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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답답해, 호흡도 힘들어"…옥시가 삭제한 가습기살균제 글은?

입력 2016-04-12 10:18

부작용 의심글 수백건 삭제돼 일반인 내용 확인 불가
부작용 호소에도 옥시 측 "일시적 현상"이라고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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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의심글 수백건 삭제돼 일반인 내용 확인 불가
부작용 호소에도 옥시 측 "일시적 현상"이라고 일축

"가슴이 답답해, 호흡도 힘들어"…옥시가 삭제한 가습기살균제 글은?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가습기 유해성 자체 실험 보고서 조작 의혹에 이어 통증을 호소하는 고객 상품 후기마저도 무더기로 삭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12일 옥시 측 고객게시판 등을 확인한 결과 옥시는 자사 홈페이지에 올라왔던 가습기 살균제 부작용 의심글들을 현재 '고객상담 게시판으로 이동'이라는 말과 함께 삭제한 후 일반인은 내용 확인이 불가능하게 해놓은 상태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관련 내용 복원에 성공했고, 수백건의 '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 상품 후기글에서 주로 가슴 통증과 호흡 곤란을 호소하는 내용이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런 글들은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에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를 사용한 시점으로 알려진 2001년 이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고 한다.

옥시 홈페이지에 올라온 가습기 살균제 부작용 의심글은 특히 이 제품의 위험성이 정부 실험 결과로 확인된 2011년 이후 환경보건시민센터 게시판에 올라온 피해자 증상과 상당한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실제로 환경보건시민센터 게시판엔 가슴 통증과 기침, 호흡 곤란 등을 호소하는 글들이 줄줄이 올라와 있다.

부산에 거주하는 강모씨는 지난 2011년 11월 이 센터 자유게시판에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을 사용하고 기침이 너무 심하고 폐가 아팠다"며 "그 뒤로도 그 제품을 겨울마다 틀었는데 치료가 되지 않았고 몇달 후 큰 애도 폐렴 판정을 받았다"고 글을 올렸다.

2012년 1월 이 게시판에 글을 올린 정모씨의 두 아이 증상도 비슷했다. 정씨는 이 글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몇달 사용하고 아이가 계속 기침을 하다 어느날 갑자기 호흡 곤란을 일으켰다"며 "일주일 입원을 했지만 병원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이런 글은 옥시 홈페이지에도 꾸준히 올라왔지만 업체 측은 의혹 글들이 올라올 때마다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다. 확인해보겠다"고 했을 뿐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그 결과 옥시는 보건복지부가 가습기 살균제를 시중에서 회수하고 유통되지 못하도록 한 2011년까지 '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을 계속 판매했다.

검찰은 앞서 옥시 측이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유해했다'는 2011년 질병관리본부의 실험을 반박하기 위해 진행한 자체 실험 결과에도 의문을 품고 있다.

검찰은 옥시 측이 자사 가습기 살균제의 인체 유해성 실험을 의뢰한 서울대학교 J교수팀과 호서대학교 Y교수팀의 실험 결과 보고서를 조작한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옥시가 제출한 실험 결과가 두 대학 연구소에서 진행한 실험 데이터와 모두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이들 연구소에서 진행된 실험 조건 자체가 옥시 측에 유리하도록 설정됐음에도 연구 교수들이 거액의 용역비를 받고 옥시 측에 협조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울대와 호서대 이외에 다른 기관에서도 실험을 진행하고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가 도출된 대학 두 곳의 결과 보고서만 검찰에 제출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검찰은 옥시 측이 보고서 조작과 소비자 피해 글 은폐 이외에도 자신들에게 불리한 증거를 숨겼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다.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은 가습기 살균제를 쓰다 숨진 사망자 143명 중 70%가 사용한 제품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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