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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최저임금 인상 논란과 '5달러의 날'

입력 2015-03-18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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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2부의 문을 엽니다. 오늘(18일) 앵커브리핑이 고른 말은 '5달러의 날'입니다.

반가운 봄비가 마른 흙의 갈증을 풀어준 날입니다. 답답한 경기상황 역시 봄비로 해갈하듯 풀어야 하는데 마음처럼 쉽지가 않지요.

경기가 가물어서일까요? 물을 의미하는 경제 용어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낙수효과 (trickle down effect) 그리고 분수효과 (trickle up effect) 영어식 표현만 봐도 down 과 up 정 반대의 단어가 눈에 띕니다.

먼저 낙수효과는 사실 매우 익숙한 말입니다. 지난 정부가 마치 유행어처럼 사용했지요. 기업이 잘 돌아가면 그 과실이 물방울 떨어지듯 아래로 똑똑 떨어져 서민경제를 풍요롭게 적셔준다는 것이 낙수효과의 논리입니다.

그러나 이미 체험해 알고 있듯 낙수효과는 없었습니다. 물이 넘치면 아래로 흘러야 하는데 기업들은 세계경제 불확실성을 이유로 사내유보금을 담는 물그릇만 더 크게 만들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나온 것이 분수효과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1914년 포드자동차의 헨리 포드는 노동자의 일급을 2.3달러에서 5달러로 2배 이상 파격 인상했습니다. 논리는 간단했습니다. "노동자들이 봉급으로 자동차를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야 기업도 살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정부 역시 연일 기업들에게 임금을 올리라고 요청중입니다. 최저임금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요. 모두 '분수효과'를 기대하는 논리일 겁니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선 임금이 오르면 고용을 더 꺼릴 수밖에 없게 되는 데다 우리 인구 5천만 명으로는 내수가 아무리 활성화된다 해도 크게 체감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물론 따져봐야 할 주장이긴 합니다. 그러나 임금 문제에 예민한 우리 기업들의 입장을 살펴보면 기업의 고충을 그저 '핑계'라고만 몰아붙이기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매우 조심스럽게 이 얘기를 덧붙여볼까 합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는 최근 월마트의 임금인상 결정을 두고 '월마트의 보이는 손'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월마트의 임금인상은 우리가 달리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월마트가 직접 자신의 보이는 손으로 임금을 올렸다는 거죠.

이것은 그 옛날, 1914년 1월 5일에 헨리 포드가 '5달러의 날'을 선포하면서 노동자의 봉급을 2배로 늘린 사건, 어찌 보면 그 사건과 맥을 같이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즉, 기업이 자신들의 시장을 넓히기 위해 노동자들의 봉급을 먼저 올리는 '보이는 손'이 되는 것 말입니다.

물론 조심스럽게 덧붙인다고 한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겨우겨우 지탱해가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건 정말 남의 얘기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브리핑, 오늘 그런 고민을 담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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