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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의원 193명 '관광 일정' 빼곡…섭외도 '여행사 몫'

입력 2024-05-06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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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회의원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감시가 느슨한, 구의원 같은 기초의원들은 '외유성 출장'으로 논란이 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저희가 서울 구의회 25곳을 전수조사해봤더니, 상반기에만 해외로 떠나는 구의원이 200명 가까이 되고 관광으로 의심되는 일정들이 많습니다.

먼저 신진 기자입니다.

[신진 기자]

코알라를 만날 수 있는 시드니 동물원, '호주의 그랜드캐년' 블루마운틴 협곡까지 여행사 패키지 필수 관광 일정입니다.

그런데 이 문서, 여행사 책자가 아닌 서울 중구 의원 출장 계획서입니다.

오는 12일, 의원 7명이 호주로 6박 7일 동안 떠납니다.

출장 목적은 '100세 시대에 대비해 선진 복지 도시 정책을 배우겠다는 겁니다.

100세 시대와 동물원, 협곡은 무슨 관계일까.

블루마운틴에 가는 이유, 남산 한옥마을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서울 중구의회 심의위원 : 여기랑 한옥마을이랑 다른데? 짜맞추기식이죠.]

정말 가야 할 복지 시설은 어디인지, 누굴 만날지도 명확치 않습니다.

의회에 문의했더니 자신들도 잘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서울 중구의회 관계자 : 확인을 해보고 말씀을 드려야 될 것 같거든요. 업체, 여행사 (통해서) 하고 있거든요.]

광진구 의원 8명은 오는 13일 스페인으로 떠납니다.

8박 10일 가운데 나흘은 공식 일정 자체가 없습니다.

유명 관광지는 빼곡합니다.

[추윤구/서울 광진구의회 의장 : 눈으로도 보는 것도 벤치마킹이 되니까. 어디 숙소에 가서 드러누워 있을 수도 없고…]

감시해야 할 심의위원들, 이런 출장을 독려했습니다.

"마음가짐에 따라 관광이 될 수도, 배움의 터전도 될 수 있다"며 승인했습니다.

서울 25개 구의회 중 16곳이 상반기에 출장을 갔거나 갈 예정입니다.

8억 2500만원을 씁니다.

[앵커]

의원들의 '외유성 출장'은 보통 관광 일정들 사이에 현지 기관 방문 일정을 끼워 넣어 구색을 맞추는 식이 많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취재해보니, 이런 식으로 사실상 관광인데 출장처럼 보이게끔 의원들에게 일정을 짜주는 여행 업체가 따로 있었습니다.

이어서 이은진 기자입니다.

[이은진 기자]

이 여행사 대표는 오랫동안 의원들 해외 출장 일정을 짜왔습니다.

어렵게 만나 설득했습니다.

어느 국가를 갈지 결정해 둔 의원들은 '키워드'만 준다 했습니다.

[여행사 대표 : 복지 관련이다, 아니면 건설 관련이다…]

그러면 주제에 맞춰 방문 기관을 찾습니다.

관광 일정 사이에 이 기관 방문을 끼워 넣습니다.

그런 뒤 방문 승인과 내용 조율도 여행사가 한다고 했습니다.

[여행사 대표 : 질문지를 주면 그걸 이제 저희가 번역을 해가지고 현지에 보내죠.]

이런 여행사들, 직원 몇 안 되는 영세 업체가 대부분입니다.

해외 공공기관 섭외가 쉬울 리 없습니다.

[여행사 대표 : 공식 방문 업체 수배하는 게 힘들어요. 특히 그게 선진국일수록…]

관계자 면담 없이 시설만 둘러보고 오는 경우가 많은 이유입니다.

다녀온 뒤에는 보고서까지 여행사 몫인 경우도 있습니다.

[여행사 대표 : 공무 일정에 맞는 자료 준비를 해달라는 거죠. 갔다 와서 자기들도 이제 보고서도 써야 되고…]

지난해 부산 강서구의회는 보고서에 여행사 홈페이지 사진을 그대로 담기도 했습니다.

원래 출장 목적보다는 어느 여행사가 이런 서비스를 잘해주는지가 계약 기준입니다.

[이재호/부산참여연대 간사 : '어디 업체가 좋다더라, 잘해줬다더라…' 물밑으로 수의계약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제대로 감시해야 하고 무엇보다 염치가 필요합니다.

[화면출처 호주 관광청·유튜브 'asilicadelaSagradaFamilia' / 영상취재 조선옥 / 영상디자인 곽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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