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올림픽 축구팀이 동메달을 따기까지 순간, 순간을 잘 살펴보면 특별한 장면을 보게 됩니다. 서로 포옹하는 모습인데요. 이 '포옹'의 다른 이름은 '포용'이라고 합니다.
오광춘 기자입니다.
[기자]
일본과의 3, 4위전 후반 종료 직전.
2대0 승리가 확정적이라고 판단한 홍명보 감독이 벤치에 있던 박주영에게 걸어가 뜨겁게 어깨를 감싸안습니다.
두 남자의 포옹. 낯설지만 뭉클합니다.
이번 대회 내내 홍 감독은 유난히 많은 사람들을 부둥켜 안았습니다.
일본전에서 구자철의 쐐기골이 터지기 무섭게 김태영 코치를 껴안았고, 영국과 8강전 승부차기에서 기성용의 마지막 승부킥이 성공하자 아이마냥 코치들을 얼싸안았습니다.
조별리그 스위스전에서 김보경은 결승골을 터뜨린 후 멀리 벤치까지 달려가 홍명보 감독의 품에 뛰어들었습니다.
스승과 제자 사이의 엄격함 때문인지, 감독과 선수가 서로 얼싸안는 모습은 우리나라 축구에서 흔하지 않았습니다.
2002 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 박지성이 골을 넣은 후 히딩크 감독에게 달려가 안겼던 장면이 화제를 모았던 이유입니다.
홍명보의 '포옹'에는 '포용'이라는 단어가 숨어있습니다.
'고맙다' '고생했다' '믿는다'라는 복잡미묘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박주영이 병역 연기 논란으로 비난을 받을 때 그를 감싸안고 인터뷰장에 나와 논란을 잠재웠던 일, 이번 일본전에서 병역혜택을 위해 경기 종료 1분을 남기고 수비수 김기희를 투입한 장면도 넓은 의미에선 '포용의 리더십'에 해당합니다.
[홍명보/올림픽 축구 대표팀 감독 : 하나를 위한 모두, 모두를 위한 하나. 저희 슬로건이었고…. 우리 팀은 강하다는 메시지를 세계에 전해주고 싶고요.]
축구 역사상 처음 이룬 꿈의 동메달.
선수와 코치와 감독을 하나로 뭉치게 한 포옹, 그리고 포용의 정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