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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가족들 "교황, 진실 향한 염원 함께 해주길"

입력 2014-08-1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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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가족들 "교황, 진실 향한 염원 함께 해주길"


세월호 가족들 "교황, 진실 향한 염원 함께 해주길"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오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세월호 가족들의 진실을 향한 염원에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원회와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전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14일 4박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특히 세월호 가족들이 농성 중인 광화문 광장에서 오는 16일 시복 미사를 집전한다.

故박성호(안산 단원고)군의 누나 박보나씨는 어머니 정혜숙씨를 대신해 '교황님께 드리는 편지'를 낭독했다. 정혜숙씨는 이날 오전 청운동사무소에서 열린 '416 광화문 국민농성단' 기자회견으로 인해 불참했다.

박보나씨는 "천주교 신자인 저희 가족 4명이 시복시성 미사에 참여하기로 한 약속은 지난 4월16일 산산이 부서졌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해 18살 아들을 잃었기 때문"이라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우리 아이들이 서서히 물에 잠겨 죽어가는 모습을 우리 부모들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바라보며 가슴을 찢고 통곡해야 했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그는 "참사가 일어난 지 120일이 지난 오늘까지 우리 가족들은 왜 우리 아이가 죽어야 했는지 알지 못한다. 독립적이고 투명한 수사를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이 주어진 진상규명위원회를 만들어 달라는 우리의 요구에 정부와 국회는 전례가 없다며 안된다고만 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저는 수사권이니 기소권이니 그런 말은 잘 모른다. 그렇지만 왜 우리 아들이 죽었는지는 알아야겠고 왜 꼭 책임자를 벌해야 하는지는 안다"며 "절망에 빠진 이의 이야기 일수록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잘 귀기울여 들어야 하는게 지도자가 해야하는 일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또 "우리 가족들은 우리 아이들이 다니던 안산 단원고에서 이곳 광화문까지 42㎞에 달하는 길을 걸었다. 우리 아이들의 흔적이라도 느끼고 싶어서 아이들의 교복을 입고, 아이들의 명찰도 달고, 아이들과 함께 한 걸음 한 걸음 걸었다"며 당시의 절박했던 심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교황에게 "우리 아이들이 너무 보고싶다. 꿈 속에서라도 단 한 번 만이라도 그 손을 잡고 얼굴을 쓰다듬고 목소리를 듣고 싶다"며 "낮은 곳으로 한없이 내려오시는 교황님, 낮은 사람들을 사랑하시는 교황님, 억울한 저희의 눈물을 닦아주시고 저희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우리 아이들의 진실을 꼭 밝혀주시기를 기도드린다"고 간절히 부탁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31일째 단식농성 중인 故김유민(단원고)양의 아버지 김영오씨는 "우리의 간절함, 절박함을 알리기 위해 단식을 시작했다. 딸의 죽음의 진상을 명명백백 밝히지 못하면 사는 게 의미 없다. 죽을 각오를 했다. 우리의 특별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이 자리를 결코 떠나지 않겠다"고 탄소했다.

이어 "생명보다 귀한 딸을 잃은 애비가 딸의 죽음의 이유를 밝히기 위해 한 달째 단식중이다. 한 달을 굶어도 쓰러지지 않고 버티는 것은 유민이가 내 가슴 속에서 아직까지 숨을 쉬고 있기 때문"이라며 "교황은 평화와 인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거리의 약자를 보살핀다고 들었다. 우리를 기억해달라"고 하소연했다.

김병권 가족대책위원장은 "아직도 참사는 현재진행형"이라며 "대통령, 정부 및 국회 모두 철저한 진상조사를 약속했지만 아무 것도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책임 있는 사람과 기관에 대한 조사가 있어야 하고, 관련된 모든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며 "이것이 가능하려면 독립성, 전문성, 강제적 권한인 기소권과 수사권 등을 갖춘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참사의 진실을 알고 싶다. 교황님께서 우리의 소망을 항상 약자와 고통 받는 자의 편에 서고자 하는 전 세계 모든 분들과 나눠주실 것을 믿는다"고 전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입국하는 14일 서울 공항으로 세월호 가족 4명이 환영 인사를 나가고,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미사 직후에는 10명이 교황과 비공개로 면담한다고 세부 일정을 공개했다.

특히 21일간 전국을 도보 순례 중인 3명의 가족들은 대전 미사에서 교황을 만나 짊어지고 다니던 5㎏짜리 십자가를 전달할 계획이다.

또 16일 광화문 시복미사에서는 일부 가족들이 교황과 면담하고, 17일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에서는 생존 학생과 부모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오전 청운동사무소에서 열린 '4·16 광화문 국민농성단' 기자회견에서는 일부 유가족들과 경찰의 충돌이 빚어졌다.

대책위에 따르면 일부 유가족들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로 향하다가 교통방해 등을 이유로 저지하던 경찰과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2명의 유가족이 실신해 병원으로 실려간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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