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앵커브리핑] 판틴과 통영 성매매 여성…'그들이 만난 세상'

입력 2015-04-09 21:49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뉴스룸 2부의 문을 엽니다.

빅토르 위고의 작품 <레미제라블> 여러 차례 영화, 뮤지컬로도 제작되었을 만큼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고전이지요.

작품 속 여주인공. 판틴을 기억하시죠. 그녀는 미혼모였습니다. 어린 딸 코제트의 양육비를 위해 공장에서 돈을 벌다 미혼모라는 사실이 발각돼 해고를 당합니다.

생계가 막막해진 판틴은 사창가에서 돈을 벌어 딸의 생활비를 대지요.

결국 병에 걸린 그녀는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는 딸의 얼굴을 그리며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들이 만난 세상"

오늘(9일) 앵커브리핑이 주목한 말입니다.

19세기 소설 속에 등장한 이야기는 때론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현실이 되기도 합니다.

작년 겨울밤 통영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스물네 살의 여성이 6층 여관방 창문에서 뛰어내려 생을 마감했습니다. 경찰의 성매매 함정단속을 피하려다 생긴 일이었습니다.

"함정 단속에 걸려… 性매매 여성 모텔서 추락 사망"

짧고 건조한 단신기사 속 숨겨진 그녀의 사연은 이러했습니다.

그녀 역시 싱글맘이었습니다. 학업을 계속하기 힘들 만큼 어려운 집안형편 탓에 가출을 했고, 열일곱에 딸아이를 낳았습니다.

갓 초등학교에 들어간 어린 딸과 병든 아버지를 부양하기 위해 택한 직업이 결국 성매매였던 것이지요.

그녀의 방 서랍 속에는 '사랑해요 엄마' 이렇게 쓰인 어린 딸의 그림 한 장이 들어있었다고 합니다.

오늘 성매매 특별법의 위헌여부를 가리기 위한 첫 공개변론이 시작됐습니다.

며칠 뒤엔 여성을 함께 처벌하는 특별법의 폐지를 요구하는 성매매 여성들이 도심 시위를 벌일 것이라 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측은지심으로 볼 수만은 없는 것이 성매매를 둘러싼 논란일 겁니다. 여성인권과 윤리… 사람과 사람간의 비뚤어진 본능과 생계가 뒤얽힌, 오래된 인류의 숙제이기도 합니다.

오늘 오전 조금 색다른 내용을 발견했습니다.

한 인터넷 포털에서 남녀 별로 더 많이 본 뉴스를 꼽아봤더니 남성들은 성매매 위헌 관련 뉴스를 주의 깊게 살폈고 여성들은 아예 이 문제에 관심조차 두고 있지 않더군요.

성매매를 대하는 시선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즉 남성은 그들을 관음과 착취의 대상으로, 반대로 여성은 이들을 방치 혹은 무시의 대상으로 그렇게 내쳐두고만 있는 것은 아닐까.

딸을 그리며 죽어간 판틴, 여관방 창문 위에서 마지막 세상을 바라봤을 통영의 젊은 미혼모. 그들의 비극에 시대가 치를 죗값은 없는 것인가…잠시 뒤 전문가 토론을 통해 한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앵커브리핑입니다.

관련기사

[앵커브리핑] 애국3법과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앵커브리핑] 박상옥 인사청문회…28년 전 '복제인간' [앵커브리핑] 급식비 검문하는 학교 '우주의 중심은 어디?' [앵커브리핑] 여전히 멀고먼 이상향…'밤에 장점'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