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렇게 학교 폭력을 당했다는 고발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만큼 우리 주위에 학교 폭력의 응어리를 안고 살아왔던 피해자들이 많다는 걸 말해 줍니다. 제 역할을 못 했던 학교를 비롯해 지금 역시 호소할 창구가 온라인밖에 없다는 불편한 현실도 담겨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폭로가 확산될 수록 학교 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도 있지만, 자칫 사실과 다른 주장이 나올 경우 또 다른 피해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김태형 기자입니다.
[기자]
"10년 전 일이라 잊으려 했지만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과거를 모르고 사는 것 같다."
지난주 이재영·이다영 선수에게 중학교 배구부 시절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털어놓은 글, 이 글이 시작이었습니다.
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학교폭력'이라고 검색해 보니 1만3000건 넘는 글이 나옵니다.
[조정실/학교폭력 피해자 가족협의회장 : (나는 이렇게)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왜 벌 받아야 할 아이들이 오히려 저렇게 나와서 사회적으로 인기를 얻고, 너무 억울하다는 호소들을 많이 합니다.]
학교 폭력의 상처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쉽게 치유되지 않는 반면, 가해자가 유명해져 사회에서도 승자의 위치에 서는 것을 공정하지 않다고 여기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의 달라진 소통 환경도 주목했습니다.
[권일남/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 : (온라인에서) 공감해줄 수 있는 여러 사람들이 생겨나고, 이런 얘기를 하면 받아줄 수 있구나 하는 그런 사회적 배경이 어느 정도 형성된 거예요.]
학교폭력 피해자는 2017년 3만 7000명에서 2019년 6만 명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이에 비해 처벌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인식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일종의 '공공 응징'이 이어지는 이유라고 봤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학폭 미투'의 긍정적 측면을 말하면서도,
[조정실/학교폭력 피해자 가족협의회장 : 내가 잘못하면 반드시 죄의 값은 언제든 받을 수 있다고, 오히려 이게 가장 큰 예방효과라고 저는 봅니다.]
무차별적 폭로는 오히려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이창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