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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회담 2주년…북 "다시는 대가 없이 치적보따리 안 줘"

입력 2020-06-12 18:29

5시 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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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앵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2주년을 맞아 북한 이선권 외무상이 담화문을 내놨습니다. 아무런 대가 없이 미국에 선물을 주지 않겠다.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맞설 '핵전쟁 억제력'을 키우겠다고 했는데요. 실익 없는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 결국은 도발 가능성까지도 암시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신혜원 반장이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2018년 6월 12일) :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우리는 아주 좋은 대화를 할 것이고 대단한 성공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2018년 6월 12일) :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때로는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우리는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2018년 6월 12일) : 옳은 말씀입니다.]

지금 봐도 신기한 투샷, 벌써 2년이 지났습니다. 두 손을 맞잡고 '비핵화'를 약속하는 공동성명까지 발표했지만, 글쎄요. 북한이 6.12 회담 2주년 담화를 발표했는데 북미관계 현주소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가 드러납니다.

[이선권/북한 외무상 (음성대역) : 두 해 전 이 행성의 각광을 모으며 한껏 부풀어 올랐던 조·미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은 오늘날 악화 상승이라는 절망으로 바뀌었고 조선반도의 평화번영에 대한 한 가닥 낙관마저 비관적 악몽 속에 사그라져 버렸다. 조선반도 정세는 날을 따라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지난 1월 임명된 이선권 외무상이 직접 미국을 향해 담화문을 낸 건 처음입니다. 이 외무상은 "북한은 신뢰구축을 위해 핵실험, ICBM 발사를 중단하는 '대용단'을 내렸지만, 미국은 여전히 공화국을 핵 선제 공격 명단에 올려놓고 있다"며 '더 이상 손을 잡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선권/북한 외무상 (음성대역) : 현시점에서 이런 의문점이 생긴다. 실지 조·미관계가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는데 싱가포르에서 악수한 손을 계속 잡고 있을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현 행정부의 행적을 돌이켜보면 정치적 치적 쌓기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는 다시는 아무러한 대가도 없이 미국 집권자에게 치적 선전감이라는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을 것이다.]

몇 가지 해석이 가능한데 우선은 '도발 명분 쌓기'입니다.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이 여전하다는 점을 근거로 지난달 노동당 중앙군사위에서 천명한 '핵전쟁 억제력'을 다시 언급했습니다. 조만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신형 전략무기를 선보일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단 거죠.

두 번째는 "미국 상황을 보며 협상 여지를 두겠다"는 건데요. 오늘 발표된 담화문은 북한 대내용 매체인 노동신문엔 실리지 않았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이 포문을 연 대북전단 비난 글을 연일 보도한 것관 대조적이죠. 남북관계와 달리 미국에 대해선 미국의 반응을 지켜보며 협상 여지를 남겨두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11월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외교 성과를 맘만 먹으면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고 공언한 겁니다. 아무튼 오랜만에 등장한 이선권을 보니 표현 수위가 센 북한인사 중에서도 앞뒤 재지 않는 돌직구 강경 화법은 독보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2018년 조평통 위원장 시절부터 몇몇 '설화'도 떠오르고요.

#1. "냉면이 목구멍에…"
[정유섭/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2018년 11월 6일) : 옥류관에서 이게 뭐 냉면을 목구멍으로 넘어갔는지 어쩐지 모르겠는데 이선권이 나타나요. 이때까지는 악수하고 잘 그래요. 막 웃고 그럽니다. 자, 이재용 회장 보이시죠? 그다음에 눈치 봅니다. 눈치 봐요. 그다음에 딱 경직되고 눈치 봅니다. 그다음 보시면 딱 얘기 듣고 있어요.]

#2. "시계가 주인 닮아…"
[조명균/당시 통일부 장관 (2018년 10월 5일) : 내가 시계를 당장 가서 좋은 걸로 사야겠어. 제 시계 보십쇼.]
[이선권/당시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 (2018년 10월 5일) : 관념이 없으면 시계가 주인 닮아서 저렇게 떨어진단 말이야.]

한 번은 10·4 선언 기념행사 차, 평양 고려호텔에서 민주당 인사들과 만찬을 가졌습니다. 당시 김태년 정책위의장을 "당에서 예산을 총괄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니 대뜸 "배 나온 사람한테는 예산을 맡기면 안 된다"고 했다는 일화도 있죠. 외모로 능력을 판단하는 거 농담이라 쳐도 적절하진 않습니다. 괜히 갈등으로 비춰질까 선을 긋긴 했지만 김태년 전 위원장, 현 원내대표도 기분이 썩 좋진 않았겠죠.

[김태년/당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2018년 11월 4일) : 하지 마세요. (당시 어떤 분위기였는지만 좀 말씀…) 자꾸 가십을 만들어내지 마세요. 그럼 본질이, 본질이 흐려져요. (그렇기 때문에 현장의 상황을 정확하게 말씀해 주시면 다른 사람들이 다른 말을 할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그 당시 농담처럼 했던 건지 어떤 건지…) 그럼 그런 게… (차라리 속 시원하게 밝혀주시는 게 낫지 않아요? 당시 상황에 대해서, 어려운 것도 아니잖아요.)]

어제 청와대는 반세기 전 남북 정상 간 합의 사례까지 거론하며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철저한 단속은 물론, 관련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 유지를 위한 남북 간의 모든 합의를 계속 준수해 나갈 것"이라고도 강조했습니다. 남북 관계가 더 이상 '대결의 시간'으로 되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담긴 표현으로 풀이됩니다.

[김유근/NSC 사무처장 (어제) : 깊은 유감을 표명합니다. 이러한 행위는 남북교류협력법, 공유수면법, 항공안전법 등 국내 관련법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남북 합의에 부합하지 않으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이루기 위한 우리의 노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남북 통신선을 끊다니 실망스럽다", "됐다, 집안 단속이나 해라" 썩 기분 좋을 리 없는 미국도 6.12 2주년 관련 입장을 냈습니다. "의미 있는 협상에 전념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맺은 균형 잡힌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유연한 접근법'을 취할 의향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높아진 긴장감을 완화시키려는 조치로 해석됩니다.

오늘 청와대 발제 정리합니다. < 6.12 북미회담 2주년…"트럼프에 치적 보따리 안 줄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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