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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봉준호 "다양성 보인 오스카, 늦게나마 올바른 방향 가고 있어"

입력 2021-04-26 21:28 수정 2021-04-26 23:14

'오스카' 수상자에서 시상자로…봉준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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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수상자에서 시상자로…봉준호 감독

■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뉴스룸'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뉴스룸 / 진행 : 서복현


[앵커]

지금부터는 아카데미 시상자로 나선 봉준호 감독과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지금 전화로 연결이 돼 있습니다. 봉 감독님, 나와 계시죠?

[봉준호/감독 : 안녕하세요. 봉준호입니다.]

[앵커]

안녕하세요. 사실 오늘(26일) 봉 감독님의 입을 통해서 정이삭 감독의 이름이 불려지기를 기대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좀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 정이삭 감독 수상 불발…아쉬움 없나


[봉준호/감독 : 제가 시상자로서 공정해야 되지만, 사실 그런 마음이 없었다고 부정할 수는 없겠죠, 저도. 그런데 노매드랜드나 클로이 자오 감독도 또 훌륭한 감독이니까 축하할 일인 것 같습니다.]

[앵커]

지난해 봉 감독님의 기생충에 이어서 올해 미나리까지 한국 영화 또 한국인을 소재로 한 영화가 이렇게 2년 연속으로 아카데미를 흔들고 있는 이유는 어떻게 보십니까?
 
  • '기생충' 이어 '미나리'…오스카 뒤흔든 이유?


[봉준호/감독 : 글쎄요. 2년 연속이라는 표현을 하시기는 했지만, 그냥 오히려 단순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미나리라는 작품 자체의 뛰어남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제 어떤 굳이 너무 큰 트렌드라든가 아시아, 한국, 국가와 대륙 굳이 트렌드나 콘셉트로 묶는 것보다는 미나리라는 개별 작품 자체가 갖고 있는 아름다움이나 훌륭함이 있었기 때문에 또 상을 받게 된 것 같고 또 미나리라는 작품이 그런데 공교롭게 또 재미교포 감독님께서 한국 가족의 이민사를 다룬 것이다 보니까 어떻게 보면 한국 영화 또는 한국인을 다룬 영화가 결과적으로는 연이어 수상을 하는 그런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죠.]

[앵커]

그런데 미나리를 미국 영화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또 한국 영화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영화의 국적은 어떻게 나누는 겁니까?
 
  • 영화 '국적' 놓고 논쟁…어떻게 나뉘는 건지


[봉준호/감독 : 공식적으로 마치 서류상으로 분류하듯이 영화 국적을 나누면 제작사의 국적 그다음에 그 영화의 제작비, 영화의 투자 예산의 몇 퍼센트 이상을 투자한 나라가 어디냐, 이런 분류 기준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제영화제 같은 데 보면 그 영화에 따라서 영화 국적이 쓰여져 있고 그러거든요. 프로그램 제품 같은 데 보면. 그런데 사실 그런 공식적인 구분이 중요한 것 같지는 않고요. 미나리는 사실 한국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거고 그걸 또 한국 교포 감독님께서 본인의 자전적인 이야기로서 시나리오를 써 내려간 것이고 영화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거기 회초리, 화투 이런 아주 한국적인 정서와 디테일들이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영화의 정서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정서적으로 봤을 때 한국 영화라고 할 수 있겠지만, 또 이렇게 굳이 한 편의 훌륭한 작품을 작품이 훌륭할수록 국적이라는 걸 초월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굳이 국적을 따지기 이전에 사실 미나리는 한국인뿐 아니라 전 세계 어느 어디 관객들이 봐도 다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영화거든요. 그 지점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앵커]

한국 영화 102년 만입니다. 이렇게 한국 배우가 아카데미에서 연기상을 받은 게요. 한국 영화로 봤을 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 한국 영화 역사상 '오스카 연기상' 의미는


[봉준호/감독 : 글쎄요, 한국 영화사라는 굳이 거창한 작품이 되기보다도 윤여정 선생님 어떤 일단 개인의 승리라는 생각이 들고요. 사실 무슨 오스카를 노리고 어떤 걸 준비하시고 어떤 작품을 선택하고 어떤 연기 활동을 해 오시고 이런 게 아니잖아요. 늘 평소 지난 연기 활동해 오신 지가 벌써 50년이, 반세기가 넘었는데 꾸준히 어떤 연기 활동을 성실하고 늘 아름답게 해 오셨는데, 뒤늦게 아카데미에서 알아보고 이렇게 또 이미 사실 오스카상을 받을 만한 내공과 역량과 또 연기의 어떤 훌륭함은 이미 오래전부터 갖추고 계셨던 분이니까요. 오히려 뒤늦게 오스카가 좀 부지런함을 떨어서 오스카가 윤 선생님을 찾아와서 상을 드린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고요. 사실 베니스영화제 때 강수연 배우 또 칸에서의 전도연 배우, 베를린의 김민희 씨도 있었죠. 그래서 칸, 베니스, 베를린에서 이미 연기상을 다 받았었는데, 오스카가 그래도 뒤늦게 국제영화제가 아니기는 하지만 그래도 뒤늦게나마 이렇게 전 세계 훌륭한 배우들에게 뒤늦게나마 경의를 표하게 된 것이 좀 뒤늦은 감은 있지만, 그래도 오스카가 올바른 방향으로 잘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앵커]

좀 이어서 가면 그동안 사실 오스카가 너무 하얗다, 이런 비판도 있었는데요. 지난해 봉 감독님의 기생충도 그렇고요. 올해의 미나리 그리고 아시아계 여성 감독인 또 클로이 자오 감독의 수상까지. 그러면 어떻게 볼까요? 아카데미가 좀 언어적인 그리고 인종적인 장벽을 좀 허물었다고 봐야 할까요?
 
