비도 2900만 원 정도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정도의 검증밖에 안된다면 이걸 누가 납득 할 수 있겠습니까. 국민안전, 국가안위 둘 다 걸린 문제이므로 굉장히 철저하고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안전 검증을 다시 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제 주장입니다.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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