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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 3월 총파업 예고…14년만의 의료대란 오나

입력 2014-01-19 19:51 수정 2014-01-1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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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연초부터 의료계 안팎이 시끄럽습니다. 정부가 병원의 원격 진료와 영리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의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대한의사협회는 3월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해 의료대란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백종훈, 정아람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기자]

[어떻게 함부로 말할 수 있어? (정부가) 하지도 않은 일을 거짓말하고!]

[ ... ]

[어렵게 나왔는데 이런 모습 보이면 안되고.]

민주당 의원들 주최로 열린 '의료 영리화' 정책 관련 토론회.

의료 단체와 정부측 인사들의 의견이 시종일관 대립합니다.

대체 왜 이런 다툼이 빚어진 걸까. 사건의 발단은 한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정부가 원격 진료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병원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겠다고 천명한 겁니다.

그러자 대한의사협회가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모두 대형병원에 유리한 조치들이어서 '동네 병원'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방상혁/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간사 : 원격진료 추진을 중단하고 영리병원 추진 중단, 지금까지 유지돼온 낡아빠진 건강보험제도를 개선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특히 대한의사협회는 영리 자회사 도입을 민영화의 예고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민간 기업 등이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의료의 공적 기능이 쇠퇴한다는 겁니다.

의사협회는 정부가 의료법 개정을 강행할 경우 오는 3월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전포고를 한 상황.

[철회하라, 철회하라, 철회하라!]

반면 정부는 의료 민영화는 없다며 선을 긋고 있습니다.

영리 자회사를 허용해도 주차장, 장례식장 같은 부대사업을 확대하는 것일 뿐 민간 자본이 이익을 빼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겁니다.

원격 의료에 대해서도 대형병원이 아닌 의원급 병원에만 허용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점점 달아 오르는 정부와 의료계의 공방. 지켜보는 국민은 불안할 뿐입니다.

2000년 의약 분업으로 촉발된 전국적 의료 파업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김태홍/국회 보건위원장 (2000년 국회방송) : 의료계에서 전국적인 폐업 사태가 발생하고 있어 이것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여야 영수회담에서….]

이미 1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당시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암을 앓았고, 귀도 잘 들리지 않는 이정갑씨. 보청기를 착용하고,가족의 도움을 받아 당시 끔찍했던 상황을 떠올렸습니다.

[이정갑/2000년 의료파업 피해자 : 치료를 못 받고 나는 죽는구나 생각했을 때, 의료협회장 나와라 치료 못 받아서 죽나 당신들하고 싸우다 죽나 마찬가지니까.]

끔찍한 기억은 계속됩니다.

[이정갑/2000년 의료파업 피해자 : 제대로 (치료를) 못 받다가 돌아가신 분이 많아요. 만약에 또 파업한다면 이건 살인 행위라고 봐야 합니다.]

정부와 대한의사협회도 파국을 바라진 않습니다.

대화로 문제를 풀기 위해 지난 17일 처음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이 워낙 첨예하게 부딪히는 상황. 꼬인 매듭을 풀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앵커]

네, 이 자리에 취재기자 나와 있습니다. 백종훈 기자, '뜨거운 감자'가 바로 원격 진료와 병원의 영리자회사 설립인데요.

[기자]

네, 원격 진료는 말 그대로 의사가 멀리 떨어진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입니다.

영리 자회사는 의료법인이 영리목적의 자회사를 세우는 것인데요. 의사협회는 이것이 시행되면 파업, 정확히 말하면 집단휴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죠.

왜 이렇게 논란인지 현장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

강원도에서도 외진 지역에 속하는 횡성군 갑천면. 취재진은 고혈압으로 고생하는 58살 백승환씨를 만났습니다.

백씨는 의사를 직접 만나 진료를 받고 싶지만 여의치 않습니다.

대형병원이 있는 춘천까지 한번 나가려면 1시간 가까이 걸리는 상황.

보건소의 컴퓨터 화면을 통해 춘천의 대형병원 의사와 만나는 게 그나마 다행입니다.

[백승환/강원도 춘천시 횡성군 갑천면 : 가깝고 쉽게 이용할 수 있어 (동네)진료소를 다니는데 화상으로 대학병원 교수님과 직접 대화를 하니까 훨씬 신뢰가 갑니다.]

[안무업/한림대 춘천성심병원 교수 : 원격지에 있는 의사의 도움을 받아서 환자의 치료 전략을 세우니까 현지 의료인 입장에서도 편한 측면이 있고요.]

꼭 외진 시골 뿐 만이 아닙니다. 이번엔 서울성모병원을 찾아가봤습니다.

정부는 이미 2010년부터 성모병원을 포함해 일부 병원에서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내분비내과에서 직접 혈당을 재봤습니다.

단말기에 넣고 수치를 전송하면, 환자와 의사가 모니터를 통해 의견을 나눌 수 있습니다.

