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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탈북 악몽' 효빈이 "이번에 잡히면 난 죽거든요…"

입력 2015-09-29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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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28일) 저희 <뉴스룸>에서는 엄마를 찾는 탈북 어린이 2명의 험난한 1만 킬로미터 여정을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가 동행 취재했다고 전해드린 바가 있습니다. 어제 말씀드렸습니다만 이규연 기자는 언론계에서 자타공인하는 탐사 취재 전문 기자인데요. 이번 현지 취재를 직접 진행했습니다. 북한과 중국 접경지대의 생생한 모습도 보여드렸는데 오늘은 바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규연 국장이 어제에 이어서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앵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에 긴장감이 한층 고조된 북한과 중국 간에 접경지역을 어제 돌아봤습니다. 그런데 여정을 시작한 두 아이, 굉장히 위험을 무릅쓰고 출발한 거나 마찬가지인데… 만 킬로미터의 여정이었는데요. 이 두 아이와 엄마들의 사연이 궁금합니다. 간략하게 전해주신다면요.

[기자]

주인공 중 한 명인 16살 효빈이 모녀의 사연이 아주 기구합니다. 10년 이상 생이별을 한 사연인데요.

효빈 엄마는 아이를 부모님에게 맡기고 중국에서 생활하다가 한국행을 결심했고, 그런데 1차 탈북 때 체포돼서 모진 고초를 겪습니다.

효빈이가 5살 때인 2005년, 다시 2차 탈북을 시도해 성공합니다. 효빈이네 사연은 제작진을 더욱 아프게 했는데요.

돌봐주던 할아버지, 할머니가 모두 숨진 뒤 혼자 살다가 엄마의 지원을 받아 1차 탈북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실패하고, 강제 북송돼 삼엄한 감시를 받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제작진의 도움을 받아 2차 탈북을 시도한 겁니다.

이번에 잡히면 아무리 어려도 정치범 수용소에 갇히고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효빈이는 자신의 심정을 제작진에게 조심스럽게 털어놨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전효빈/탈북 청소년(16세) : 아침에 5시부터 일어나서 기상해서 세수하고 딱 무릎 꿇고 앉아있어야 되거든요. 그러니까. (언제까지?) 저녁 10시까지. (밤 10시까지?) 10시까지 그래서 또 5시면 깨어나거든요. 또 제대로 말 안들으면 이런 몽둥이로 맞아야 되거든요. 그럼 병이 들죠. 나 있을 때도 어떤 어머니들은 너무 맞아서 막 무릎이 막…끔찍해. (어떻게 됐는데? 무릎이?) 무릎이 막 썩어들어가고… 이번에 잡히면 난 죽거든요. 내 운명에 관한 길이니까… 항상 그럴 수 밖에 없거든요.]

[앵커]

1차 탈북 때 실패해서 다시 북송됐을 때 상황을 설명한 거 아니겠습니까? 지금 상황 보면 이번에는 정말 절체절명인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튼 나서기를 결심한 것이고… 또 다른 가족들의 사연도 궁금합니다.

[기자]

저희가 취재를 하면서 사실 효빈이, "이번에 잡히면 죽는다" 이 말이 굉장히 엄중하게 다가왔는데요.

다른 가족, 그러니까 11살 홍이의 사연도 아주 기구합니다.

엄마하고 함께 탈북해 중국에서 살다가 엄마가 공한에 검거된 이후에 고아원에서 혼자 자라게 됐는데요.

엄마는 북한의 노동교화소에서 건강이 나빠져 병보석으로 풀려나게 되고 다시 2차 탈북을 시도해서 한국으로 들어옵니다.

그리고나서 아이를 수소문하기 시작하는데요. 아이하고의 4년간에 이별, 또 북한에서 힘들었던 시간들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앵커]

현지에서 직접 아이들을 이규연 국장이 만나봤는데…직접 만나보니 어떤 느낌이었습니까?

[기자]

첫 상봉장면이 굉장히 인상에 남는데요. 제작진은 탈북한 효빈이를 중국의 친척 집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아이는 주변 친구가 두려워 바깥출입을 못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잡히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어서 극도로 긴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북·중 관계가 나빠져 가고 탈북자들을 신고하는 중국인들이 부쩍 늘고 있는 상태여서 커튼도 제대로 열지 못하고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제작진은 중국 고아원과 탐문한 끝에 홍이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아원 원장은 아이를 볼모로 거액의 돈을 요구했습니다.

엄마가 눈물로 호소하고 우여곡절 끝에 홍이를 데려올 수 있었습니다. 마침내 두 아이는 안전 가옥에서 만났고, 일만 킬로미터에 이르는 위험한 탈북 여정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시작부터 쉬운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 그리고 탈북 과정에 브로커라고 불러도 됩니까? (안내인입니다.) 네네, 안내인들이 굉장히 많이 관여했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탈북 과정에는 무려 7명의 안내인이 관여했습니다.

그동안에 방영됐던 국내 어떤 제작물보다 생생하고 은밀한 증언을 확보할 수 있었는데요.

이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국경수비대가 뇌물을 받고 탈북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탈북 안내인의 생생한 증언을 들어보시겠습니다.

[김진철(가명)/탈북안내인(46세) : 걔네들(북한경비대) 없으면 못 건너가요. 내가 경비 서는 시간에…하룻밤에 한번 서는 게 두 시간이거든요. 그 시간이면 내가 약속해놓고 군대(북한경비대)가 데리고 건너오거든요. 그럼 내가 돈 줘요. 걔네(북한경비대)들은 총 메고 가는데 총 멘 채로 그냥 사람 데리고 건너가요. (북한 군대가 경비도 강하고 규율도 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걔네(북한경비대)는 돈이 더 강하잖아요. 한 건만 하면 북한에서 장가 가고 집 사고 다해요.]

[앵커]

이렇게 보니 뇌물이 성행하는 모양이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렇게 뇌물 수수가 성행하고 북한하고 중국의 감시가 심해지면서 이른바 탈북 비용이 김정은 체제 이전보다 열 배로 늘었다 그렇게 취재가 됐습니다.

우리 돈으로 800만 원에서 1000만 원까지 급등했다고 하는데요. 일부에서는 실제로 100배까지 올랐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제작진은 탈북 안내인을 아이들의 아빠로 위장해 그야말로 위험한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여정 도중 저희와 같은 루트로 탈북을 시도했던 다른 일행이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사선을 넘는 기분이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어제와 오늘에 이어서 얘기를 들었는데, 방송은 이번 일요일이죠? 일요일에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 1차로 방송해드리고, 그 다음 주 일요일에 마저 또 방송해드리고 많은 분들이 기대하실 것 같습니다. 이규연 탐사기획국장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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