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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에 막히고 제식구 감싼 '증거조작' 수사

입력 2014-04-1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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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간첩증거 조작 의혹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이 14일 국정원 대공수사국 이모(54·3급) 처장과 주(駐)선양총영사관 이모(48·4급) 영사를 불구속 기소하고, 주선양총영사관에 파견된 국정원 소속 권모(50·4급) 과장을 시한부 기소중지했다.

검찰은 이들에게 모해증거위조, 모해위조증거사용, 허위공문서작성, 허위작성공문서 행사 혐의를 적용했다. 이 처장과 권 과장에게는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31일 국정원 김모(48·일명 김 사장) 과장과 국정원 협조자 김모(61)씨를 구속 기소한 바 있다.

이로써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인원은 모두 4명에 이르게 됐으며,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받은 권 과장까지 포함하면 총 5명이 사법처리될 전망이다.

이와 같은 검찰의 수사 결과를 두고 국정원 사건이 지닌 특수성에 따른 예상된 결과라는 반응과 함께 국정원 '윗선'에 대한 소환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검찰의 수사 의지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한 유씨의 수사·공판을 담당했던 검사들에 대해 내부 징계에 그치는 등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검찰, 국정원 벽 앞에 막혀…'윗선' 수사 사실상 불가능

이날 최종 수사결과 발표를 진행한 윤 검사장은 "정말 어려운 수사였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다"며 "최선을 다해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책임을 묻겠다는 기본적인 신념을 가지고 수사에 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원과의 협조는 제대로 이뤄졌는지' 묻는 말에 "상대방이 있으면 항상 어려움이 있다"고 답하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검찰은 형사소송법 111조 1항에 따라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 전에 국정원장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국정원의 '협조'하에 수색을 해야 한다. 국정원에 대한 수사기관의 접근이 합법적으로 제한되는 셈이다.

검찰은 이에 따라 지난달 10일 진행했던 압수수색 당시에도 대공수사국장실에는 들어가지도 못했으며, 국정원 측이 제출하는 서류만 제공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검찰이 결재 보고서나 예산집행 내역 등 국정원 내부 문건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음을 뜻한다.

또한 검찰은 국가정보원직원법의 제17조(비밀의 엄수)와 제23조(직원에 대한 수사 등)로 인해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신병처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관련법에 따라 국정원 직원들은 직무상 비밀에 관한 사항을 증언하거나 진술하는 경우 사전에 국정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들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직무상 비밀을 이유로 진술을 거부하거나 서로 입을 맞췄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과장 등 사건 관련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문서 위조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며, 협조자 김씨에 이어 권 과장까지 자살을 기도하는 등 검찰 수사에 강하게 반발해 왔다.

특히 검찰은 지난달 22일 자살을 기도했던 권 과장의 경우 치료가 끝날 때까지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내려 사실상 권 과장에 대한 조사가 부족했음을 인정했다.

아울러 수사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최모 대공수사단장을 소환 조사하고, 대공수사국장에 대해서는 서면 조사에 그치는 등 권 과장의 자살 기도 이후 수사의 동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결국 검찰은 국정원 '윗선'에 대해서는 다가가지 못하고 대공수사처장(3급)까지 재판에 넘기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 했다.

국정원 대공수사단장(2급)-대공수사국장(1급)-2차장-원장 등으로 이어지는 '윗선'에 대한 추가 기소는 없었으며, 사법처리 대상자 모두에게 국가보안법상 날조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사실상 이번 사건을 총괄 기획하고 주도한 이 처장에 대해서도 불구속 기소에 그쳐 지나치게 가벼운 처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검찰, 수사·공판 검사 2명 '혐의없음'…제 식구 감싸기 논란 일 듯

검찰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피고인 유우성(34)씨에 대한 수사와 공판을 담당했던 검사들에 대해서도 "혐의가 없다"며 기소 대신 내부 감찰을 통한 징계절차를 밟기로 했다.

"해당 검사들과 협의 하에 관련 증거를 입수했지만 검사들은 위조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국정원 관련자들의 진술을 그대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해당 검사들이 위조에 가담하지 않았으며 국정원 측의 위조 여부를 알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검찰은 해당 검사들이 국정원 측의 증거 입수 경위를 검증하기 위해 중국 당국에 공식적으로 발급사실 확인을 요청하거나 국정원에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윤 검사장은 "해당 검사들의 휴대전화나 팩스 등에 대한 강제수사는 진행하지 않았다"며 "무조건 의혹이 있다고 해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들어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사들에 대한 수사 역시 충분히 이뤄졌으며 더 이상 혐의를 발견할 수 없어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검찰의 설명에도 해당 검사들이 사전에 문서 위조 여부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검사들은 항소심 공판 과정에서 중국 지린성 공안청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가 거절당한 사실을 숨기고 '정상적인 외교절차를 통해 공문을 발송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수차례 제출한 바 있다.

또한 국정원 직원들이 팩스번호를 조작한 뒤 서로 다른 번호로 2건의 문건을 보낸 것과 관련해 아무런 의심 없이 이를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안이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가능하다.

이로 인해 해당 검사들이 사전에 국정원 측의 문서 위조 여부를 알고도 유씨에 대한 간첩 혐의 입증을 위해 무리하게 증거를 채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결국 내부 감찰이라는 '제 식구 감싸기'를 선택한 검찰의 수사 결과를 두고 다시 한 번 특검 도입 주장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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