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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음주 무죄 '크림빵 뺑소니' 어떻게 된 걸까

입력 2015-07-09 22:15 수정 2015-07-15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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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크림빵 뺑소니범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이 선고됐다는 소식을 어제(8일) 전해드렸습니다. 그런데 음주 운전 부분에 대해선 무죄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 하루 종일 논란이 뜨거웠습니다. 오늘 팩트체크에서 어떻게 된 건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사고가 난 지 19일 후에 자수했습니다. 그 당시에. 그 사이에 네티즌들은 찾아 나섰고요. 한참 전 일어난 사고 당시의 알코올 농도를 경찰이나 검찰이 어떻게 측정했는지에 대해서도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많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기자]

그걸 측정하는 게 위드마크 공식이라고 하는데, 스웨덴 학자인 에릭 위드마크 박사가 1931년 고안한 것입니다.

공식은 이렇게 좀 복잡한데 간단히 설명드리면 처음 내가 술을 얼마나 마셨느냐(A)를 가지고 거기에 자신의 몸무게(p)를 집어넣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대입하면 혈중알코올농도가 나오는 거죠.

다음의 이 그래프 모습대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혈중알코올농도가 이렇게 올랐다가 점점 떨어지는 걸 확인할 수 있는 건데요. 그러니 시간이 꽤 지난 뒤에 음주 측정을 해도 처음 얼마나 취했었는지, 처음에 알코올농도가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

거의 100년 전에 나온 공식이네요. 그걸 그대로 지금도 쓰고 있는 모양이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예를 들어 설명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기자]

네, 예를 들어 직장인 A씨가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 밤늦도록 술을 먹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러면 안 되지만 운전대를 잡았고, 새벽 3시 20분쯤 사고를 낸 겁니다.

그리고 도망을 쳤는데 아침 9시 50분쯤 경찰에 붙잡힌 거죠. 술 냄새가 나서 경찰이 음주 측정을 했더니 혈중알코올농도 0.012%로 처벌 기준인 0.05%에는 못 미쳤습니다.

하지만 아까 보신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하면 약 6시간 반 전, 사고 당시 알코올농도는 0.063%로 처벌 기준 이상이었다고 추정할 수 있는 거죠.

실제 크림빵 뺑소니 범인 허모 씨의 경우도 이런 식으로 계산을 해보니 사고를 낸 당일 새벽 1시 30분쯤 혈중알코올농도가 0.162%, 그러니까 6개월 이상 1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검찰은 판단한 겁니다.

[앵커]

0.162%면 처벌기준인 0.05%보다 훨씬 높은 거잖아요. 그러면 법원에선 왜 음주 운전 부분에 대해서 무죄로 본 겁니까?

[기자]

위드마크 공식이라는 게 엄밀히 말하면 '경험적으로 이렇더라'는 통계를 바탕으로 하는 추정치입니다.

사람마다 알코올 분해능력이 다르고, 또 술 마실 때 물을 얼마나 자주 마시는지, 안주를 얼마나 먹는지, 습관도 다르다 보니 이런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무엇보다 허씨의 경우 앞서 예로 든 직장인 A씨와 달리, 사고 후 실제 혈중알코올농도를 직접 측정한 적이 없습니다. 그저 자정까지 4차례에 걸쳐 소주 4병을 마셨다는 경찰에서의 진술, 그리고 동석한 사람이 제출한 영수증을 바탕으로 당시 얼마나 취했겠구나 추정을 한 건데, 이마저도 법정에선 진술이 바뀌었습니다.

아까 보신 공식에서 기본적으로 '마신 알코올양'의 값이 흔들리니,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도 신뢰할 수 없다고 법원은 판단한 거죠.

[앵커]

이렇게 복잡한 공식 말고요. 궁금한 게 있는데 아까 뭡니까? 법정에서 진술이 바뀌었다고 했는데 무슨 얘기입니까?

[기자]

술을 그만큼 마시지 않았다는 내용이 있었고요.

[앵커]

그러니까 처음에는 소주 4병을 마셨다고 했다가. (경찰에서는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법정에서는 술을 마신 적이 없다?

[기자]

아예 마시지 않은 건 아니고요. 마셨다가 1시간 정도 커피를 마셨고 나중에 맥주는 마시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앵커]

사실 증명이 안 되는 그런 부분이기는 하죠.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음주운전자들한테 그렇다면 자칫 이런 인식을 심어줄 수가 있습니다. 또 실제로 그런 인식을 가지고 있는 분들도 있습니다. 일단 현장에서는 도망가자. 일단 거기에서 측정을 안 하면 되니까. 나중에 한참 뒤에 하면 위드마크든 뭐든 나왔을 때 공식이 나오지만 오늘 법정에서 나온 판결문 보니까 무죄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기자]

실제 기사가 나간 뒤 그와 관련된 네티즌들 반응 있었습니다.

'음주 운전 후 사고 내면 일단 도망가라는 취지의 판결이냐', '술 먹고 사고 치면 일단 도망쳐 술 깬 뒤 자수하면 되겠네' 이런 반응들, 분명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다 큰코다칠 수 있다는 전문가 이야기도 많았는데 들어보시죠.

[이정빈 석좌교수/단국대 법대·법의학자문위원장 : 목격자가 있는데 그 사람이 '세 시간 전에 저 사람이 세 병을 먹었다. 그걸 봤다' 그러면 그건 얘기가 되겠죠, 객관적 자료가. 그럴 때는 (위드마크를) 쓸 수 있다 이거예요. 이걸 쓸 때까지는 얼마나 많은 실험을 하는데? 많은 사람을 거쳐서.]

공식적으로, 그러니까 지금 잘 쓰이고 있는 공식이라는 이야기였는데요.

[앵커]

위드마크 공식이.

[기자]

그렇습니다. 실제로 2000년에 가해자 본인의 이야기와 같이 마신 사람의 진술이 일치했을 때 따로 음주측정이 없었는데도 음주운전으로 인정한 대법원 판례가 있었습니다.

또 체질에 따라 24시간이 지나도 체내에 알코올이 남아 있는 사람도 많습니다. 도망갔다가 그 안에 붙잡히면 가중처벌을 받게 될 수도 있는 거죠.

[앵커]

그렇다면 이번에 크림빵 뺑소니 사건 같은 경우에 검찰이 새로운 증거를 가져오면 2심에서 판결이 바뀔 수도 있다, 이렇게 봐도 되는 건가요?

[기자]

이론적으로는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결과는 다음 달 6일 열릴 재판에서 알 수 있겠죠.

하지만 술을 늦게까지 마시고 나서 운전대를 잡은 것은 분명히 잘못이라는 점, 또 이번 판결만 두고 음주 운전해도 도망가서 버티면 되겠구나, 착각해선 안 된다는 점, 중요한 부분일 것 같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요즘 불금이 아니라 불목이라는데 오늘 술 드시는 분들 많이 계실 것 같습니다. 참고로 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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