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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임기단축 개헌이 질서있는 퇴진?…절차 보니

입력 2016-11-30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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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개헌은 무슨…" 불과 2년여 전, 대통령과 가깝다는 여당 의원(서청원)이 개헌에 대해 한 말입니다. "허송세월하지 말라…" 또 다른 의원(최경환)은 결론도 못 낼 거 시간 낭비 하지 말라고 했죠. 그런데 이들이 개헌을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어제(29일) 대통령 담화 직후부터입니다. 이게 '질서 있는 퇴진'이라고까지 했습니다. 이 주장, 팩트체크에서 다각도로 짚어보겠습니다.

오대영 기자, 헌법을 새로 만들어서 임기 문제까지 해결하자는 주장이죠?

[기자]

맞습니다. 현 대통령의 임기는 언제까지로 한다, 이런 내용을 새 헌법에 담자는 것이죠.

과연 이게 가능한 것이냐, 전례가 있습니다. 1980년과 87년에 헌법이 개정되었는데 제일 끝에 '부칙'이 있습니다.

"대통령의 임기는 이 헌법에 의한 최초의 대통령이 선출됨과 동시에 종료된다", "대통령의 임기는 헌법시행일부터 개시한다"라고 되어있습니다.

이때는 단축은 아니었고요. 임기를 오히려 보장하는 제도가 됐습니다.

[앵커]

이번에는 여기에 임기 줄이자고 넣으면, 하야나 탄핵을 하지 않고도 임기를 단축할 수 있다, 이게 지금 친박계의 주장이죠. 그런데 뒤집어 보면, 이거 넣자고 개헌을 해야 하나, 라는 생각도 듭니다.

[기자]

그렇죠. 친박의 주장은 이겁니다. 어차피 대통령이 임기를 못 채울 것 같다면 헌법을 바꿔서 길을 열어주자는 주장입니다. 그게 명예롭고 질서가 있다는 주장인데 과연 질서가 있을지 따져봤습니다. 절차를 보면 선뜻 동의하기 힘듭니다.

개헌을 하려면 개정안을 공고하고,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2/3가 찬성해야 합니다. 그 뒤 국민투표를 거칩니다. 국민 과반이 투표를 해야 하고, 그중 과반이 찬성해야 합니다. 그래야 확정해 공포·시행됩니다.

[앵커]

아주 까다롭군요. 과반이 투표해야 한다는 건, 투표율이 50% 미만이면 '부결'이 된다는 거네요?

[기자]

네, 부결되면 개헌도, 심지어 대통령의 임기 단축도 없어지는 겁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시간도 상당히 소요됩니다.

공고에 20일 이상, 공고 후 본회의 의결에 최장 60일, 그리고 국민들도 투표해야 합니다. 최장 30일 걸립니다.

이게 또 전부가 아닙니다. 이 앞에 <개헌특위 구성안 발의 → 본회의 의결 → 개헌특위 구성 → 개헌안확정 → 발의>, 이 있는데, 심지어 이건 언제까지 끝내야 한다는 규정조차 없기 때문에 극단적으로는 시간을 끌면 끌 수도 있습니다.

[앵커]

정말 문제는 이 절차군요. 시간도 그렇고, 내용적으로 보더라도 중임제냐, 내각제냐, 의원마다 의견이 다 다를 수 있잖아요.

[기자]

심지어 첫 단추인 '개헌특위' 만드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17~19대 국회에서 이거 하려 했지만, 단 한 번도 발족한 적이 없습니다.

논의를 시작한다 해도 학계, 시민사회 등도 참여할 필요가 있고, 권력구조 외에 지방분권, 기본권, 노동, 환경 등 많습니다.

지금 친박계는 '대통령 임기단축'을 위해 지금 당장 이 과정을 거치자고 하는 겁니다.

1부에서 비박인 황영철 의원도 유사한 입장을 표명했는데 의도는 좀 더 취재해봐야겠습니다.

[앵커]

이거 하다가 임기가 다 끝나겠다라는 말이 과언이 아닌 것 같은데, 그런데 아무리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이게 '옳은 방향'이면 해야 하는 건 당연한데, 과연 그럴까, 이게 핵심 아니겠어요?

[기자]

개헌은 국가의 틀을 바꾸는 작업이죠. 그런데 이걸 '대통령 임기 단축'과 연계시킨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추진한다…뭔가 주객전도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장영수 교수/고려대 (헌법학) : 그것(임기 단축)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 헌법 개정을 한다는 건 지금까지 도대체 헌법개정을 어떤 식으로 생각했는지, 개헌을 단순한 정략적인 수단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으로 느껴지거든요.]

[앵커]

'임기 단축'을 넣는 김에 권력구조도 바꿔보자는 건데 이 둘을 확실히 좀 구별해야 할 것 같은데 언뜻 보기에도 별개로 보이는데요?

[기자]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국회가 '대통령 4년 중임제'와 '박근혜 대통령 임기 단축'이 담긴 개헌안을 추진한다고 치죠.

예시로 만들어봤는데요. 국민투표에 들어가면, 유권자는 큰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내가 대통령 퇴진은 찬성하지만, 4년 중임제에 반대할 경우 어떻게 해야하나요? 퇴진을 원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반대표'를 행사해야 하는 상황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이 투표용지는 1987년 실제로 국민투표 때 쓰였던 그 용지입니다.

[앵커]

그래서 제가 아까 확실히 구별해야 한다는 게 이런 얘기였는데…관계가 없는 걸 한 번에 '패키지'처럼 묶었다는 거죠.

[기자]

일종의 패키지죠. 그래서 자칫 개헌이 대통령 조기퇴진을 위한 일종의 '국민투표'로 변질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가장 최근인 1987년 헌법 개정 때로 돌아가보죠. 당시 민주화 물결이 거셌습니다. 그러나 이 '부칙'을 통해 당시 전두환 대통령은 7년 임기를 그대로 보장받고 임기를 마쳤습니다.

지금은 정반대로 '부칙'에 임기 단축을 넣자고 합니다. 그런데 뒤집어 생각하면 임기 단축이 아니라, 임기를 채우는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다.

탄핵이나 하야는 중도에 내려오는 거지만, 새 헌법에 따라 물러나면, 새 헌법으로 임기를 채운 첫 대통령이 되는 셈이기도 합니다. '헌법훼손'으로 퇴진을 요구받는데, 헌법을 바꿔 오히려 퇴임을 보장하는 셈이 되는 겁니다.

[앵커]

개헌론을 놓고 "불난 집에 군밤 구워먹는다"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죠. 이게 본질은 아닌거죠. 팩트체크 오대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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