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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마드리드서 투우 경기 재개…코로나 후 처음|아침& 세계

입력 2021-05-05 08:57 수정 2021-05-0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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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이정헌


지난 2일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투우 경기가 열렸습니다. 오랜 기간 텅 비어있던 투우장에 6천여 명의 관중이 모였습니다. 성난 황소가 빠른 속도로 빨간 천을 들고 있는 투우사에게 돌진합니다. 투우사는 빨간 천을 휘두르면서 여유롭게 황소를 조련합니다. 또 다른 투우사는 황소의 공격을 받고 바닥에 쓰러집니다. 황소의 발에 밟히거나 뿔에 찔릴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입니다. 기마 투우사도 등장합니다. 말 위에서 현란하게 창을 다루다가 일격에 황소를 제압합니다. 관중들은 투우사들의 화려한 묘기에 손수건을 흔들면서 환호하고 꽃을 던집니다. 마드리드에 위치한 이 투우장에서 투우 경기가 열린 것은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기 이전인 2019년 10월 이후 처음입니다. 경기장 수용 인원의 40%인 6천 명까지만 관람이 허용됐습니다. 관중들은 열이 있는지 체크하고 거리 두기를 지키면서 입장했습니다. 투우장이 다시 열리기를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고 말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투우 경기 입장객 : 그동안 투우 경기는 없었지만 일요일 아침마다 투우장에 놀러왔어요. (투우 경기가 다시 시작되기를) 정말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이날 경기는 투우사를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렸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스페인 전역에 있는 투우장들은 대부분 전면 폐쇄됐습니다. 투우사들은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었습니다. 해마다 만 마리 정도의 투우용 소를 길러내던 축산 농가들도 곤경에 처했습니다.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투우용 소를 헐값에 도축하기도 했습니다. 그 누구보다 투우 경기가 다시 열리기를 기다려왔던 투우사의 말도 들어보시겠습니다.

[미겔 아벨란/스페인 투우사 : 투우 경기장의 문을 언제 다시 열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많이 불안했고 인내해야 했습니다. 모든 (투우) 지지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하지만 스페인 현지에서는 동물 학대 등을 이유로 투우 경기 재개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좀 더 자세하게 짚어 보겠습니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 전문 기자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 스페인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투우경기입니다. 그만큼 스페인을 상징하는 하나의 전통문화로 여겨져 왔는데요. 스페인 국민들에게 투우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애호가들은 투우가 스페인의 문화 전통이고 또 국민 정체성과 연결된다고 주장합니다. 200년 전에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침략해 왔을 때도 계속했던 국민적 오락이라는 민족주의적 주장도 나옵니다. 지금 보면 코로나 자체가 거대한 산업이기도 한데요. 그런데 문제는 대중의 관심이 축구로 옮아가면서 2007년 국영방송인 떼베애를 시작해서 2011년 스페인 전역에서 투우중계가 중단됐습니다. 이 때문에 사양길을 걸어왔는데요. 이런 과정에서 이제 코로나로 인한 1년간의 공백을 딛고 다시 투우가 시작된 건 그런 스페인 사람들에게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그동안 투우경기가 열리지 못한 것을 반기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투우 반대론자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투우사들도 차라리 다른 일을 찾는 게 낫고 투우경기도 아예 폐지해야 된다, 이렇게 주장을 하고있습니다. 역시 동물학대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겠죠?

    투우 반대파들은 동물이 잔혹한 것은 문화적이지도 않고 스페인적이지도 않다 이런 논리를 펴고있는데요. 이 때문에 스페인 전역에서 지금 투우에 대한 반대가 많고 이에 따라서 이미 91년에 옛날 원양어선 기조로
    유명한 카나리아제도에서 투우가 금지됐고요. 독립 기질이 강한 카탈루냐에서도 2012년부터 투우를 중단했습니다. 그렇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또오로브라부로 불리는 투우용 소는 어떻게 할 거냐 이런 얘기도 있는데요. 수백년간 종자 개량을 하면서 스페인 특유의 종으로 만들었고 3~4년간 인간과 접촉하지 않은 상태에서 방목을 하고 몸집과 체력을 길렀는데 이를 모두 살처분하면 동물 권리라는 반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평생 우리에 갇혀서 가공 사료만 먹다가 살만 찌우다가 1년 만에 도축되는 고기용 소는 과연 동물권리를 제대로 누리고 행복하냐는 그런 반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래된 인간의 오락과 전통 그리고 동물의 권리라는 새로운 흐름이 서로 맞서는 상황입니다.


스페인 언론들은 투우 경기 소식을 스포츠면이 아닌 문화면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단순한 스포츠 경기가 아닌 스페인의 정서를 담은 하나의 문화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동물 복지의 범위가 확대된 시대에 투우 경기는 명백한 동물 학대라는 주장 역시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외신들은 코로나19로 멈췄던 일상이 조금씩 회복되면서 투우장의 문도 열렸지만 투우가 예전처럼 스페인 국민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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