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앵커브리핑] 절박하고도 서글펐던…'500원의 순례길'

입력 2016-01-25 22:01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뉴스룸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땅에서 태어나 땅속으로 돌아다니는 우리의 외로운 조상"

김광규 시인의 '쪽방 할머니' 중 한 구절을 읽어드렸습니다.

혹독한 추위였습니다. 공기마저 얼려버린 날씨 탓이었을까요. 주말 내내 지난주 전해드린 리포트의 한 장면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습니다.

뉴스룸의 밀착카메라가 담아낸 곤궁한 노년의 현실. 노인은 하루의 대부분을 차가운 길바닥과 지하철 안에서 보내고 있었습니다.

500원… 라면 한 봉지 값도 안 되는 이 작은 동전 하나 때문이었습니다.

종교단체가 나눠주는 500원을 얻기 위해 길을 나선 노인들. 그들은 이 길을 이른바 '짤짤이 순례길'이라고 자조적으로 부르고 있었습니다.

추운 날씨에 손을 꼽아 가며 기나긴 줄을 서고 앞다투어 돈을 받으려다 시비가 붙기도 합니다.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혹은 밀린 전기료와 수도세. 손주의 먹거리를 챙기기 위해 노년의 자존심은 그저 먼 나라의 이야기였습니다.

그 절박하고도 서글펐던 500원짜리 삶의 풍경들.

백세인생. 노인 천 명 중 16명은 백세인생을 살게 됐다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나라경제를 위해 노인우대 기준을 높이자는 논의마저 나오고 있는 세상이지요.

그러나 누군가에게 '나이 듦'은, 은빛의 연륜. 존엄과 따사로움이 아니라. 목숨을 부지해야 할 차가운 현실이었습니다.

한국 노년층의 상대빈곤율은 49.6%. 전체 노인의 절반이라고 하니 단지 이것은 몇몇의 이야기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겁니다.

"2년 전 돌아가신 시어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어떻게 하든 찾아뵙고 청소나 반찬이라도 해드리고 싶습니다."

한 시청자가 제작진에게 보내온 이메일입니다.

이번에도 또다시 국가가 아닌 개인이… 시민들 스스로가 가슴 아픈 이 현실들을 풀어나가야 하는 것일까요?

앞서 소개한 김광규 시인의 작품의 앞부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가난에 찌들어 눈빛도 바랬고 온 얼굴 가득 주름살 오글쪼글 지하철 공짜로 타는 것 말고는 늙어서 받은 것 아무것도 없네… "

내일(26일)부턴 좀 풀린다지만 오늘 밤공기는 여전히 살을 엡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관련기사

새벽차 타고 '500원 순례길'…가난한 노인들의 하루 [밀착카메라] 실버존? 현실은…노인을 위한 '거리'는 없다흉기 난동에 절도·방화까지…소외된 노인들 '분노 범죄' '배변장애' 90대 독거노인…반지하 방서 목매 숨져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