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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칼잡이의 칼에는 눈이 없다'

입력 2019-09-25 21:38 수정 2019-09-26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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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칼은 그들에게 분신이자 연장된 손이자 흉기이자 친구였다"
- 김중혁/작가

지난 2007년 작가 김중혁은 요리사 4명을 만나서 바로 그 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요리사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무수한 흉터가 있었는데 모두 칼과 벗하면서 생긴 흉터들이었지요.

어쩔 수 없이 찍히고, 방심해서 찔린 상흔들…

칼은 수많은 흉터의 기억과 함께 그들의 요리 안으로 스며들었습니다.

무사가 휘두르면 피를 부르지만 요리사가 쥐면 향기로워지는 물건 '칼'

'칼을 잘 사용하는 사람' 이라는 의미의 '칼잡이'란 호칭은 과거에는 백정이나 망나니 같은 하층민을 의미했지만 오늘에 이르러서는 실력 있는 요리사나 의사 등을 일컫는 말이 됐습니다.

그 단어의 안에는 칼로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자부심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한자는 다르지만 음이 같은 '검' 이라는 글자 때문일까.

검사들 역시 스스로를 '칼'에 비유하여 표현하곤 하지요.

수사 실력이 출중한 특수통 검사를 '칼잡이'라고 부르고 강단 있는 수사로 이름난 선배 검사는 수사원칙을 칼에 비유해서 말하기도 했습니다.

'칼을 찌르되 비틀지 마라, 칼엔 눈이 없다. 잘못 쓰면 자신도 다친다' 까지…

검사의 칼은 지위의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으며 자신의 유불리를 가리지 않고 사용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또 강조한 말들일 것입니다.

장관 후보자를 향해서 그 칼을 빼든지 한 달, 바로 그 칼을 두고 논쟁이 벌어진 지도 한 달이 됐습니다.

검찰이 법무부 장관의 집을 압수수색 하면서 논란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습니다.

과잉수사인가 아니면 정당한 절차인가, 이 형국에서 강자는 누구이고 약자는 누구인가…

2019년 여름에서 가을을 관통하는 이 논쟁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합니다.

어찌 되었건 칼은 이제 다시 넣을 수 없게 됐고 칼을 겨눈 사람이건 겨눔을 당한 사람이건 그 칼에 다칠 수도 있게 되어버린 상황입니다.

공교롭게도 양쪽 모두 촛불의 광장에서 힘을 받았던 존재들이기 때문에 사뭇 비극이 되어버린 이 현실에 온 국민이 시선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칼의 방향은 아직 예측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진짜 칼잡이, 즉 요리의 달인들이 전하는 칼에 대한 생각은 어떠할까.

"방심하다 베면 기억에 남을 정도로 크게 다치는 법" - 안효주 / 요리사
"칼을 어떻게 대느냐에 따라 재료의 맛이 달라진다" - 윤정진 / 요리사
"요리에 따라 재료에 따라 칼을 놀리는 방법이 달라야…" - 이연복 / 요리사

눈을 감고도 칼을 다룰 경지에 이르렀지만 그들은 늘 칼이 두렵고 어렵다고 했습니다.

누군가 휘두르면 험악해지지만 또 다른 누군가가 쥐면 향기로워지는 물건 '칼'

모두가 숨죽이며 바라보고 있는 그 칼은 세상을 험악하게 만들 것인가, 아니면 세상을 향기롭게 만들 것인가…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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