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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아기가 타고 있어요' 스티커…사고 때 우선 구조?

입력 2015-09-17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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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운전하고 다니다 보면 차 뒷유리에 이런 스티커 종종 보게 되는데요. 대개 '아기가 타고 있다'는 내용의 스티커인데, 점점 바뀌어서 '성깔 있는 아기가 타고 있다' '열 받으면 후진한다' 이런 내용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내 새끼는 내가 지킨다' 이런 얘기도 들어가 있는데… 어쩌다 이런 걸 붙이게 됐는지, 꼭 붙여야 하는 건지, 또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궁금해하셨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17일) 팩트체크에서 김필규 기자와 함께 한번 점검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도 어린 아이들이 있잖아요. 둘째는 팩트체크와 생일이 같죠? 붙이고 다닙니까?

[기자]

첫째 때는 저도 붙였었는데, 썩 양보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지금 둘째 때는 안 붙이고 있습니다.

[앵커]

별로 소용이 없더라? 그래서 안 붙이고 다니는군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전복사고 같은 게 났을 때, 아이가 잘 안 보이니까 먼저 구조해 달라는 뜻으로 이걸 붙였다는 설도 있는데요, 처음에?

[기자]

많이들 그렇게 알고 계시고요. 또 인터넷과 SNS 통해서도 그런 이야기 많이 전해졌는데요.

저희가 오늘 다음카카오와 함께 이와 관련한 온라인 설문을 진행했는데 3시간 동안 1만4천여 명이 참여해주셨습니다.

정교한 설문은 아니고 일반적인 인식을 묻는 거였는데 실제 10명 중 4명은 그런 구조 목적으로 붙이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여러 설이 있지만 가장 많이 알려진 게 '캐나다에서 큰 교통사고가 났는데 구조가 끝난 뒤에 차가 폐차장으로 옮겨졌다. 그런데 다음날 뒷좌석 밑에서 사망한 아기가 발견됐더라. 그래서 이후부터 이런 베이비 온 보드, 아기가 타고 있다는 표시를 붙이게 됐다'는 건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사실이 아닙니다.

[앵커]

그런가요? 그런 적이 없었다는 얘기죠? (그렇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이야기가 퍼져나갔나요?

[기자]

이 표지판이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게 1984년 9월인데, 당시 운전자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아기가 운전하고 있다', '차에 아무도 없다', '장모님이 트렁크에 타 있다' 이런 패러디까지 마구 등장했습니다.

그러자 뉴욕타임스가 이 기원에 대해 취재에 나섰는데 당시 32세의 마이클 러너라는 사업가가 유럽에 비슷한 게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베이비 온 보드' 표지판을 디자인하게 됐고, 자신의 회사를 세워 이걸 판매했는데 대박을 쳐서 2년간 무려 3백만 개를 팔았다고 합니다.

한편 러너가 교통사고로 아이를 잃은 당사자란 소문도 있었는데 러너는 당시 미혼이었고, 캐나다 사고 이야기도 사실무근이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앵커]

사실무근인 이야기가 많군요. 그런데 실제로 이런 걸 붙였을 때 도움이 안 되지는 않지 않느냐, 그런 얘기도 할 수 있잖아요?

[기자]

실제 구조현장에서는 그런 것에 의존하고 있지 않을까, 도움되지 않을까 해서 구조 관계자에게 물어봤는데 직접 들어보시죠.

[오승훈 행정관/서울소방재난본부 : (뒷유리의 스티커를 확인한다는) 그런 메뉴얼은 본 기억이 없습니다. 사고현장의 차량은 훼손 가능성이 높거든요. 부착형 스티커가 교통사고로 인해 떨어져서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고, 화재로 인해서 타서 없어질 수도 있고. 그런 부분보다 완벽한 검색이 더 중요합니다.]

오히려 이런 스티커가 안전에 방해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한 설문 결과 46%의 운전자가 이런 스티커로 인해 운전에 방해를 받은 적 있다는 응답을 했고, 전체 접촉사고의 20분의 1이 차량스티커로 인한 것이라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앵커]

운전자의 시야를 가릴 수 있으니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또 뒤따라오는 차량의 주의력을 분산시키는 것도 있다는 지적이었는데요.

경찰에 문의한 결과 우리나라에선 과도한 수준이 아니면 스티커 부착이 불법은 아닙니다.

그런데 "어떤 스티커든 운전자 시야에 사각지대를 만들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서 차 안에는 뭐든 붙이지 않는 게 좋다"는 전문가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앵커]

하지만 다른 운전자들에게 양보를 유도하는 효과는 있지 않을까요?

[기자]

그것도 생각해볼 수 있는데, 저희 온라인 설문에서 이런 차량 스티커를 봤을 때 실제 배려 운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지 물었더니 '그렇다'와 '아니다'가 거의 반반으로 갈렸습니다.

[앵커]

'아니다'라는 분들이 생각 외로 꽤 많으시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왜 그럴까 따져봤는데요. 게다가 이렇게 독특한 문구를 부착한 경우 '재미있다', '개성 있다'라고 봐 준 분들도 많았지만 오히려 '기분 나쁘다', '혐오감 든다' 등 부정적으로 본 사람도 34%나 됐습니다.

그러니 이런 스티커가 실제 양보를 유도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상황입니다 .

[앵커]

그런데 이건 사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어떤 사회과학적 방법으로 조사한 건 아니니까 조금 더 면밀한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긴 합니다. 아무튼 보면 개성 있는, 그 개성이 좀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런데 '이런 경우에는 꼭 붙여야 된다'라는 경우도 있습니까?

[기자]

지금 알려져 있었던 게 초보운전자인 경우에는 초보운전자라는 사실을 공지하는 스티커를 꼭 붙여야 된다라고 많이들 그렇게 알고…

[앵커]

그건 잘못 알려진 거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그 부분도 가장 잘못 알려져 있는 부분 중의 하나입니다.

물론 과거엔 가로세로 규격까지 정해서 면허 딴 뒤 6개월 동안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게 했는데, 불필요한 규제라고 해서 1999년 1월에 폐지됐습니다.

요즘 보면 '나 초보니까 가까이 오지 마라', '나 성격 있는 초보다' 이런 다양한 스티커들이 시중에 판매도 되고 있는데, 개성을 표현하려는 게 아니라면 굳이 붙일 필요는 없습니다.

[앵커]

또, 초보는 다른 운전자들이 무시하는 경우가 있어서 나름 또 열 받아서 붙인 분들도 있을 수 있겠죠. 그런데 다른 나라 경우는 어떻습니까?

[기자]

일본의 경우 좀 엄격한데요. 초보운전자뿐 아니라 고령자, 장애인 운전자의 경우 이렇게 각각 스티커를 정해서 붙이도록 법으로 정해놨고요.

영국의 경우 임시면허 소지자라면 '배우는 사람', '러너'를 뜻하는 L자를 붙입니다. 호주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도 붙이게 돼 있는데, 반면 이런 규정이 없는 나라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설문 진행하면서 댓글도 많이 달렸는데, 이런 스티커에 대한 비난, 또 양보를 안 하는 운전자에 대한 불만 수위가 거의 도로 위를 방불케 했습니다.

결국, 안전을 위해 중요한 것은 스티커가 아니라 운전자들의 여유와 배려라는 점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팩트체크였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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