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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자살예방 생명의 다리 9월 철거, 효과 없었나

입력 2015-07-07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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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많이 힘들었구나' '별일 없었어?' '스스로를 믿어' '잘 지내지' '말 안 해도 알아' '세월 참 빠르다' 마포대교에 적혀 있던 글귀들입니다. 자살을 막기 위한 참신한 아이디어로 관심을 받았는데 오는 9월 모두 철거를 한다고 합니다. 그동안 효과에 대한 논란도 있었는데 과연 어땠는지 오늘(7일) 팩트체크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이 시설이 들어선 게 3년 전이었죠?

[기자]

당초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에서 아이디어를 냈고 서울시와 삼성생명이 MOU를 체결해 2012년 9월 시작된 사업입니다.

칸 국제광고제와 레드닷 디자인어워드 등 굵직한 글로벌 광고제에서 39개의 상을 받았고, 이렇게 외신들의 관심도 쏟아지자 2013년 11월에는 한강대교에 같은 시설을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저렇게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왜 철거하게 된 겁니까?

[기자]

시설 유지를 위해 삼성생명이 지불하는 비용이 한해 1억원 정도인데, 서울시에 따르면 "경영사정상 비용 절감을 위해 사업을 중단하게 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동안 자살 방지 효과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었는데, 실제 최근 마포대교에서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을 보면 2012년 15건이었던 게 2013년 93건, 2014년 184건으로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작년에 한강 전체 다리에서 있었던 투신시도가 396건이니까 절반 정도가 마포대교에서 일어난 셈인 거죠.

[앵커]

이 숫자만 보더라도 정말 효과가 없었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겠군요?

[기자]

숫자를 보면 그런데요, 꼭 그렇게 결론 내리긴 성급하단 주장도 있었습니다. 들어보시죠.

[송인한 교수/연세대 사회복지학과 : 과거에는 (자살) 시도자가 적었기 때문에 없었다기보다도 지금 더 많은 관심이 생기고, 생명의 전화가 생기고, 순찰차가 있기 때문에 또 지나가는 시민들의 자살에 대한 인식이 더 높아졌기 때문에 과거에는 미처 모르고 지나갔던 시도자들이 더 많이 구조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았나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그만큼 발견되고 예방된 것도 많았다는 이야기인데요.

실제 2013년을 기준으로 볼 때 마포대교에서 자살을 시도한 93명 중에 실제 뛰어내린 사람은 8명이고 나머지는 다리 위에서 구조가 됐습니다.

또 뛰어내린 사람 중에 사망한 사람은 5명이었는데, 이건 과거에 비해서 또 적은 편입니다.

생명의 다리 사업이 글귀만 적은 게 아니라 CCTV와 센서, 생명의 전화를 설치하고 구조 시스템을 갖춘 것 등을 다 포함한 건데, 그러니 생존율이 높아진 것, 이 사업의 효과라고 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 실제 자살에까지 이른 사람들은 적지만, 시도하려고 했던 사람이 작년 한 해 동안 184건이나 된다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합니까?

[기자]

미국의 심리학자 샌드라 생어가 자살이 많이 일어나는 곳에 대해 연구를 했는데 "보통 자살하려는 사람은 유명한 곳에서 하려는 충동이 있고 또,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하려는 복잡한 감정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나 캐나다의 프린스 에드워드교처럼 유명한 곳이 소위 '자살 명소'가 됐는데, 이런 현상이 마포대교에도 그대로 이어졌다는 전문가 분석도 있습니다.

[김현정 교수/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 (사업의) 의도가 자살을 예방하는 거였으면 펜스를, 안전시설을 강화시키든가 돈이 얼마가 들던 간에 그렇게 했어야 되는 게 맞지 않나요? (자살) 시도자가 늘어났다는 것은 이건 적절한 대안이 아니었던 거죠. 오히려 이걸 명소로 만들어서 사람들이 거기로 오고…]

[앵커]

오히려 명소가 됐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기자]

조금 전 김현정 교수가 이야기했던 부분도 있는데요, 현재 가장 검증된 방법은 물리적 장애물을 설치하는 것입니다.

앞서 봤던 캐나다 프린스 에드워드교도 2003년에 62억원을 들여 방지시설을 설치했습니다. 그 뒤 자살이 일어나지 않게 됐고, 영국의 소위 자살명소였던 클리프톤 현수교 역시 장벽을 설치한 이후 투신자수가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호주 연구진에 따르면 물리적 장애물이 높은 곳에서 투신하려는 사람들의 충동을 억제시키고, 또 실제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들도 장애물 때문에 못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9월이면 이게 철거되고 다른 새로운 시설이 들어설 텐데, 지금까지 했던 것에서 장점을 살리고 안전시설은 더 강화하고. 그 방법밖에는 지금으로서는 없어 보이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할 텐데요. 취재 과정에서 전문가들에게 들은 이야기 중에 중요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먼저 들어보시죠.

[송인한 교수/연세대 사회복지학과 : 자살이 많다는 것은 아주 쉽게 해석을 하면 살만한 세상이 아니라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저는 자살 문제만 따로 떼어내서 해결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너무나 많은 항목에서 우리 사회가 건강하지 않은 모습들을 보이기 때문에요. 다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자살문제만 뚝 떼어서 더 낮아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지금 캐나다 프린스 에드워드교에서의 자살은 사라졌지만 다리가 있는 온타리오 지역 전체의 자살률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여기가 아니라 다른 데 가서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런 얘기가 되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다른 다리나 건물을 택했을 수도 있는 건데요.

좋은 캠페인과 장치를 통해서 마포대교가 자살대교라는 오명은 벗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역시 근본적 대책은 될 수 없을 거란 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과거에 한강대교 있잖습니까? 난간이 올라가기 쉽기 때문에. 거기서 이런 일들이 많아서. 그때 나왔던 아이디어가 예를 들면 기름칠을 한다든가, 아니면 전기를 통하게 한다든가, 그런 아이디어가 실제로 나왔었거든요. 얼마나 웃지 못할 코미디 같은 일인가. 근본적인 개선 없이 이런 건 안 된다는 얘기가 아까 그분의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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