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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톡톡] '도시바 반도체'를 잡아라…SK 성공 여부 촉각

입력 2017-09-1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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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제산업부 구희령 기자 나와 있습니다.

구 기자, 애플이나 구글까지 뛰어들었다는데 도시바 반도체 인수에 왜 이렇게 관심들이 많은 겁니까.

[기자]

낸드플래시라는 메모리 반도체 때문입니다.

기존 메모리 반도체하고는 다르게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저장해놓은 내용이 없어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보니까 최신 스마트폰이나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이렇게 두루 쓰여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그런데 도시바는 이 낸드플래시를 세계 최초로 만든 회사이고, 지금도 삼성에 이어 시장 세계 2위입니다.

반도체 회사도 아닌 애플은 왜 관심을 가질까 궁금하실 텐데요.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낸드플래시를 많이 구입하는 회사입니다. 아이폰에서 가장 핵심 부품인데, 도시바를 인수하면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애플의 스마트폰 경쟁자인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시장 1위다보니 다른 공급처를 확보할 필요가 있지요.

[앵커]

그야말로 알짜 부분인데, 이 알짜 부분을 도시바가 어쩔 수 없이 내놓을 수밖에 없는 사정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빚을 감당할 수 없어서입니다. 지난해 영업적자만 10조원 정도입니다.

도시바는 2008년 원전 부문에 크게 투자했는데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세계적으로 원전을 줄이는 추세로 가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늘어난 거죠.

게다가 이 손실을 감추려고 회계부정까지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온 겁니다.

올해 회계연도가 내년 3월까지인데요, 이때까지 적자를 못메꾸면 2년 연속 적자를 내서 상장 폐지가 되는 상황까지 몰려있습니다.

가장 빨리, 비싼 값에 팔 수 있는 '알짜 회사'를 시장에 내놓은 거지요.

[앵커]

그런데 지난 6월에도 SK 하이닉스를 포함해서 한미일 연합이 매각 대상자로 선정되지 았았습니까? 왜 아직까지 결론이 나지 않은 거죠?

[기자]

사정이 좀 복잡합니다. 빚이 많고 사정이 급하다보니 가능한 비싼 값으로 빨리 팔아야 되는데, 낸드플래시 시장이 40%씩 성장하는 상황에서 핵심 기술을 해외 경쟁업체에 주면 안된다는 일본 여론이 강합니다.

아이폰 제조업체인 폭스콘을 운영하는 대만 홍하이그룹과 도시바와 합작사인 미국 웨스턴디지털, SK하이닉스 연합 이렇게 3파전이 벌어졌는데요, 가격이나 보안 측면에서 SK하이닉스 쪽이 됐습니다.

그런데 웨스턴디지털이 다른 회사에 팔면 안된다고 국제 소송을 낸 거죠. 빨리 매각을 하려고 웨스턴디지털로 바꿨는데 이 회사가 지분을 요구하고 조건이 잘 안맞자 도시바가 몇번 입장을 바꿨습니다.

현재는 SK하이닉스 쪽이 우선협상대상자입니다.

[앵커]

이르면 내일 결론이 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건가요?

[기자]

당장 내일 이사회에서 결론은 안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도시바도 사정이 급합니다. 채권단이 빚독촉을 하고 있고, 반도체 시장이 워낙 과점 상태라 각국에서 독과점 위반이 안되도록 조정을 해야 돼서 계약 후에도 매각까지 절차가 많이 남아있습니다.

계속 계약을 늦추면서 몸값을 올리긴 힘든 상황인 거죠.

[앵커]

SK 하이닉스가 인수할 가능성은 얼마나 됩니까.

[기자]

애플이 합류하면서 상황은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자금력이 있는 애플이 힘을 합치면서 인수 금액도 지난번보다 4조원 올려서 25조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만 홍하이에서 훨씬 더 거액을 제시했지만 중국 쪽으로 기술이 유출되는 걸 두려워하는 여론 때문에 매각이 쉽지 않습니다.

애플은 또 낸드플래시를 많이 소비하는 큰 고객이기도 하고요. 웨스턴디지털이 다른 회사에 도시바를 팔지 말라고 낸 소송이 걸림돌인데, '큰 손' 고객인 애플이 웨스턴디지털을 압박해서 소송을 취하할 거란 말이 나올 정돕니다.

[앵커]

인수에 성공하면 우리 반도체 산업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기자]

D램 반도체 시장에서는 삼성과 SK가 나란히 1, 2위를 달리고 있는데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은 1위지만 SK는 5위입니다. 삼성은 독과점 문제 때문에 도시바 인수에 아예 참여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를 인수하면 원천 기술 이용을 비롯해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성장이 기대됩니다. 다른 나라에 도시바의 기술이 유출되는 것도 막는 효과도 있고요.

삼성전자 입장에서 보면 도시바가 정상화되고 SK하이닉스도 힘을 얻으면 경쟁자들이 강해지는 셈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한국이 낸드플래시 시장을 쌍끌이 하면서 우리 반도체 산업 전체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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