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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 폭발'로 잃은 보통의 삶…시민 발밑에도 수천 발 묻혔다

입력 2021-12-17 20:14 수정 2021-12-17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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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6월 경기도 고양시 장항습지에서 지뢰가 터졌습니다. 환경정화작업을 하던 50대 남성이 오른쪽 다리를 잃고, 지금도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전방 지역뿐 아니라 이렇게 시민들이 자주 오가는 곳에도 지뢰가 묻혀있지만, 정부는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시민들 발밑이 안전한지 김민관 기자가 추적했습니다.

[기자]

2019년부터 경기 고양시에서 환경 정화작업을 해온 김철기 씨.

지난 6월 지뢰가 터져 신체 훼손 사고를 당했습니다.

[김철기/장항습지 지뢰사고 피해자 : (훼손된 다리) 아랫부분이 뜨거운 느낌이 듭니다. 잠들기 힘들 정도로 환상통이라는 게 굉장히 고통스럽습니다.]

집 안에서 움직이는 것도 버겁습니다.

[김철기/장항습지 지뢰사고 피해자 : (새벽에) 화장실을 가려면 비몽사몽 의족을 끼고 움직이기도 힘들고… (바지를 입을 때) 발을 끼우기가 어려우니까 발을 집어넣고 입어야 하는 그런 상황입니다. 앉아서 바지를 입어야 하고…]

사고가 일어난 습지는 간단한 예약만 하면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곳입니다.

이곳은 얼마 전 지뢰 폭발사고가 벌어진 고양시 장항습지입니다.

현재 고양시 주변에만 130여 발의 지뢰가 묻힌 것으로 추정됩니다.

문제는 지뢰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몸체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탓에 금속탐지기로 발견이 어렵고 크기도 작아 수풀 사이에 묻혀 있으면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군 당국은 보상에 소극적입니다.

[김철기/장항습지 지뢰사고 피해자 : 국방부는 계속해서 대화를 거부하는 상태예요. 사고가 나서 불편함을 안고 살아가야 하잖아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사과 한마디도 없었고…]

군은 '2018년 이후 관리책임이 고양시로 넘어갔다'는 입장만 밝혔습니다.

장항습지는 올해 지난 5월 람사르 습지에 등록돼 세계적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 달 뒤 지뢰 폭발 사고가 일어나 관광지 개발에 차질이 생긴 상태입니다.

시민들의 출입도 통제됐습니다. 문제는 이곳만이 아닙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뢰는 82만여 발입니다.

대다수는 전방지역에 매설됐지만 서울 우면산, 부산 태종대, 경기 남한산성 등 시민 발길이 잦은 곳에도 지뢰 3천여 발이 묻혀있습니다.

경기 북부 지역에만 지뢰 700여 발, 부산에도 제거 대상 지뢰가 약 150발 묻혀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정부는 '보안'을 이유로 지역 주민들에게조차 지뢰 정보를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국방부가 편성한 지뢰 제거 예산은 지난해 79억 원에서 올해 40억 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국민권익위는 국방부에 1년에 2차례 이상 지뢰 정보를 지방자치단체와 공유하라고 했습니다.

또 국민안전과 사유재산 보호를 위해 관련 법 개정에 나서라고 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조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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