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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교황 "세월호 문제는?"…4월 맞는 '부끄러움'

입력 2015-03-12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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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2부의 문을 열겠습니다.

'부끄러움'

오늘(12일) 앵커브리핑이 정한 단어입니다. 오늘은 부끄러움. 그 두 번째 이야기인 셈이죠.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첫날, 가능한 큰 글씨의 친필서명을 받기 위해 주교단은 큰 종이를 교황에게 내밀었다. 교황은 돋보기로 봐야 할 정도의 작은 글씨로 francisco라고 썼다. 모두 함께 웃었다. 주교들은 깨알 같은 이름 때문에 웃었고 교황은 여백이 커서 웃었다"

<여백의 몫=""> 이란 제목의 시를 읽어드렸습니다.

모두 함께 웃었다지만, 웃음이 담고 있는 의미는 달랐을 겁니다.

커다란 종이를 내밀었던 사람들은 아마도 '부끄러움'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테지요. 교황의 깨알서명이 남긴 커다란 가르침이었습니다.

"세월호 문제는 어떻게 되었나요"

로마 교황청을 방문한 한국 주교들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장 먼저 물었다는 질문입니다. "고통 앞에 중립 없다"는 말을 남기며 세월호의 아픔을 보듬었던 교황이었습니다.

어떤 답변을 되돌려드려야 하는가… 사뭇 머뭇거려지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바다 건너 먼 곳에 있었던 교황은 세월호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지만, 지금 이 땅에서 세월호는 희미한 기억으로 잊혀져가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공교롭게도 교황이 세월호를 언급했던 지난 9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 후 첫 공식회의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인력과 예산이 담긴 시행령에 대한 정부 승인이 늦춰지면서 특위는 아직 실무진조차 구성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심지어 여당 내에서는 '세금도둑' '탐욕의 결정체'라는 비난마저 나왔습니다. 앞으로의 활동 역시 간단치 않을 것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유족들이 바라고 있는 선체 인양 역시 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국민적 합의와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사이 바닷속에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아홉명의 실종자가 가족들을 애타게 합니다.

아마도 이 모든 이유는 함께 가슴 아파하며 기억하던 우리가 어느 결에 그날을 잊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1년 전 그날 차가운 4월은 다시 다가오지만 우리는 혹시. 정작 기억해야 할 것을 잊어버린 것은 아닌가. 불편하고 부끄러운 기억 속에서 도망치고 싶어한 것은 아닌가.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려고 애쓸 때, 이 우주는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을까?"

작가 김연수는 그날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 속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리고 참사 1주기를 35일 앞둔 오늘… "세월호는 어떻게 되었나요"라는 교황의 물음을 앞에 두고 '부끄러움'이라는 글자를 다시 한 번 꺼내 들여다봅니다.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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