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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체크] 70년 다 되어가도 "우리 발밑엔 아직 지뢰 82만발"

입력 2022-01-01 19:44 수정 2022-01-02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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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뢰가 터져 크게 다치는 일이 해마다 되풀이 되죠. 농사를 지으려다 밭에서 지뢰가 발견돼 땅도 마음대로 못 가는, 그런 일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휴전한 지도 이제 70년이 다 돼 가는데, 여전히 우리 발 밑에는 지뢰 82만 발이 묻혀 있는 걸로 추정되는데요. 

크로스체크 윤재영, 서준석 두 기자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지뢰 공포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 파주 민간인통제구역 안에 땅을 갖고 있는 김병섭 씨는 지난 2년간 자신의 밭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김씨의 땅에서 지뢰 수십 개가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군은 김씨 땅에 접근을 막아둔 채 2년이 넘도록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병섭/밭주인 : 아무런 조치가 없습니다. 지금도 없습니다. 철조망 치고, 못 들어가게 하는 것밖에는…]

김씨 땅에서 지뢰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2010년에도 김씨는 밭을 일구려 땅을 다지다가 지뢰를 발견했습니다.

군에 신고를 하고 제거해달라 요청했지만 5년 넘게 아무런 조치가 없었습니다.

[김병섭/밭주인 : '현재 군이 능력에 한계가 있어 위험하니깐 들어가지 마십쇼' 제가 통보를 받았죠. 5년을 기다려도 안 해주니깐 제가 지뢰 제거하는 업자를 찾아서 지뢰를 제거하게 된…]

결국 김씨는 스스로 민간업자를 불러 지뢰를 제거하고, 농사를 지었습니다.

그러다 2019년 말 김씨가 추가 개간을 하다 지뢰를 또 발견했습니다.

군은 이번에 김씨를 고소하고, 1년간 민간인통제구역 진입을 제한했습니다.

[김병섭/밭주인 : (지뢰를) 제거한 지역까지도 지뢰지대라며 철조망을 치고 못 들어가게 한 거야.]

지뢰가 실제 터져 고통받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난 6월 경기도 고양 장항습지에서는 유실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뢰가 폭발했습니다.

이 사고로 환경 미화작업을 하던 김철기 씨는 다리를 절단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철기/지뢰 폭발 피해자 : 국방부는 계속해서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예요. 보상도 보상이지만 불편함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데 사과 한마디도 없었고…]

남과 북이 정전협정을 체결한 지 70년이 다 돼 가는 요즘,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지뢰의 위협은 단지 전방에서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서울 서초구 우면산 자락. 군이 과거 지뢰를 매설해 뒀던 곳입니다.

군사 목적이 사라진 지는 수십 년. 그러나 지뢰 제거는 지난해 10월에야 마무리됐습니다.

이렇게 지뢰가 매설된 후방 지역은 36곳. 약 3000발의 지뢰가 매설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부산 태종대, 경기 남한산성처럼 대부분 인근 주민이 자주 찾는 등산로 등 생활권입니다.

군은 1998년 후방 지역 지뢰를 제거하기 시작했으나 20년간 끝나지 않았고, 2019년에 지난해 10월까지 마치겠다고 다시 약속했습니다.

새해가 밝은 지금은 어떨까.

군은 현재 8곳이 완료됐고, 13곳이 최종 점검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나머지 열다섯 곳은 올해까지로 한 번 더 미뤄졌습니다.

올해 제거가 완료된다 해도 관문은 또 있습니다.

지뢰가 제거된 곳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공간을 개방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겁니다.

[서재철/녹색연합 전문위원 : 20년 가까이 지뢰 제거하면서도 안심을 못 하기 때문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과거 지뢰지대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는…]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방부가 지뢰 제거 완료 후에도 잔여 지뢰를 우려해 차단시설로 일반인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확인 지뢰 지대부터 후방까지 군 단독으로 제거 활동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행안부 등이 참여하는 전담기구를 만들고 민간의 힘도 빌려야 한다는 겁니다.

[김기호/한국지뢰제거연구소장 : 군사작전상 필요성이 없는 지뢰는 지뢰 제거 전문기술을 갖고 있는 민간을 활용해서 하루빨리 지뢰 제거를 하는 것이 국가 안보에도 도움이 되고…]

실제 캄보디아 등 지뢰가 많은 동남아 일부 나라는 민간의 적극적 참여로 빠른 진척을 일궜습니다.

국방부는 이와 관련된 법제화를 추진 중이며 법제처로부터 심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화면제공 : 녹색연합, 유튜브 'APOPO')
(영상그래픽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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