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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주유소'만도 못했던 저유소 안전관리…곳곳 '구멍'

입력 2018-10-09 20:21 수정 2018-10-09 20:24

"유증기 회수 장치, 비용 많이 들고 효율 낮아 설치 안 해"
소방에 화재 경보 보내는 '자동 속보 설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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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증기 회수 장치, 비용 많이 들고 효율 낮아 설치 안 해"
소방에 화재 경보 보내는 '자동 속보 설비' 없어

[앵커]

비단 경찰의 발표 뿐만이 아닙니다. 저희 기자들이 취재를 하면 할수록 화재 같은 비상 사태에 대비한 저유소 관리를 말그대로 엉망으로 해왔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동네 주유소'에 있는 설비도 없다고 하는데, 얼마나 많은 구멍이 뚫려 있는지 취재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박준우 기자, 전문가들 얘기를 들어 보면 이번 화재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으로 '유증기 회수 장치'가 없다고 하더군요. 이건 말 그대로 동네 주유소에도 있는 것인데 규모가 커서 설치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고 그에 따른 효과는 별로 없다고 보는 것인지, 어떤 겁니까?
 

[기자]

네, 유증기는 액체 상태인 휘발유가 증발하면서 생긴 물질입니다.

휘발유는 액체일 때보다 기체가 됐을 때 불이 더 쉽게 붙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래서 더 위험해진다는 뜻인데요.

'유증기 회수 장치'는 바로 저유소 탱크 안에 있는 휘발유 기체를 다시 액체로 만드는 장치입니다.

한 마디로 유증기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못하게 막는 일종의 방패인 셈입니다.

[앵커]

그렇게 중요한 장치를 아까 얘기한대로 너무 비싸서 설치하지 않았다면서요?

[기자]

네, 소방법에 따르면 이 장치를 설치하는 게 의무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장치가 있었다면 화재를 미리 방지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희가 대한송유관공사 측 설명을 들어봤는데, 비용이 많이 들고 효율도 낮아 설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동네 주유소'에만 가도 유증기 회수 장치를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이번 사고에서는 없는 게 참 많습니다. 가장 궁금한 것은 송유관공사가 18분 동안이나 화재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건데, 이것도 장비가 없어서 그랬다는 것인가요?

[기자]

앞서 리포트에서 보신 것처럼 송유관 공사는 폭발이 일어나기 전까지 화재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이것도 이유가 있는데요, 저장 탱크 외부에 '열 감지 센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불이 난 탱크엔 온도계와 질량 측정 장치, 깊이 측정기 이렇게 3개의 센서만 있었습니다.

모두 화재 감지와는 거리가 먼 장치들인데 지난 2008년 숭례문 화재 당시에도 '열 감지기'가 제대로 설치 안 돼 피해를 키운 바 있습니다.

또 화재 발생 때 자동으로 인근 소방서에 경보를 울려 알리는 '자동 속보 설비'도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휘발유 저장 탱크를 그렇게 허술하게 관리했다는 것은 믿어지지 않습니다. 물론 이보다 훨씬 큰 것은 따로 관리를 한다고 들었습니다만은 적다하더라도 몇십만이 들어가는 기구인데 '환기구', 그러니까 전문가들은 벤트라고 부르더군요. 이 환기구에 대한 문제 제기도 커지고 있다면서요?

[기자]

네, 그래픽에서 보시는 것처럼 탱크엔 유증기가 빠져나갈 수 있게 모두 10개의 환기구가 달려 있습니다.

이 환기구 입구에는 '우물 정'자 모양의 촘촘한 철망이 이중으로 설치돼 있는데 이게 바로 인화 물질의 침투를 막는 '방지망'입니다.

이번에 현장에 나가 자문을 해준 전문가도 방지망이 잘못 설계됐거나 점검이 미흡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이창우/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설치돼 있는 인화방지망, 그니까 소염소자가 어떤 이유에서든 탈착이 돼 있었다든지 기능을 못하는 경우죠. 두 번째는 정상적으로 붙어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만약에 인화가 됐다고 한다면 소염소자를 설계하고 시공했던 과정에서 기술적 오류가 있었다는 얘기가 되거든요.]

[앵커]

그런데 사실 다른 분야에도 이런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고, 고질적으로 보이는 부분이 보이는데 관리 주체가 다르다면서요. 그러다보니 효율적으로 안되고 서로 책임을 떠미는 현상인가요? 

[기자]

이번 화재는 결국 저유소에 대한 총체적인 관리 부실이 부른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송유관공사는 산업통상자원부 유관 기관이지만 정작 저유소 시설은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라 소방청이 관리하고 있는데요.

소방청이 관리하는 곳이 너무 많다 보니, 저유소 점검은 사실상 송유관 공사의 '셀프 점검'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공사 측이 매년 1회 자체 검사를 해서 관할 소방서에 보고하는 건데요.

외부 전문가가 휘발유 탱크를 개방해 실시하는 정밀 진단은 주기가 11년에 한 번뿐입니다.

또, 송유관공사의 지분은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등이 나눠가지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사고가 나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앵커]

들으면서 궁금한 것이 한 가지 있는데, 정밀진단은 왜 11년만입니까? 예를 들면 5년, 10년도 아니고 11년이라고 정해놓은 이유가 있나요?

[기자]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는데, 제가 추가 취재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박준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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