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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출동] "악몽 끝내달라" 끝없는 강제 입원 논란

입력 2014-01-17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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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 사람들.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인데요. 자신을 강제로 병원에 넣은 사람들이 가족이라면, 얼마나 상처가 클까요? 가족과 전문의의 동의가 있으면 강제 입원이 가능하도록 한 현행법 때문인데요, 희생자를 막기위해선 이 법을 없애야 한다, 신중해야 한다, 의견이 엇갈립니다.

오늘(17일) 긴급출동에서 이 문제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지난 14일, 이정하 씨와 3명의 정신장애인이 가족과 전문의 등의 동의가 있으면 정신질환자를 강제 입원시킬 수 있도록 한 정신보건법 24조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이들은 이 법으로 인해 자기결정권과 신체적 자유를 박탈당하고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겪게 됐다고 말합니다.

[이정하/강제 입원 피해 정신장애인 :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유린당해야 했던 나의 양심. 나의 인생. 이 악몽의 세월이 끝나길 바랍니다.]

취재진이 헌법 소원을 제기한 이 씨를 만났습니다.

그녀는 지난 13년간 강제입원의 고통에 시달려 왔습니다.

[이정하/강제 입원 피해 정신장애인 : 전화 한 통이면 돼요. 가족 하나 가두는 건 일도 아니에요. 2000년도 10월경에 잠을 오랫동안 못 자면서 환청과 망상이 심해졌었어요. 그러면서 발작이 일어났거든요. 발작이 일어나니까 가족들이 폐쇄병동에 강제로 입원을 시켰죠.]

한때 촉망받는 3D 애니메이션 컨텐츠 개발자였던 그녀는 13년 전 정신분열 증상이 나타난 이후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감옥과도 같은 독방 생활과 감시가 이어지면서 오히려 병이 악화되었다고 말합니다.

[이정하/강제 입원 피해 정신장애인 : 안정실, 격리실에서 침대에 손발이 묶이고 주사 놓고 기절하는 거죠. 오랫동안 갇혀있었어요. 그 안에서. 그러면 더 병이 악화하는 거죠. 아주 건강한 사람도 그런 걸 겪으면 없던 정신병이 생겨요.]

자발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퇴원을 요구했지만, 그것조차 불가능했습니다.

[이정하/강제 입원 피해 정신장애인 : 왜 내보내 주지 않느냐니까 보호자가 자해나 타인을 해칠 위협이 있다고 그랬대요. 보호자가. 환자의 말을 듣지 않아요. 단지 보호자가 했던 말만 듣고 격리 강박을 하는 거죠.]

현재 가족과 연을 끊고 혼자 지내고 있다는 이 씨는 지금도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이정하/강제 입원 피해 정신장애인 : 강제 입원이 될까 봐, 그게 제일 두려워요.
하루도 마음이 안 편해요.]

이 씨와 함께 헌법소원을 제기한 50대 여인 A씨는 재산문제로 다툰 딸이 갱년기 우울증을 빌미로 자신을 강제입원 시켰다고 말합니다.

또다른 피해자들 역시 본인의 동의가 없는 강제 입원은 인신 구속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합니다.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다는 강제 입원. 취재진은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한 병원에 문의해 봤습니다.

[00정신병원 : 바로 입원하실 수 있습니다. 자녀분을 통해서 환자분의 어떤 상태를 얘기를 받기 때문에 그것만 가지고도 (입원이) 가능은 합니다.]

정신질환을 검증할 수 있는 서류나, 환자 대면 없이도 강제 입원이 가능하다는 병원은 보호자 의향에 따라 퇴원을 연장해줄 수 있다고 합니다.

[00정신병원 : 보호자 동의 입원을 하시기 때문에 보호자가 동의하셔야 나가실 수 (퇴원할 수) 있습니다. 6개월. 6개월 이렇게 연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연장하실 수도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족에 의해 강제적으로 입원한 정신장애인은 전체 입원 환자의 65.9%.

대부분 10% 수준인 유럽에 비해 턱없이 높습니다.

[권오용/한국정신장애인연대 사무국장 : 판정을 전적으로 의사 한 명의 진단에다가 맡기고 또 그걸 보호의무자라는 가족에 동의만 받으면 입원시킬 수 있고 또 가족이 동의하지 않으면 퇴원도 안 되고 이런 시스템이 돼 있는 거거든요. 그러면 본인 (환자) 의 자유가 완전히 박탈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요.]

더 큰 문제는, 치료 과정에서도 환자의 의사가 철저히 묵살된다는 것.

전문가는 환자의 인권이 일방적으로 희생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현행법 폐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홍승기/인하대 리갈클리닉 센터장 : 정신 질환자들이 가장 소외된 가장 소수 집단이에요. 이분들 (정신병원에 강제로) 집어넣고 (환자를 입원시키면) 사회도 행복하고 가족도 행복해하고 의사들은 더 행복해하고 이런 식의 묘한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건 빨리 없어져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환자의 선택과 상관없이 입원이 가능하도록 유지해야 한다는 것.

[정신의료기관단체 관계자 : 나 멀쩡한데 왜 병원에 데려 가냐. 그게 병식 (자각) 이 없는 거거든요. 만약에 병원에 데려가야 함에도 (동의 없이 입원을 못 시키면) 자꾸 조현병이나 이런 게 악화돼서 정말 어떤 사고가 나고 이랬을 때에는 누가 책임집니까?]

환자의 자발적 치료를 기대하기 힘들 뿐더러 정신장애인 주변인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신의료기관단체 관계자 : 그분들의 고통, 환자의 인권, 인권 이러는데 그 가족들도 인권이 있는 거고, 그들을, 불쌍한 사람들 치료해주기 위한 의사나 간호사도 다 인권이 있잖아요. 왜 환자 인권만 얘기합니까.]

이러한 우려에 대해 헌법소원을 추진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현행 강제 입원제가 유지되더라도 최소한의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권오용/한국정신장애인연대 사무국장 : 대표적으로 미국은 (환자) 본인이 거기 (강제입원) 에 의의를 하면 아예 판사가 신문을 열어서 다시 입원이 필요한지 판정하고 하니까….]

미국의 경우 환자의 동의가 없다면 72시간 이상 강제 입원을 할 수 없습니다.

또, 강제 입원의 연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사법부의 판결이 필요합니다

[이정하/강제 입원 피해 정신장애인 : (우리나라는) 너무 많은 사람이 감금되어 있어요. 실제로 이 사회에서 죄를 짓지 않는 사람이 (정신병원에) 구속이 되어 있다는 말이죠. 무조건 가둬서. 생체실험하는 거하고 다를 게 뭐가 있어요.]

작년 한 해 동안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가족에 의해 강제 입원당한 정신장애인은
약 5만 명. 시급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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