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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자괴감 느끼는 사람은 바로 우리였다"

입력 2016-11-23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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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불타는 수레에서 탈출하는 것이 아니다"

떠나겠다고 선언한 청와대 민정수석의 말입니다. 미처 '신임'이란 수식어가 채 떨어지기도 전에 그는 아예 그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한 것이지요.

'불타는 수레'

그는 부정하고 싶었는지 모르지만 그가 이렇게 표현한 것과 동시에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청와대가 '불타는 수레'라는 인식이 생겨나는 아이러니…

그는 자신의 고향이었던 검찰을 자신도 어찌할 수 없다는 자괴감에서 이런 선택을 했을지 모르나 그 자괴감은 단지 그런 것에서만 비롯된 것일까…

"내가 뭘 잘못했는데요?"

한 야당 의원이 간접적으로 전해 들었다는 대통령의 말을 공개했습니다.

물론 청와대는 즉각 부인했지요. 그러나 이 문장을 고스란히 입에 올렸는지 여부는 이미 중요하지 않게 된 상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검찰 수사 발표에 대해 변호인의 입에서 쏟아져 나온 말들과 '납득 못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대통령. 이른바 '팩트'를 바로잡겠다고 나선 청와대.

굳이 '내가 뭘 잘못했나'라고 말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그렇게 얘기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차라리 탄핵을 하라고 일갈하고,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고 호언했으며, 시간이 지나면 시민들의 흥분은 가라앉을 것이라 장담했던 것이겠지요.

그리고 한때 '왕실장'이라 불리던 사람. 습관처럼 '충'을 이야기하던 그는 "까맣게 몰랐다"며 또다시 "자괴감"을 입에 올렸습니다.

자괴감, 그렇습니다. 대통령도 입에 올렸던 그 자괴감.

그러나 그 자괴감이야말로 이번 사태가 시작됐을 때부터 바로 우리가 느꼈던 감정이 아니던가…

우리가 믿어온 시스템이 무너지고, 어제 오늘은 입에 담기도 민망한 약제의 이름까지 등장하는 2016년의 한국사회에 부끄럽고 자괴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바로 우리가 아니던가…

우리는 무얼 잘못했기에 아이부터 노인까지 영하로 떨어진 거리로 나서야 하는가…

불타는 수레에서 탈출하는 것이 아니라 주장하는 대통령의 핵심참모가 한 때의 왕실장과는 달리 진심으로 느껴야하는 자괴감이 있다면 그것은 어디에서 비롯돼야 하는 것인가…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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