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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애국3법과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입력 2015-04-08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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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2부의 문을 엽니다.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글쎄요… 꽃피는 봄날. 어울리지 않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만 오늘(8일) 앵커브리핑은 이 말에 주목했습니다.

두 가지의 뉴스를 봤습니다. 첫 번째는 이겁니다.

'애국 3법'

어제오늘 사람들 입에 계속 오르내리고 있더군요. 한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인데, 풀이하자면 골자는 이렇습니다.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에서는 국민의례를 실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누구든지 국가를 임의로 변조해 부르면 안 된다. 8월 8일을 무궁화의 날로 지정하고 모든 국민은 국화를 존중하고 애호해야 한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법안대로라면 사람이 많은 장소에선 국민의례가 보다 잦아질 것이고 또 애국가를 변주해가며 자유롭게 부를 경우 자칫하면 벌받을 수도 있습니다. 혹시 무심코 무궁화를 꺾는다면, 역시 처벌을 받게 될까요?

일각에선 이런 지적이 나옵니다. 이러다간 부모공경법. 스승존경법까지 나올지도 모른다.

애국을 법으로까지 만들어 강조하려는 사람들은 혹시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벌떡 일어나 국민의례를 하던 이른바 '애국'의 시절을 추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두 번째로 본 뉴스는 이겁니다.

20대의 이른바 명문대 출신 직장인들이 '이민계'를 만들어서 돈을 모으고 있다는 겁니다. 이들의 목적은 말 그대로 돈을 모아 이민을 간다는 것이지요.

이른바 명문대 나와 버젓한 직장 잡고 있는 사람들이 뭐가 모자라 그러느냐. 한마디로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겁니다. 끊임없는 경쟁, 뛰는 사교육비와 희망 없는 노후대비. 이런 현실 때문에 용접공이 돼서라도 다른 나라에 가서 살겠다는 명문대 출신들이 용접전문학원으로 몰린다고 합니다.

애국을 법으로 만들어도 이민계를 만들고 용접학원으로 가는 젊은이들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지난 2002년 서울광장을 뜨겁게 달군 태극기 열풍. 기억하시겠죠. '국기모독' 논란까지 가져왔던 당시 젊은이들의 애국의 방식은 누군가의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애국은 강요가 아닌 감동, 즉 마음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

이른바 애국3법이란 것이 그 옛날 태극기와 애국가로 점철되던 시대를 그리워하는 것이라면 그것이야말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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