  • '오스카 장벽' 허물어졌다고 보나


[봉준호/감독 : 그런 노력을 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오스카 전체 투표 회원, 투표권자들이 한 구천몇백 명 정도가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여전히 그중의 다수는 백인 영화인들이 여전히 많은 퍼센티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마는 그래도 유색인종이라든가 또 미국, 영국 이외에 비영어권의 또 투표권자 회원들이라든가 이런 숫자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그래서 그러한 방향으로 노력을 하고 있는 건 사실인 것 같고요. 그래서 다양한 기회들이 생겨나고 있지 않나 생각 듭니다.]

[앵커]

그런데 오늘 감독상을 시상하시면서 후보 감독들에게 길에서 어린아이에게 붙잡고 감독이란 무엇인지 짧게 설명해야 한다면 뭐라고 설명할지 물었고 오늘 그 답변들이 또 공개가 됐는데요. 그 답변 중에 가장 와닿는 답변은 어떤 거였습니까?
 
  • '감독이란 무엇인가' 질문 건넸는데


[봉준호/감독 : 다섯 분이 다 나름 충실하게 개인 소신대로 재미있게 답변해 주셨는데, 저는 특히 리 아이작 정 감독님 스토리텔러는 실제 세계의 삶에 기반을 두고 있어야 된다. 그래야만 진정한 스토리텔러가 될 수 있다라는 되게 단순하면서도 지혜가 들어가 있는 입장도 좋았고요. 마지막에 또 데이비드 핀처 감독님이 되게 짧게 하나의 신을 찍는 수백 가지의 방법이 있는데, 결국 끝에 가면 딱 두 가지만 남게 된다. 맞는 방법과 틀리는 방법. 그래서 저희는 감독들 입장에서는 되게 서늘하고 무서운 코멘트였는데, 그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같은 감독으로서도 피하고 싶은 질문이라고 하셔놓고 왜 이런 질문을 던지셨습니까?
 
  • 본인은 피하고 싶은 질문…왜 던졌는지


[봉준호/감독 : 가장 곤란한 질문인데. 오히려 제가 한 번, 저는 또 궁금하더라고요. 다른 제가 좋아하는 감독님들인데 이 후보에 오른 감독님들이 어떻게들 생각하고 있나. 같은 동종업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궁금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앵커]

그런데 곤란하기도 하지만 역시 시청자분들 역시 궁금한 질문입니다. 봉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감독이란 어떤 사람입니까?
 
  • 봉 감독이 생각하는 '감독'이란


[봉준호/감독 : 예를 들면 서복현 앵커께서도 기생충에 잠시 배우로 출연을 하셨지만, 본업은 앵커시잖아요. 앵커라는 직업에 대해서 한 20초 이내로 설명을 해 주신다면 어떻게 하실 수 있겠어요? 그걸 하시면 저도 할게요.]

[앵커]

그런데 오늘 봉 감독님의 말 속에 좀 답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게 짧은 시간에 명쾌하게 답을 할 수는 없을 것 같고요. 도망치고 싶네요. 그런데 저는 지금.

[봉준호/감독 : 도망치고 싶은 대답을 또 스스로 찾아야 되는 게 감독의 일인 것 같습니다.]

[앵커]

답을 저는 찾고 있고요. 다만 이 순간 앵커는 봉 감독님하고 시청자들을 매끄럽게 연결해 줄 수 있는 5G 역할은 해야 될 것 같은데요. 제 답은 여기까지로 하고 봉 감독님의 답을 좀 들어보고 싶습니다. 그 역할을 해야 되니까요.

[봉준호/감독 : 글쎄요, 제가 올해로 감독 데뷔한 지 20년이 됐고 그런데 7편의 작품을 만들었습니다만 여전히 미지의 세계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감독이라는 직업이랄까요? 그거의 본질이 뭔지 아직도 찾아가고 있는 중이고 한 20년 정도 더 하면 그때는 정말 20초가 아니라 2초 정도의 길이로도 짧게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짧게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드리겠습니다. 시청자분들이 많이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요. 봉 감독님의 차기작은 언제쯤이면 좀 관객들 앞에서 볼 수가 있을까요?
 
  • 차기작 기대 큰데…언제쯤 볼 수 있나


[봉준호/감독 : 한국어 작품하고 영어 작품 두 가지를 동시에 준비하고 있어서요. 한국어 작품은 이미 시나리오를 지난 1월에 완성을 해 놓고 다른 기타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고 영어 작품 시나리오는 또 지금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혼자서 조용히 준비하는 작업의 시간이 길게 있을 것 같고요. 그런 상황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봉준호 감독과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오늘 감사합니다.

[봉준호/감독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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