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28일) 오후,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는 최첨단 고층빌딩이 흔들린다며 안에 있던 사람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윤호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고층빌딩이 즐비한 서울 강남의 테헤란로.
30층이 넘는 한 고층 건물에서 사람들이 줄 지어 나옵니다.
하나같이 건물 꼭대기를 올려다 보고, 이미 나온 100여 명의 사람들도 삼삼오오 하늘을 보며 웅성입니다.
[일을 하고 있다가 너무 흔들리는 것 같아서 일어나 보니까 몸이 기우뚱 기우뚱하는 것 같더라고요.]
[책상에 앉아 있는데 흔들리다 보니까 메스꺼운 것 같다면서 그런 얘기를 하시는 분도 있고….]
해당 건물은 2002년 1월 완공된 지상 35층, 지하 8층의 최첨단 빌딩.
지상 110m 높이로 웬만한 지진에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와 외부 충격을 흡수하는 진동설계 공법이 적용돼 있습니다.
소란이 일었던 시각은 태풍 볼라벤이 서울에 가장 근접했던 오후 2시 30분이었지만, 기상청이 발표한 이곳의 풍속은 초속 10m를 밑돌았습니다.
이 때문에 태풍에 대한 불안감과 군중심리가 빚어낸 해프닝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글쎄요, 저도 처음 듣는 소리고요.]
[구름이 아까보다 훨씬 더 많고, 더 빨리 지나가니까 그렇게(흔들리는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하지만, 빌딩 숲에서 종종 발생하는 이상기류가 원인이라는 추론이 나옵니다.
고층빌딩 사이로 나있는 좁은 바람길 탓에 공기가 한 곳으로 쏠리면서 바람이 원래 풍속보다 3~4배 이상 빨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외부 충격을 진동 형태로 흡수하는 빌딩 구조가 진동폭을 키웠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동부건설 관계자 : (건물 높이) 110미터 정도면 강철처럼 딱 서 있어서는 안 되는 거죠. 기본적으로 좌우 흔들리는 거에 따른 완충이 당연히 있죠.]
태풍이 콘크리트 숲과 만나 이변을 일으킨 건 아닌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