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2일) 뉴스룸이 주목한 단어는 '새치기'입니다.
좀 얄미운 단어지요. 제대로 하려면 눈치도 좀 있어야 하고요.
바로 어제. 하루 종일 화제가 되었던 '새치기'가 한 건 있었습니다. 눈치도 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정부가 달 탐사 예산 410억 원을 이른바 '쪽지예산'으로 들이밀었단 주장이 나온 겁니다.
건네진 쪽지에는 '달 탐사 예산. 시작이라도 합시다' 이런 말이 쓰여 있었다고 합니다.
정부는 왜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쪽지를 들이밀게 된 것일까요?
여기서 잠깐. 지난 대선후보 TV토론회 당시로 돌아가 봅니다.
[박근혜 대선후보 당시 TV토론회 중 : 지금 2025년까지 달에 착륙선을 보내는 계획이 있는데 저는 그것을 2020년까지 앞당기려고 합니다. 2020년에 달에 태극기가 펄럭이게 될 것입니다.]
"달에 태극기를 펄럭이게 하겠다"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어모은 제안이었습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생겨난 미래창조과학부 역시 계획을 앞당겼고 예정대로라면 차기 대선이 치러지는 2017년에는 발사체가 시험 발사되는 대형 우주쇼가 펼쳐집니다.
그런데 이건 우리의 발사체가 아닌 미국의 발사체입니다.
우리는 달 궤도를 도는 궤도선만 그 위에 올려놓는 것인데요.
그렇다면 그로부터 바로 3년 뒤인 2020년에 우리의 기술력으로 발사체를 만들어 달 착륙선까지 보낼 수 있을지가 과제로 남습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지난 인사청문회 당시 "전 과정을 우리가 한다면 2025년도 불가능할 것"이라 말한 바 있습니다.
기억하시죠?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우주인을 보낸다고 260억 원을 들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우주관광만 하고 왔다는 비아냥을 들었습니다.
그 우주인 이소연 씨는 지금 항공우주연구원을 떠났지요.
또한 우리는 가장 중요한 발사체를 러시아에 의존해야 했던 나로호 사업에 대한 기억도 갖고 있습니다.
"달을 가리키는데 왜 손가락을 쳐다보나"
이런 말이 있습니다. 혹시 지금의 정부는 대통령이 달을 가리키면 달이 아니라 대통령만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닐까요?
더구나 예산 부족으로 아이들의 급식과 보육축소 논란이 한창인 바로 지금 시기에 말입니다.
"맹목적인 환상을 고집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우주를 이해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일이다."
'코스모스'의 작가 칼 세이건의 말입니다.
달에 가는 것이 환상이 될지, 현실이 될지는 물론 두고 봐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맹목적인 환상이 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우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가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