[김헌성/서울성모병원 교수 : 3개월과 6개월 이후 환자들 혈당 상태가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결과를 보여 환자 관리에 중요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도 만만치 않습니다.

역시 정부의 원격 진료 시범 사업에 참여했던 경기도 파주의 남준식 전문의.

한 때 원격 진료를 찬성했지만 이젠 생각이 달라졌다며 반대합니다.

[남준식/전문의 : 시범사업 할 때도 두세번 체크를 해서 안되는 경우도 많았고 화상전송이나 원격모니터링만 가지고 환자를 진단과 처방까지 끝내게 하는 말 그대로 원격의료가 아닌 '원격진료'까진 굉장히 문제가 많고….]

병원의 영리 자회사 허용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대형 병원들이 회원사인 대한병원협회는 도입을 촉구합니다.

[나춘균/대한병원협회 대변인 : 이런 활성화 정책이 국가 성장동력뿐만 아니라 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부가 발표한 겁니다.]

정부는 "병원의 영리 자회사를 적극 설립해 부대사업 범위를 넓히면 첨단 의료기기 개발, 해외 환자 유치 등이 가능하다"는 청사진을 내걸었습니다.

[이창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 : 경영 합리화를 도모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의료 민영화, 영리화는 잘못된 오해고 정부는 그러한 정책을 추진할 의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의사협회는 정반대의 주장을 폅니다.

[노환규/대한의사협회 회장 : 영리 자법인 설립을 통해 병원 경영손실을 보전하란 것은 그 취지와 방법을 이해하기 어렵고 전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야당 의원들도 동조합니다.

[이언주/민주당 의원 : 이것을 반드시 막아 내고 제대로 된 의료정책을 설립하는데 좋은 대안을 제시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앵커]

네, 백 기자, 쟁점마다 정말 첨예하게 입장이 갈리고 있군요. 어쨌든 정부는 파업을 막기 위해 비상이 걸렸죠?

[기자]

네, 정부가 이번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해 병원 수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강보험 수가' 인상을 검토한다는 말도 나왔는데요.

수가가 원가보다 턱없이 낮다, 아니다 논란이 뜨겁습니다.

취재중 건강보험 수가와 원가에 대한 최신 분석보고서도 입수했는데요. 함께 보시겠습니다.

+++

인천 동양동의 한 상가에 위치한 개인 병원. 이른바 동네 의사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기 위해 이 병원을 찾았습니다.

경력 30년이 넘은 구자일 전문의. 낮은 건강 보험 수가 때문에 운영이 어렵다고 하소연합니다.

[구자일/전문의 : (건보수가가) 원가의 70% 그대로죠. 환자 많이 볼수록 적자, 해가 갈수록 적자인 상황이죠. 저수가 정책이 사실은 국민을 죽게 하는 거에요. (경영난으로) 병원이 없어져서.]

현재 대한의사협회는 2006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근거로 주요 진료의 건보 수가가 원가의 73% 안팎에 그친다고 주장합니다.

특진비 등을 포함해야 겨우 원가의 100%를 넘는 수준이어서 사실상 남는 게 없다는 겁니다.

이처럼 작은 개인 병원들은 영리 자회사와 원격 진료 등이 도입되면 경영난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합니다.

이런 반발을 의식한 듯 정부도 당근을 제시한 상황.

[문형표/보건복지부 장관 (지난 11일) : 건보 수가가 적정하지 못하게 오랫동안 조정되지 못한 문제들도 부분적으로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취재진은 건보 수가를 취재하던 중 뜻밖의 자료를 입수했습니다.

2012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조사한 병원회계 조사 내부보고서입니다.

건보 수가가 건강보험 급여항목의 경우 원가의 95%를 넘고, 특진비 등까지 고려하면 110%에 이른다는 내용입니다.

[신현호/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 : 한 차례도 국가 차원이라든지 공개자료가 없어 아쉽습니다. 도시근로자 소득보다 의사소득이 높다는 건 객관적 사실입니다.]

의료계는 건보 수가 문제를 민영화 논란과 연계하는 걸 경계하는 모양샙니다.

[이상구/전문의 (복지국가소사이어티) : 의료계도 수가가 낮은 부분은 이야기를 했지만 수가인상만으로 매도하려는 의심을 하는 측면은 안타깝습니다.]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헷갈리기만 합니다.

[박영민/서울 성동 : 3월에 파업을 한다고 들었는데 그것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파업을 진행하는 거잖아요. 거기에 대해선 반대하는 편이고요.]

[권순우/서울 용산 : 충분한 사전 협의와 공감대를 가진 다음에 (의료법 개정을)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14년 만에 병원 총파업이 우려되는 일촉즉발의 상황.

정부와 의사 협회의 날선 대치 속에서 국민 가슴만 타 들어 가고 있습니다.

[앵커]

네, 무슨 일이 있어도 병원파업 만은 막아야겠습니다. 백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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