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벌써 10년전입니다. 2007년 대선 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BBK 주가조작 사건' 기억하시는지요? 그 사건의 주범으로 교도소에 복역해왔던 김경준 씨가 어제(28일) 만기 출소했습니다. 김 씨는 미국 국적이라 조금 전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강제추방을 당했는데요. 김 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주가조작 연루 혐의를 입증할 근거를 갖고 있다"고 여전히 주장했다고 합니다.
오늘 국회 발제는 이 문제와 관련해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자]
네, 그렇습니다. 기억을 되살려보십시오, 'BBK 주가조작 사건' 2007년의 시작과 끝을 장식했던, 대한민국 역사를 바꿔놓을 뻔했던 바로 그 사건말입니다. 약간 가물가물하시다고요? 그렇다면, 이분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박근혜/전 대통령 (대구-경북 합동연설회, 2007년 8월 14일) : 5500명 투자자에게 천억대 피해를 입혔고 피해본 사람이 자살까지 했던 사건입니다. 그 김경준이라는 사람이 9월에 온다고 합니다. 귀국해서 BBK라는 회사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밝힌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투자자 5000여 명에게 천억 원대 피해를 입힌 투자자문사 BBK의 실제 주인이 바로 이명박 후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겁니다. 박근혜 후보의 파상공세는 무서웠습니다. 이명박 후보, 위기를 벗어나야 했습니다. 그같은 간절함이, 한국 네거티브 선거사에 길이길이 남을 주옥같은 명대사를 이렇게 낳았던 겁니다.
[이명박/전 대통령 (경남-창원 합동연설회, 2007년 8월 6일) : 온갖 음해에 시달렸습니다. 여러분 이거 다~거짓말인 거 아시죠? (네!)]
이 연설, 온갖 패러디를 양산하기도 했는데요,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관련 의혹을 부정하던 미국 닉슨 대통령의 명연설, "나는 사기꾼이 아닙니다" 만큼이나 아직도 강렬한 말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승리는 이 후보의 것이었습니다. 곧이어 정동영 후보와 한판승부가 펼쳐졌고, 역시 BBK와 관련한 파상공세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BBK 사건 자체가 너무 복잡하고 어려웠다는 겁니다. 의혹 제기를 하는 의원도, 기사를 쓰는 기자도, 뉴스를 보는 유권자들도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정확히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겁니다. 결국 그저 그런 정치공방으로 변질되고 말았던 겁니다.
이 후보는 순풍에 돛단듯 고공행진을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대선을 불과 사흘 앞두고 메가톤급 동영상이 공개됐던 거죠.
[이명박/전 대통령 (광운대 경영대학원 특강, 2000년 10월 17일) : 제가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인터넷 금융회사를 창립을 했습니다. 해서 금년 1월에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을 하고…]
본인 입으로 "BBK를 설립했다"고 한 겁니다. 당시 저도 거의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취재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난리가 났죠. 문제는 시간이었습니다, 전세를 뒤엎기에 사흘이란 시간은 너무 짧았던 겁니다. 결국 이명박 후보는 17대 대통령에 당선됐고, 이제는 전직 대통령이 됐을 만큼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당시 대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전격 입국했다 구속된, 이 전 대통령의 '한때' 동업자 김경준 씨가 만기 출소해 조금 전 미국으로 추방됐습니다. 이미 법적 판단이 끝난 사안임에도 김 씨는 '제2라운드'를 예고했습니다. 김씨를 접견한 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설명입니다.
[박범계/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그 주가조작 사건에 분명한 책임이 있다는 여러 가지 유죄로 본인이 판단하는 그러한 근거들을 설명을 했습니다.]
김경준 씨는 "미국에서 진상규명에 나서겠다"는 말도 덧붙였다는군요.
오늘 국회 기사 제목은 < MB에 'BBK 2라운드' 예고한 김경준 > 이렇게 정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