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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월적 지위' 이용한 직장 내 성범죄, 대책은 없나

입력 2017-11-0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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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고용주나 상사의 직장 내 성폭력과 성희롱이 다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여성들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뒤에도 끊임없는 회유와 압박에 시달리는가 하면 2차 피해를 우려해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취재 기자와 한걸음 더 들어가겠습니다.

채승기 기자, 앞선 리포트에서도 지적을 했습니다만 직장 내 성폭력과 성희롱이 한샘이나 현대카드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기자]

네 말씀하신 대로 직장 내 성폭력 문제는 기업 한 두 곳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데요.

경찰청 조사 결과, 우월적 지위에 있는 고용주나 직장 상사에 의한 성범죄는 지난해 545건으로 4년새 60%가량 늘었습니다.

또 고용노동부의 성희롱 진정사건 접수 현황 피해 건수 역시 2012년 249건에서 지난해 552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들이 쉽게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지요?

[기자]

한샘 사태를 보면 알 수 있는데요. 피해자로 알려진 A씨 측 변호사 얘기를 먼저 들어보시지요.

[김상균/A씨 변호사 : (인사팀장이) 덮어라. 이렇게 가면 너도 해고당하고 너한테 좋을 게 없다…가해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하고 찾아오고…]

보신 것처럼 A씨 측은 회사 인사팀장의 회유와 협박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직장 내 성폭력의 경우 대개 상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일으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조직 내 약자인 여성, 부하직원이 해고 같은 2차 피해를 우려해 쉽게 문제 제기를 할 수 없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잊을만 하면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성폭력 피해가 발생하면 회사는 서둘러 문제를 덮기에만 급급하다는 얘기인데, 사전에 이같은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까?

[기자]

사실 성희롱 예방교육은 이미 의무화돼 있습니다.

10인 이상 회사는 대표자를 포함해 근로자 전원이 연 1회 1시간 이상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과태료 300만 원이 부과되지만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입니다.

회사 내 고충 처리위원회 같은 창구도 형식적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가들은 국내 성범죄 관련 법과 제도는 정비됐지만, 이를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는 의식 수준은 여전히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성폭력 문제를 개인 간의 애정문제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인식도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미국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성폭력 피해여성들의 폭로 운동, 미투 캠페인이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까지 빠르게 번지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피해자들이 조금씩 용기를 내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현대카드 사건의 경우도 피해자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샘 사건을 보고 용기를 냈다면서 직접 글을 올려 확산됐습니다.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비슷한 사내 성폭력 경험담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나도 같은 경험을 했다', '용기 내줘서 고맙다'는 격려성 댓글도 달리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한샘과 현대카드 사건은 앞으로 어떻게 처리되는 것입니까.

[기자]

우선 고용노동부는 한샘에 대해 수시근로감독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가해자에 대한 징계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피해자가 불이익을 받은 부분은 없는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입니다.

한샘 사건은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지만 새로운 증거가 나올 경우 재수사가 가능합니다.

이 사건 피해자로 알려진 A씨는 법률 검토를 한 뒤에 가해자를 재고소할지 결정할 방침입니다.

현대카드는 경찰 조사에서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서는 이미 무혐의 처분이 났다고 밝히고 사과와 재발 방지 등을 약속한 입장을 냈습니다.

현대카드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B씨의 경우 피해자로 알려진 이모 씨를 허위사실유포에 의한 명예훼손과 무고혐의로 고소한 상태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채승기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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