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앵커브리핑] 여전히 멀고먼 이상향…'밤에 장점'

입력 2015-04-02 21:52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뉴스룸 2부의 문을 엽니다.

<밤에 장점="">

사람이 많다.
아빠가 온다.

경기도에 사는 여덟 살 지연우 어린이가 쓴 두 줄짜리 시입니다. 한 인터넷 언론에 올라와 있던 글인데요. 다른 아이가 읽긴 했습니다만, 맞춤법까지 그대로 옮겨 전해드렸습니다. 밤의 장점인데 이 어린이는 귀엽게도 밤에 장점이라고 쓰는군요.

밤에는 아빠가 온다. 아마도 아빠가 늦은 밤에 퇴근을 하는 모양입니다. 그러니, 무언가 바스락대는 비닐봉지를 든 아빠가 집에 돌아오는 밤이 좋은 것이겠지요.

대한민국 직장인의 하루는 어떨까요? 한 취업포탈이 직장인의 하루를 조사해봤습니다.

오전 6시 반쯤 일어나서 출근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44분쯤 된답니다. 보통 5300원짜리 점심을 먹고요.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은 하루 평균 11시간쯤 됩니다. 그리고 직장인의 절반가량이 7시가 넘어서야 퇴근을 한다는군요. 이중 30%는 밤 9시를 넘겨 집에 간다고 답했습니다.

잠든 자식들 얼굴을 보고 출근하고 퇴근해서도 또다시 잠든 가족의 얼굴을 봐야하는 우리네 직장인들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당연한 결과겠지만 가족과 함께 저녁밥을 먹는 사람들 역시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지난 2005년만 해도 10명중 8명이 한주 중 평일에 이틀 이상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는다고 답했는데. 작년 조사에선 10명 중 6명으로 줄었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시골보다는 도시가, 소득이 높은 사람보다는 낮은 사람이. 가족과 저녁식사를 같이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저녁이 있는 삶. 지난 대선 때 등장했던 슬로건이었지요. 생각만 해도 눈물 난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이 슬로건을 내걸었던 사람은 결국 출마하지 못했지만, 경선 상대까지도 이 말을 가져다 쓰고 싶다고 탐냈던 이유는 그만큼 저녁 있는 삶이 고픈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일 겁니다.

삼성전자가 자율출퇴근제를 확대 시행한다지요? 다른 날에 평소보다 더 오래 일하면, 금요일 오후부터 주말까지는 쭉 이어서 쉴 수 있는. 꿈같은… 아니 요즘 유행하는 말처럼 꿀 같은 휴식이 가능해진다는 겁니다.

글쎄요. 야근도 잦고 업무강도가 높았던 회사에서 과연 눈치 안 보고 가능하겠느냐는 우려도 나오더군요. 일찍 퇴근하라고 불까지 꺼버리면, 촛불이라도 켜놓고 일해야 한다는 농담 아닌 농담도 있지요. 일거리 잔뜩 던져주면서 퇴근만 하라고 하면 다냐는 얘기입니다. 부디 이번 자율출퇴근제는 좋은 모범이 되길 바랍니다.

눈물나는 단어. 저녁이 있는 삶은 여전히 멀고 먼 이상향인데. 언제가 되면 '밤에 장점'이라는 꼬마숙녀의 시 제목이 '밤에 장점' 아니라 '저녁에 장점'으로 바뀌게 될지요.

아. 저녁이 없는 삶이라도 좋으니 일할 수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구직자들도 우리 사회엔 10명중 1명이 넘습니다. 너무 사치스런 얘기였다면 사과드립니다.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관련기사

[앵커브리핑] 등골브레이커? '지우개, 필통…다짐대회' [앵커브리핑] 거짓말도 제 때 제대로…'독일은 통일되지 않았다' [앵커브리핑] 욕하지 않고선 살 수 없다면…'호모욕쿠스' [앵커브리핑] 이달의 스승 친일 논란과 '오, 나의 선장'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