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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그라면! 여러 벗님네들, 우리는 바지저고리요?"

입력 2018-01-04 21:32 수정 2018-01-05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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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천명관의 소설 '고령화 가족' 중에 철없는 큰아들 한모는 결심합니다.

 

그들이 원하는 건
적당히 '가다'가 있으면서
적당히 어수룩해서 다루기 좋고
뒤탈도 없는,
그야말로 '핫바지' 같은 사람이었다

 - 천명관 <고령화 가족>



가출한 어린 조카를 찾기 위해 불법 도박장의 바지 사장이 되기로 한 것입니다.

"엄마 나 사장 되었어" 

아들의 전화에 어머니는 이렇게 이야기하지요.

"밥은 먹고 다니냐"

바지 사장이라는 말이 언제부터 통용됐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그라면! 여러 벗님네들, 우리는 바지저고리요?"

박경리 선생의 '토지'에도 등장한 '바지저고리'라는 말과 같이 줏대 없고 능력 없는 사람을 칭하는 말에서 파생되었다는 설도 있고… 대신 희생시킨다는 의미의 '총알받이'의 발음 중에 '바지'만 따왔다는 설도 있으니… 

어원은 분명치 않으나 바지사장은 누군가 감춰진 사람을 방어하기 위해 대신 앞장 세운 사람을 상징하는 단어가 됐습니다. 그래서 90년대부터는 각종 언론에도 자주 등장하게 됐습니다.

'회장의 결재 권한은 월 500만 원' '회장은 검찰 조사 전에는 120억 원 비자금의 존재도 알지 못했다'

다스의 전직 관계자들이 검찰에 진술한 내용입니다. 어제 전해드린 단독 보도였습니다.
 

직원 채용 같은 소소한 인사부터 자금 출납 등 회사 경영에 정작 회장은 관여할 수가 없었고 실권은 직제상 그 아래에 있었던 실세 사장이 갖고 있었다는 증언이었습니다.

또한 그 실세 사장은 전직 대통령의 오랜 손발로 익히 알려진 인물입니다.

이쯤 되면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바지 사장' 이라는 단어와 함께 익숙한 그 문장이 다시 떠오를 수밖에 없지 않을까… 

'다스는 그러면 누구 겁니까'

그 '누구'인가가 정말 있다면, 아마도 그는 지금까지도… "적당히 '가다'가 있으면서 또 적당히 어수룩하기도 하고 뒤탈도 없는, '핫바지'같은 사람"을 잘 내세웠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증언과 정황은 겹치고 포개지고 시민의 요구는 거세지는 가운데… 만약 박경리 선생이 지금도 살아있다면 '토지' 속 그 인물들의 입을 빌려서 이렇게 일침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라면! 여러 벗님네들, 우리는 바지저고리요?"

오늘(4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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