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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출동] 소설 따라 하다 숨진 아이…모방범죄 비상

입력 2014-01-1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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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직 어린 초등학생들, 호기심도 많고 충동을 조절할 능력도 다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책이나 TV, 또 게임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따라할 가능성이 크죠? 얼마 전엔 미국의 공포소설을 읽은 초등학생이 그 내용을 흉내내보다가 숨지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는데요, 어린 학생들에게 치명적인 유해매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해보입니다.

오늘(14일) 긴급출동에서 짚어봅니다.


[기자]

지난 6일 오후. 초등학교 6학년 김 모 군이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한 시간 뒤 자신의 방에서 김 모 군은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습니다.

[00아파트 관리원 : 누가 그렇게 죽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 애가 밝고 명랑하고 인사도 잘하고 착했어요.]

[이웃 주민 : 모범적인 학생이어서 더 충격이 크죠.]

타살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경찰. 그렇다면 사망 원인은 무엇일까?

[사건담당 관계자/부산 동래경찰서 : 참 어이없는 사고죠. (아이가) 호기심이 좀 많았고 미국에서 아주 흥행한 (공포) 소설이었어요.책에 심취했었다고 하기 때문에 공포소설 흉내를 내다 그렇게 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즐겨 읽었던 공포소설의 내용을 따라하다 죽음까지 이르게 됐다는 김 모 군.

이 책은 미국의 미스터리 공포소설로 제1권을 보면 괴물이 된 동생이 주인공의 목을 조르는 장면이 세밀하게 묘사돼 있습니다.

심지어 남매는 목을 조르는 장난을 즐겨하는 것으로 표현돼 있습니다.

오싹하고 잔인한 장면이 나열돼 있지만 분류표를 보면 5~6학년 대상의 어린이 동화.

현재 절판됐지만 초등학생 사이에서는 인기가 높습니다.

[양 모 군/부산00초등학교 : (00책 알아요?) 공포소설이죠.]

[장 모 군/부산00초등학교 : 자주 빌려 읽던 책이에요. (공포소설을 읽으면 호기심이 생겨요?) 괴물로 변해가지고 목을 졸랐다 그런 내용이 있어서 따라하고 싶은 맘이 들 때도 있죠.]

김 모 군이 책을 빌려 읽었다는 공공도서관에 취재진이 찾아가봤습니다.

[도서관 사서 : (그 책은) 벌써 다 이제 금지됐죠. 대출 안 되게. (왜요?) 보면 안 되잖아요. 1권만 어린이실에 있었는데 사건 이후로 1권마저 없앴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다 청소년실에 있었는데 그 책도 아마 대출 금지일 거예요.]

사고 이후 문제의 소설은 금지됐지만 어린이 동화구역에는 잔인한 공포, 추리소설들이 여전히 비치돼 있습니다.

취재진이 초등학교 대상 공포소설을 직접 읽어봤습니다.

일부 책에는 상상 속의 끔찍한 살육의 장면이 그대로 묘사돼 있기도 하고 잔인한 범행 과정도 여과없이 그려져 있습니다.

[천근아/세브란스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 충동조절이 좀 힘들어서 궁금하거나 호기심이 있으면 그냥 행동을 해버리고 마는 그런 특징을 가진 초등학생들이 어떤 매체나 소설이나 만화나 그런 것들의 영향을 쉽게 받을 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쇼 프로그램에서 행동한 것이 재밌어 보여서 아이가 따라 했다가 실제로 큰 사고가 나서 사망에 이르게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유해한 소설을 공공도서관에서 조차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산 교육청 관계자 : (적합하지 않을) 수 있죠. 그런데 인기 있고 흥행하는 소설이니까 도서관이나 관련 부서에서 일괄적으로 구매해서 비치해요.]

청소년 모방심리 문제점에 대해선 교육청에서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부산 교육청 관계자 : 참 어려운 주제입니다. 자제하는 능력이나 충동을 조절할 수 있는 감성이 필요한데 초·중·고 할 것 없이 입시 위주로 흘러가니까.]

공포소설 뿐만 아니라 폭력영화나 게임을 따라한 청소년 범죄도 사회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입니다.

미국의 유명한 폭력게임을 따라한 10대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아무 이유없이 폭행하고 묻지마 범죄를 저질러 충격을 줬습니다.

그렇다면 모방범죄의 원인으로 꼽히는 유해매체에 대한 규제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김성벽/여성가족부 청소년매체환경과장 : (청소년에게) 적절하지 않다고 결정되면 유해매체로 분류돼 고시하고 청소년보호법에 따라서 청소년들에게 유통이 차단되는 법적 조항이 있습니다.]

청소년 모방범죄의 해결책을 찾는 것은 쉽진 않겠지만 이대로 방치한다면 청소년 자살과 모방범죄는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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