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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서거 200주년…'영웅 vs 독재자' 현지 논쟁|아침& 세계

입력 2021-05-06 08:50 수정 2021-05-06 13:37

이승근 계명대 교수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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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근 계명대 교수 연결


■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이정헌


어제 5월 5일은 프랑스 황제였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세상을 떠난 지 200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나폴레옹을 어떤 인물로 기억하고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를 놓고 새삼 뜨거운 논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군사 박물관에 있는 나폴레옹 묘역에서 어제(5일) 서거 200주년 추모 행사가 열렸습니다. 나폴레옹은 1804년 프랑스 황제로 즉위했습니다. 이후 수많은 정복 전쟁을 통해 프랑스를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제국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국민적인 영웅으로 추앙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1900년대 들어서면서 좌파 진영을 중심으로 나폴레옹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무리한 전쟁으로 프랑스 국민 600만 명을 희생시킨 '전쟁광'이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1794년 프랑스 대혁명 당시 폐지됐던 노예제를 되살린 것도 나폴레옹이었습니다. 지금도 프랑스에서는 나폴레옹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프랑스 시민의 말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파리 시민 : 그는 '위대한 프랑스 정치인'과 '독재자'라는 평가 사이에 있습니다. 나폴레옹 법전 등 위대한 업적을 남겼지만, 혁명 이후 사람들의 열망을 꺾기도 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나폴레옹 서거 200주년 추모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묘역에 꽃을 바쳤고 나폴레옹 관련 논쟁에도 불을 붙였습니다. 일각에서는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추모한 것에 대해 부적절 하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단지 역사를 직시 하겠다는 것"이라며 "나폴레옹을 일방적으로 찬양 하거나 저평가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의 추모 연설도 들어보시겠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프랑스 대통령 :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우리의 일부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의 이름을 말하면 수많은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폴레옹 서거 200주년을 맞아 그와 관련된 진귀한 물품들도 공개됐습니다. 나폴레옹이 입양한 딸이 소유했던 화려한 보석들은 다음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경매에 나올 예정입니다. 파리의 한 경매장에서는 나폴레옹 유품 3백 60여 점이 선을 보였습니다. 나폴레옹의 이름 첫 글자가 새겨진 스타킹과 친필 서명이 적힌 서신은 물론이고 그가 사망한 뒤 부검을 하면서 사용됐던 천도 공개돼 관심을 모았습니다. 앞서 2014년에는 나폴레옹의 모자가 25억 8천만 원에 한국 기업인에게 낙찰된 적도 있습니다. 나폴레옹 서거 200주년을 맞아 프랑스 현지에서 다시 불붙고 있는 나폴레옹에 대한 평가 논란 프랑스 전문가와 좀 더 자세하게 짚어 보겠습니다. 전 한국 유럽 학회장을 지낸 바 있는 이승근 계명대 교수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 나폴레옹에 대한 평가가 다시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평가들이 나오고 있는지 먼저 살펴보죠.

    나폴레옹은 프랑스 대혁명 이후 프랑스와 유럽 제국들과의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1799년 쿠데타로 집권하게 됩니다. 그는 1804년 황제로 즉위하는 가운데 프랑스를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로 만들었고 프랑스 국민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리더십을 발휘하며 국민적 영웅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그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나폴레옹이 모든 사람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민법을 정립하였고 중앙은행 설립 및 고등교육 시스템 마련 등 문화적 개혁을 통해 근대국가로서 프랑스의 토대를 튼튼히 하는 굵직한 족적을 남긴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폴레옹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입장에서는 그가 프랑스 대혁명 이후 폐지된 노예제도를 부활시켰고 여성에 대한 차별적 조항을 민법에 넣었으며 프랑스 혁명정신에 반하여 황제에 취임한 것에 대해 비판하고 있습니다. 또한 당시 유럽에서의 많은 전쟁을 통해 600만 명의 군인과 민간인을 희생시켰다는 점 등을 그의 과오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 그런데 이 같은 논란 속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나폴레옹 묘역을 직접 참배했습니다. 그동안 공식적인 평가를 자제해 왔다고 들었는데 어제는 이렇게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특별한 의도가 있을까요?

    나폴레옹 평가와 관련하여 끝없는 논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일부 역사학자들은 일체의 나폴레옹 관련 행사에 대통령이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점 등을 감안하며 시라크 전 대통령은 2005년 아우스터리츠전투 승리 200주년 기념 행사에 불참하였고 마크롱 대통령도 2019년에 열린 나폴레옹 탄생 2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마크롱은 이번 나폴레옹 묘역 헌화를 통해 프랑스 대혁명의 유산을 공고히 한 그의 업적 강조함으로써 나폴레옹 이후 프랑스에서 최연소 지도자로 선출된 자신이 나폴레옹과 같이 젊고 강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정치적 저의도 깔려 있다고 보입니다. 한편 이러한 자신의 행보를 통해 나폴레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우파 세력의 지지를 받아냄으로써 내년 4월에 있게 되는 대선에서 재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 또한 하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이처럼 여러 가지 논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나폴레옹이 프랑스 역사에 남긴 족적은 분명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지 않겠습니까? 앞으로 논쟁과 공방 계속될까요?

    우리가 통상 역사를 평가할 때 평가하는 시대마다 당대에 통용되는 규범 속에서 판단함으로써 과거의 역사에 대해 전과 후의 가치판단을 내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폴레옹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로 200여 년 동안 전과 후의 가치판단이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현재 나폴레옹 사망 200주년을 계기로 프랑스에서는 그에 대한 각종 전시회와 기념사업이 열리고 있고 프랑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이 누구냐에 대한 2019년의 한 여론조사에서 나폴레옹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여전히 그는 프랑스 국민의 관심 속에 있다 하겠습니다. 이러한 면에서 나폴레옹 사망 200주년 관련 행사는 매우 의미 있다 하겠는데 이를 계기로 프랑스 국민들이 나폴레옹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내림으로써 더 이상의 분열을 막고 이러한 평가 결과를 후세에 남길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때라고 봅니다.


"나폴레옹의 선동적인 유산이 프랑스를 200년 째 갈라놓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나폴레옹 서거 200주년을 맞은 프랑스 현지 상황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일간지 뉴욕 타임스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나폴레옹 묘역 헌화 소식을 보도하면서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 문화 전쟁의 중심으로 들어섰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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