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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폭염도 견뎠는데"…양계농가 '망연자실'

입력 2017-08-15 15:19 수정 2017-08-1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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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정부가 15일 0시를 기해 전국 3천마리 이상 규모 양계장의 계란 출하를 잠정 중단하면서 양계 농가들이 깊은 시름에 빠졌다.

지난겨울부터 올해 초여름까지 전국을 휩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올여름 폭염으로 인한 폐사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출하중단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산란계(알 낳는 닭) 농장주들은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15일 경기 광주에서 산란계 농장을 운영하는 80대 농장주의 아내 A 씨는 이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에서 잔류 농약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는 당국의 발표에 버럭 화를 냈다.

이 농장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전날 친환경 산란계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을 대상으로 실시한 잔류 농약 검사에서 '비펜트린'이라는 농약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고 발표된 곳이다.

비펜트린은 진드기 퇴치용 농약의 일종으로 사용 자체가 금지돼 있지는 않으나, 미국환경보호청(EPA)이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는 물질이다.

당국은 즉시 이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을 출하금지하고 이미 유통된 계란에 대한 수거 조치와 잔류 농약 검사에 들어갔다.

A씨는 "우린 친환경 인증 농장이라 영양제, 시에서 주는 해열제, 소독약만 쓰지 이런저런 약 절대로 안 썼다"며 "우리가 키우는 노계는 중추(중간 크기 닭)하고 달라, 웬만해서는 병이 잘 안 온다"고 강조했다.

이어 "2∼3년 전쯤부터 친환경 농장 인증을 받아 계란을 생산했다"며 "약을 안 쓰니까 파리가 와글거려 축사 밖에 파리약을 조금 뿌렸다. 검출될 만큼의 양은 아닌데 계란에서 검출됐다니 믿을 수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에서 이번에 검출된 비펜트린 양은 ㎏당 0.0157mg으로, 기준치(㎏당 0.01mg)를 약간 초과했다.

광주시의 이 농가와 함께 남양주시의 8만 마리 규모 산란계 농가에서 생산된 계란에서도 피프로닐 성분이 국제 기준치(㎏당 0.02㎎)를 초과해 검출됐다.

남양주 농가 주인은 농식품부 조사에서 "옆 농가에서 진드기 박멸에 효과가 좋다는 얘길 듣고 사용했다. 피프로닐인 줄은 몰랐다"고 진술했다.

언론보도를 통해 소식을 들은 남양주시 공무원들은 이날 오전부터 비상근무 중이다.

시의 한 관계자는 "해당 농가에서 이달 초 닭 진드기가 사라지지 않아 약을 사용했다"면서 "해당 약품을 과다 사용한 것인지 현재 약품 구매 경로 등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당 농장은 지난해 말 조류독감과 올 여름 폭염도 무사히 견뎠다"면서 "이번에 살충제 달걀이 발견돼 농장주는 현재 망연자실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강원도에서 산란계를 대량 사육하는 한 농장주는 "하루 계란 생산량만 45만 개나 되는데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적재할 곳도 없다"며 "검사결과가 일찍 나온다 해도 계란의 생명인 신선도가 떨어져 사실상 폐기처분을 해야 할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해 경기 남양주·광주에서 생산된 계란에 대해 잠정 유통·판매 중단 조치했다.

정밀검사 결과 부적합하면 전량 회수·폐기 조치할 방침이다. 정확한 유통량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경기도와 전국 각 지자체도 남양주와 광주시 산란계 농장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정부 발표에 따라 각 지역내 3천 마리 이상 사육 산란계 농장의 계란을 대상으로 위생검사에 들어갔다.

각 지자체는 위생검사에서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명된 계란의 경우 유통을 재개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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