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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대기업 '청년 일자리' 봇물 터졌나?…실상은

입력 2015-09-01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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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팩트체크 시간입니다. 팩트체크 시간이 왜 있는가를 오늘(1일) 증명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너무 크게 얘기했나요?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최근 여러 매체에서 나온 기사제목인데 한번 보실까요?

'기업들 투자 확대로 일자리 늘린다' '대기업 고용대책 봇물' '청년 일자리 창출 팔 걷은 OO그룹'. 여러 대기업들이 한꺼번에 채용계획을 내놓으면서 이런 기사들이 나온 건데, 정말 봇물이 터진 거냐, 제대로 보면 그렇지 않다는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팩트체크에서는 이 부분을 따져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대기업들이 일제히 채용계획을 내놓은 게 지난달이었죠?

[기자]

예, 우선 7월 24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 17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했었죠.

그때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많이 제공될 수 있도록 신규 채용에 적극 나서달라"고 요청했고, 곧이어 기획재정부가 '민관합동 회의'를 열어 민간 부문 16만 개를 포함한 21만 개 일자리를 만들겠단 계획을 내놨습니다.

그러자 지난달 삼성, 현대차 등 6개 그룹이 앞으로 4년간 약 9만6천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겁니다.

[앵커]

9만6천 개라면 사실 굉장한 숫자인데, 대통령이 그렇게 얘기하니까 기업들로서는 매우 성의 있는 응답을 내놨다. 이렇게 봐야 한다는 얘기인가요?

[기자]

그렇게 볼 수 있는데, 그 숫자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삼성그룹은 향후 2년간 3만 명 규모의 일자리대책을 내놨는데, 6개월간의 교육과 인턴십을 통해 삼성 협력사에 입사하는 고용 디딤돌 프로그램, 취업 기술에 대한 교육과 창업 컨설팅, 그리고 신규 일자리 1만 개 창출입니다.

[앵커]

저 위에 두 개는 사실 직원 채용은 아니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실상 인턴 채용과 교육이고요. 새 일자리가 1만 개 만큼 생기는 것. 이 부분은 맞습니다.

그러니 나머지 부분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사실상 인턴, 그리고 삼성그룹사가 아닌 협력회사에서 일하는 게 상당수 숫자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3만 명이란 숫자가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입니다.

현대차의 경우도 2018년까지 역대 최대규모인 3만6천 명을 뽑겠다, 즉 1년에 1만2천 명씩을 뽑겠다는 계획을 내놨는데, 이 중 9500명은 올해 원래 뽑기로 했던 인력이고 또 나머지 1천 명은 앞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함으로써 생기는 여유분으로 뽑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니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생길 수 있는 숫자인 거죠.

[앵커]

거기다 인턴까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인턴이 얼마나 돼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식 직원이 아니니까 또 빼야 하잖아요.

[기자]

네, 그리고 또 그 인턴이 얼마나 정규직으로 전환되느냐 하는 부분도 문제가 있습니다.

[앵커]

신규로 뽑는 인력이 늘어나는 건 사실이지만, 그건 여태까지 있어왔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일 수 있고. 따라서 여태까지 나온 숫자들은 과장된 것이다, 이렇게 봐야 하는 게 맞는 거군요?

[기자]

다른 대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롯데의 경우 2만4천 명 규모의 채용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게 4년에 걸친 수치고 세부계획을 보면 매년 5천~7천 명씩 뽑을 계획입니다.

그동안 매년 4천~5천 명 사이로 뽑아 왔으니 조금 더 많이 계획한 건 사실이지만 2만 명 규모라는 표현은 과장된 면이 있는 거죠.

SK의 경우 '고용 디딤돌'과 '청년 비상'이란 프로그램을 내세웠는데 '고용 디딤돌'은 직무교육과 인턴십, 그리고 '청년 비상'은 창업교육입니다. 물론 상당한 비용이 들겠지만, 취업준비생들이 바라는 직접 채용은 없는 셈이죠.

마지막으로 LG의 경우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3년간 10조를 신규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그러면 1년에 3조가 조금 넘는 건데, LG디스플레이는 최근 몇 년 동안 매해 3~4조 원대 투자를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니 특별히 뭔가 더 늘렸다고 보기 힘든 거죠.

[앵커]

이만큼 내놨는데, 김필규 기자가 쭉 따져봤더니 요만큼 남는 상황이 돼버렸단 말이죠. 기업들은 뭐라고 얘기합니까?

[기자]

이렇게 인턴십이나 교육 프로그램 빼고 나면 6개 그룹에서 이번 대책으로 순수하게 늘어나는 청년 일자리 규모는 9만 명이 아니라 1만6천 명 정도에 그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기업들에게 물어보니 지금 상황에서 이 정도 계획을 내놓기도 쉽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취업 전문가의 의견 들어보시죠.

[서미영/인크루트 상무 : 대통령이 나서서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불구하고 '대기업이 정말 채용하는 거야?'라는 마음이 들 정도의 발표를 하고 있잖아요? 기업 입장에서 보면 대기업도 참 갑갑한 거예요. (채용규모가) 전년 대비 유지 수준이면 감사한 거예요, 지금 (경제상황이) 그만큼 대기업도 채용 여력이 없다는 이야기죠.]

[앵커]

사실 정규직 직원을 뽑으면 정년퇴임 할 때까지 봉급을 다 예상하고 있어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갑자기 그렇게 몇만 명을 더 뽑을 수 있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다, 이렇게 봐야 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취업준비생 입장에선 어떻게든 들어가서 취직해야 하는데, 기껏 나온 것이 교육 같은 것이라면 그건 또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잖아요?

[기자]

그렇죠. 최근 5년간 청년실업률을 보면 8% 수준이던 게 매년 증가해 지난해 10%를 넘었습니다.

또, 다른 세대의 실업률에 비해 청년 실업률이 얼마나 되나를 따져보면 우리나라가 3.5배로 OECD 국가 중 1위입니다.

젊은층의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아주 높다는 건데, 이번 대기업 일자리 대책이 이 통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전문가에게 들어봤습니다.

[우광호 선임연구원/한국경제연구원 : 단기 취업자든지 아르바이트 같은 부분도 경제활동 인구조사로 카운트할 때는 그 사람들이 취업자로 계산되니까. 정부 측에서 고용률 발표하거나 실업률 발표할 때는 지표개선은 틀림없이 나타나겠죠.]

그러니까 이번 대책이 취업준비생들 기대에는 못 미칠 수 있지만, 정부 기대에는 미칠 수 있다는 전문가들 이야기가 나오는 겁니다.

[앵커]

자, 좌우지간 오늘의 결론은 '취업시장에 봇물이 터졌다' 이거는 사실과 다르다. 이렇게 봐야 하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대통령이 기업 총수들에게 당부한 말을 다시 보면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많이 제공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달라"는 것이었는데, 이번 대책 보면 '좋은'보다는 '많이'에만 방점이 찍힌 모습입니다.

'좋은'에 초점 맞춘 대책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 결국 정부의 몫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었습니다.

[앵커]

팩트체크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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